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성서를 포함해서 모든 종교들의 경전은 2천 년에서 3천 년 전  삼층 세계관적 고대 사회의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환경에서 기록되었다. 다시 말해, 고대 경전들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의 삶으로부터 출현한 인간들의 체험적인 기록이며, 하느님을 믿는 것에 대한 책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온전하게 의미있게 사느냐에 대한 책이다.

 

기독교의 신구약 성서 66권은 기원전 9세기와 서기 1세기 사이에 각자 다른 시대와 다양한 지역에서 40여명의 저자들이 기록했다. 고대인들은 1천년의 인류 역사 속에서 세계와 생명과 인간의 심층적인 의미를 깨닫고 그것을 기록했으며 이것들이 후대에 성서가 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는 한 시대의 한 사람이 기록한 단행본이 아니라, 여러 시대의 여러 저자들의 모음집이며, 인간들의 작품이다. 특히 성서의 원본은 현존하지 않는다. 오늘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신약성서는 1세기경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수많은 사본들 중에 지극히 일부를 수집하고 편집한 책이다. 즉 오늘의 성서는 원초적인 저자의 작품이 아니며, 기독교인들이 알고 있는 성서 저자들은 엄밀히 말해서 사본들의 수집가이며 필사가이며 편집자이다. 그들은 수집과 필사와 편집 과정에서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를 첨가하여 오늘의 성서를 만들었다. 오늘의 성서가 만들어질 당시에 수없이 많은 사본들이 읽여지고 있었으며, 수많은 필사가들이 멋대로 사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필사가는 자신의 사본이 가장 권위가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축자영감설과 무오설을 창작했다. 성서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없이 하느님이 불러주는대로 받아쓴 책이 아니며, 인간이 스스로 체험한 하느님의 의미를 자신의 표현방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따라서 문자적인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며, 하느님을 체험한 인간의 고백이다. 구약성서에서 가장 중요한 책 중에 하나인 예레미야서는 경고하기를 하느님의 말씀은 돌판에 새겨진 문자가 아니라고 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의 말씀은 성경책이 아니라, 삼라만상으로부터 가슴과 머리로 깨달아 아는 하느님의 뜻 즉 공정한 정의-사심없는 사랑-시기와 멸시와 천대가 없는 평화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믿는 교리가 아니라, 사는 방식이다.

 

어원적으로 종교(religion)라는 말의 의미는 신의 존재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의 관계(relation)에 대한 것이다. 다만 신(god)은 인간의 온전한 삶을 위한 궁극적인 수단 또는 종교적 요청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이다. 따라서 종교들의 경전은 하느님에 대해 믿지 못할 것을 억지로라도 믿어야 하는 교리책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온전하고 자유하고 행복한 삶이 되는지에 대한 지혜서이다. 특별히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죽음 후 내세에 대한 책이 아니라, 지금 여기 현세에 대한 책이다. 또한 고대의 종교적 경전들은 현대인들을 위해 문자적으로 기록한 역사책과 과학책이 아니다. 고대인들은 자연과 인간과 세계로부터 체험한 궁극적인 진리를 인간의 제한적인 언어로 기록하는 데 필연적으로 은유와 신화와 시를 사용했다. 따라서 우주진화 세계관의 현대인들이 고대 경전을 읽을 때 문자적으로 직역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경전은 은유적으로 시적으로 신화적으로 읽어야 한다. 이것은 종교인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와 책임이다

 

오늘 고대 경전을 우주진화적 세계관에 근거하여 은유적으로 읽는 한 가지 예로 기독교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와 나병환자의 대화를 소개한다: “나병 환자 한 사람이 예수께로 와서...’선생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나를 깨끗하게 해 주실 수 있습니다하고 간청하였다. . .” (마가복음서 1:40-45 표준새번역) 성서에 기록된 모든 이적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이 대화는 단순히 불치병이 치유되는 기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앙은 끊임없이 변형하고 발전해야 하는 진화적 신앙과 삶에 대한 도전이다.

 

진화론을 발표한 챨스 다윈은 자신의 저서 <종의 기원>의 결론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온갖 종류의 식물들이 엉클어져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강뚝은 매우 흥미로웠다. 새들이 덤불 속에서 지저귀고, 온갖 곤충들과 지렁이들이 기어다니고 있으며, 서로 서로 다른 형태의 생물들이 상호 의존하면서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 주위에 어떤 법칙들이 있다. 넓은 의미에서 이 법칙들이란, 새로운 탄생으로의 발전이고, 끊임없는 재창조의 유산이며; 생명들의 환경에 따른 변화이며, 생명이 생존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다. 결과적으로 생명은 자연적으로 생존의 선택을 통하여 변화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거나 소멸한다. 기근과 죽음과 자연과의 투쟁을 통해서 보다 나은 동물들로 변화된다. 태초로부터 여러가지 형태의 생명들이 출현한 것은 장엄한 일이다. 한편 지구는 중력의 법칙을 따라 순환하면서, 생명은 단순한 형태에서 시작하여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형태로 변화하며 진화해왔다.”

 

신약성서 마가복음서의 본문과 다윈의 말은 매우 대조적이다. 기독교 성서는 1세기 무렵 로마제국의 혹독한 탄압과 착취의 제국주의 시대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백여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던 신앙전승들을 수집하고 편집하여 기록된 것이고, 다윈의 진화론은 19세기 자연과학 시대로부터 나온 과학적인 기록이다. 이 두 기록은 모두 21세기 현대 종교인들의 사고방식에 도전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다.

 

1세기에 성서가 기록될 당시 사회와 종교계에서는 문둥병에 걸리는 원인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늘 위에 있는 하느님이 징벌을 내린 것이라고 철저하게 믿었다. 문둥병은 발진, 종기, 습진, 피부염 등 다양한 증세를 나타내는 불치병이었다. 따라서 문둥병에 걸린 사람은 부정한 사람으로 더로운 낙인이 찍혔다. 심지어 이런 사람과 가까이 있어도 내가 더러워지기 때문에 매우 경계해야 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라도 더러워지면 종교체계가 설정한 하느님의 기준을 어기는 것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문둥병에 일단 걸리면 사회적 종교적 신분이 회복될 기회는 전혀 없었다. 모든 환자들은 평생 사회와 종교로부터 버림받고 분리되어 살아야 했다.

 

고대 사회에서는 물론 오늘의 보수적인 교회에서 육체적 또는 정신적인 건강함과 거룩함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즉 사람들이 어떤 질병에 걸리면 부정하고 죄를 지은 것이고 동시에 거룩하지 못한 것으로 치부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예수 당시에 보편적이었으며 종교와 사회를 지배하던  가치관이었다. 또한 누구나 할 것 없이 이러한 이분법적 믿음 내지는 가치관에 세뇌되어 잘 길들여지고 단련되었다. 예를 들자면, 문둥병 환자 이야기 이외에 마가복음서 첫 부분에 예수가 악령에 사로잡힌 소위 부정한 사람들과 대면하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우리는 현대 뇌과학에 익숙하고 이것에 의존하고 사는 21세기의 현대인으로서 고대인들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악령이니 귀신이니 하는 것이 육체와 분리되어 물질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을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여전히 수천년 전의 고대인들처럼 몸과 영혼의 이원론적 분리와 영혼불멸과 악령이나 귀신이 어떤 존재로 떠돌아 다니는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

 

마가복음서의 이야기와 챨스 다윈의 이야기를 대비해 보겠다:

(1) 21세기 우주진화 세계관에 기초하여 읽는 마가복음서의 초점은, 예수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하느님 즉 예수의 신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예수는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고 불치병을 치유하는 초능력을 가진 하느님이 아니다. 인간 예수는 인간의 상호의존관계를 깨트리고 인간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분리시키고, 하느님과 인간을 하늘과 땅으로 분리시키는 성전신학과 제국신학에 반대했으며, 종교적-사회적 개혁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예수의 가르침과 삶을 통해서 복음서의 저자가 새롭게 깨달아 알게 된 예수의 하느님은 소중한 생명을 부정한 생명으로 멋대로 정죄하여 인간사회로부터 추방하는 그런 하느님이 아니다. 예수의 하느님은 모든 생명을 성스럽게 여기며,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을 때에라도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한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의미는 암흑 속에서 밝은 빛이며, 절망 속에서 희망과 용기이며,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깨달음이며, 즉 다시 말해 새로운 탄생이며 시작이다.

 

(2) 다윈의 진화론은 과학적인 진리이다. 다윈의 정당성과 타당성은 조금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진화론은 수 십만 년의 인류역사의 가장 위대한 깨달음 중에 하나이다. 다윈이 발견한 진화론의 기본개념은 모든 생명은 환경에 따라서 끊임없이 새롭게 재창조된다는 사실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현대 유전자공학과 분자생물학과 뇌과학과 진화심리학의 길을 열어주었다. 진화론의 덕분으로 현대과학 분야는 인류의 건강문제는 물론 인간의 존엄성 회복에 혁신적인 공로를 세웠다.

 

200년 전에 태어난 챨스 다윈은 그의 가장 유명한 업적인 <종의 기원>이란 책을 150년 전에 발행했다. 이 책은 생물들의 진화에 대한 방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생물들은 환경에 따라서 더 나은 형태로 자연스럽게 진화의 과정을 택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세상과 우주는 완성되지 않았으며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고, 여기에는 뜻밖의 사건들과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다윈은 하느님이 이미 세상의 미래에 대하여 예정하고 계획했다는 전통적인 생각을 뒤집고, 세상은 자연스럽게 환경에 맞추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우주 전체는 살아있고 계속해서 변화해 가고 있다. 또한 우주는 끊임없이 생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이 순간에도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의 신앙과 사상과 철학과 삶도 변화되고 있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다만, 지금 우리는 우주의 법칙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변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변화되어서는 안된다고 거부하고 있을 따름이다. 변화와 재창조 즉 진화는 우주의 핵심이다. 우주적이고 자연적인 재창조 즉 생물학적 진화, 문화적 사회적 의식적 진화가 우주 자체이다. 미래를 모르는 우주의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의 세계 우주는 끊임없이 확장하고 진화하고 변형해 간다. 이것을 종교인들은 하느님의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류사에서 종교와 과학의 상호 영향에 대해서 카톨릭 여성해방 신학자인 엘리자베스 죤슨은, “종교와 과학의 상호 영향은 종교적 신앙이 세상의 신임을 얻고, 세상의 당면한 문제들에 깊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하다.” 고 천명했다. 그렇다. 종교는 과학과 세상과 분리될 수 없다. 종교생활이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과학과 세상과 함께 상호의존관계에서 공존해야 한다. 엘리자베스 죤슨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요컨대, 오늘의 신학적-신앙적인 사고가 하느님에 대해서 언급할 때에 고대나 중세기나 뉴톤의 이원론적 세계관에 따르는 하느님이 아니라, 근대의 자연과학과 생물학이 설명하는 생명력이 있고, 새롭게 변화되고, 스스로 진화하는 우주와 연관된 하느님에 대해서 말해야 한다. . . 왕과 군주로서 전지전능하고 초자연적(초능력적)으로 세상의 운명을 미리 예정해 놓고 거기에 따라서 좌지우지 하는 하느님을 믿음의 대상으로 살아가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철학자 알프래드 화이트헤드는 삶은 하나의 모험이다. . . 참신함과 새로움과 놀라움이 삶을 흥미롭게 한다. 끝없이 앞으로 활짝 열려진 삶을 살아가게 되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삶이 끊임없이 전개되고, 삶의 의미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고 진화적인 삶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삶은 새로운 창조의 진화와 이 진화에 대한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한 모험이다. 21세기의 진화적인 신학과 신앙이 계속해서 우리를 깨우쳐 주듯이, 하느님 또는 성스러움 또는 성령은 소위 천당이라고 불리우는 지리적으로 멀리 우주 밖 다른 세계에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한 고대인들의 삼층 세계관적 천당개념이 21세기에 신앙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세상이 하느님이 내면화되고 외부로 구체화되는 영원한 나라이고 진정한 고향이다. 이 세계가 우리의 유일하고 영원한 집이다. 죽은 후에 다른 세계로 갈 꿈을 버리면, 오늘 하루하루 순간순간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의 우리의 삶을 즐겁게 의미있게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여기에서의 삶을 행복하게 의미있게 산다는 것은, 살아있는 모든 생명의 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소중하게 여기고, 생명이 재창조의 진화를 거듭하면서 나타나는 다양함과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비록 예수는 비과학시대에 삼층 세계관의 세계에서 살았지만, 예수 자신이나 그의 하느님은 자연의 법칙, 진화의 법칙, 우주의 법칙,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는 초자연적(초능력적)인 하느님이 아니었다. 예수는 그런 하느님 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성스러움을 가장 소중하게 여겼다. 또한 이 진리를 위해 십자가 처형을 당하기까지 사회개혁과 종교개혁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기독교인의 신앙은 이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몸과 마음으로 구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진화는 새로운 창조이다. 진화하고 있는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신앙과 삶이 거듭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도 진화의 과정 중의 일부분이다.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이 새롭게 진화하며 변화되어가는 것은 의무이며 책임이다. 이것은 우주적인 하느님의 법칙이다. 이것은 역행할 수 없는 우리의 영원한 여정이다

 

사도 바울이 말했듯이,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된다. 낡은 것은 사라지고 새것이 나타났다.”(고린도후서 5:17) 기독교 성서는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진화적 신앙과 삶을 일깨워주는 진실한 책이다. 기독교인의 신앙은 마치 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흐르지 않으면 그자리에서 정지되어 썩어 죽고 만다. 인간도 계속해서 진화하지 않으면 생기를 잃고 삶이 지루하고 불행해진다. 성서를 온전히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과학의 공개적 계시 즉 우주진화 이야기가 필요하다. 분명히 성서는 현대인들에게 진화적 신앙과 삶을 요청한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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