사랑의 하느님,

첫 눈 같지 않게 제법 굵은 눈발을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낍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앞에 두고 지나온 시간을 생각합니다. 늘 뭔가 부족해 더 많은 것을 달라고 기도했지만, 뒤돌아 보면 우리가 느끼지 못한 곳곳에 스며 있는 당신의 손길을 보게 됩니다. 생각만 하고 미처 구하지 못했을 때에도 채워주셨던 하느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대림절 첫 주일입니다. 2천 년 전, 로마와 분봉왕 헤롯, 성전 종교권력의 압제와 수탈에 땅과 집을 잃고 떠돌이와 노예로 살아갔던 이스라엘 민중들이 아기 예수를 기다렸던 것처럼, 오늘 우리들도 아기 예수를 기다립니다.

절망과 낙담 속에서 맞이했던 지난 몇 년과 달리 올해는, 어려운 경제사정, 남북관계, 미국과 일본의 행동 등 100여 년 전 풍전등화와 같았던 대한제국 시기 같은 상황에도, 희망을 갖고 대림절을 맞이함에 감사합니다.

역사의 하느님,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5만 명이 모였던 집회에 20만명, 100만명, 200만명이 모여 전국이 촛불의 바다로 되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주범 박근혜의 퇴진과 구속을 요구하고 있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나마 희망이 보입니다. 고맙습니다.

다만 민중의 피로 이뤄낸 4.19 혁명 뒤 박정희 일당의 5.16 쿠데타, 김재규 장군의 박정희 암살 뒤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12.12 쿠데타와 광주 학살, 19876월 민중항쟁 때의 전두환-노태우 일당의 6.29 선언 등으로 결정적인 시기에 야권의 분열과 국민의 속아 넘어감으로 국민주권의 사회를 이뤄내지 못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번에도 지난 50여 년 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박근혜-새누리-수구언론-재벌 집단이 호시탐탐 반격의 기회를 노릴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들이 속지 않도록 지혜를 주옵소서.

박근혜 퇴진 투쟁에 미적거렸던 야권을 여기까지 밀고 온 힘 역시 박근혜 지지율을 4%까지 떨어뜨린 광장의 거대한 촛불 민심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야당의 혼선과 타협에 흔들리지 않도록 지혜를 주옵소서.

이제는 박근혜 퇴진을 통한 정치적 민주주의뿐 아니라 노동자와 농민, 자영업자 등 일하는 이들의 삶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이뤄진 사회, 성별, 장애, 학력, 나이, 인종, 지역, 성적 지향, 정치적 의견 등 그 어떤 것으로도 사람이 차별당하지 않는 인권사회,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이 입시와 취업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희망사회 등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갈 때까지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우리 교회 역시 이 역사의 현장에서 당신의 손발이 되어 하느님의 역사를 이뤄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 모든 일에서 언제나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예수의 목표, 예수의 방식, 예수의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 늘 우리를 일깨워 주옵소서.

향린교회를 세우신 하느님,

향린교회를 통해 강남향린교회, 들꽃향린교회, 섬돌향린교회, 향린공동체를 세우심을 감사드립니다. 또한 멀리 우리의 자매교회 들녘교회를 오늘까지 지켜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우리들이 주님 안에서 힘을 합쳐 주의 뜻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 특히 올해 12돌을 맞은 들꽃향린교회를 보살펴 주시고, 김경호 목사님과 교우님들이 주의 뜻을 그 지역과 사회에 이뤄나가는 데 지치지 않도록 늘 용기와 지혜를 주옵소서.

요즘 우리 교회는 새로운 담임목사님을 청빙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과정 속에 주께서 함께 하시어 우리 교회의 현재와 과거를 점검하고 앞날을 전망하는 데 교우들의 뜻을 모으고, 노쇠해 가는 향린교회의 젊은 미래를 열어가는 목회자를 모실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또한 담임목사의 안식년 기간 동안 책임을 맡아 일하는 향린의 젊은 목회자들이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하여 한국기독교의 개혁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께서 축복하여 주옵소서.

추운 겨울, 연로하신 선배 교우님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 주소서.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이 신앙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이들을 교육하느라 애쓰시는 교회학교 전도사님, 선생님들께 하늘이 주시는 기쁨으로 채워 주옵소서. 학업과 생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고민하는 청년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헤쳐 나가고 우리 사회와 교회의 당당한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옵소서. 우리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고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성세대 또한 직장과 가정, 자녀, 친지 문제로 인해 겪는 어려움들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옵소서.

예배를 드리는 동안 주께서 주시는 하늘로부터 내리는 위로와 평화로 채워주시고, 새로운 힘을 얻어 이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옵소서. 찬양과 기도, 하늘뜻펴기 등 예배 순서를 맡은 이들에게 은총을 내려 주옵소서. 몸과 마음이 아파서 또는 직장, 군복무, 해외 출타 등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교우들을 보살펴 주옵소서..

이제 이 시간 우리의 입을 닫고 마음을 활짝 엽니다. 주님의 음성을 들려 주옵소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