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자신부터 회개하겠습니다.

 

현재 향린교회 열린계시판에 올려진 교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보았습니다. 저에게는 성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성찰의 시간을 가지면서 저 자신의 회개가 우선이다 싶었습니다.    


저는 회개한다는 말을 밖으로 드러내는데 주저하는 사람입니다.


회개에 해당되는 그리스말은 <메타노이아 μετνοια>입니다. 이 단어는 메타(μετ다르게, 바뀐)와 누스(νους 마음) 혹은 노에인(νοέιν 생각하다)의 합성어입니다. 어원의 의미는 지금과 다르게 마음을 먹는다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단순히 죄를 뉘우치고 후회한다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전면적 사고의 전환’, 곧 기존의 사고방식과 삶의 내용을 근원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개는 지금까지의 인생항로를 총체적으로 180° 전향하여 바로잡는 일입니다.   


저는 향린교회 출석할 때마다 성찰하면서 회개를 합니다. 물론 회개의 무게에 눌려 회개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곤 합니다 


저는 2014715일 국가보안법 1심 재판 최후진술에서 처음으로 회개하는 심정을 드러내며 법정에 섰습니다.   


피고인이 출석하는 향린교회는 이 사회 가난한 민중과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입니다. 향린(香隣)의 뜻은 향기나는 이웃입니다. 참 예수 따르미입니다. 분단 현실에서 가장 고통을 받고 있는 민중의 아픔에 함께 하고 그들과 어깨동무하는 향린교우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선지자(先知者)입니다. 강도 만나 고통을 받고 있는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려는 이들이야말로 선한 사마리아인입니다. 피고인도 향린공동체의 일원임이 자랑스럽습니다. 피고인은 매주 예배당 전면에 부착되어 있는 성경 구절을 보며 회개하고 다짐합니다.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를 것이니라”(루가 9:23)” - 1심 최후진술 중에서  


저는 교회 출석할 때 본당에서 예배드리는 것을 꺼려할 때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본당 전면에 부착되어 있는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따를 것이니라”(루가 9:23)” 성경말씀이 제 마음을 두드리기 때문입니다자신을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 따르미로 살아가는 사람인가 고민의 무게가 저를 압도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홍근수 목사님 때문에 향린교회에 출석했습니다. 1990년도 제가 다니던 모교회에서 좌경용공으로 몰려 쫓겨난 후 교회를 멀리 했습니다. 그러다가 평통사에서 홍목사님을 뵙고 그 분을 통해 제가 예수 따르미의 삶을 다시 살게 된 것입니다.   


홍근수 목사님은 어느 투쟁현장을 가던지, 이 사회에서 고통 받는 민중을 만날 때 어김없이 하시는 말이 미안합니다입니다.


여러분들이 당하는 억울함과 고통을 좀 더 일찍 알고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진심으로 미안해 하셨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그들의 척박한 마음은 따뜻해지고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며 우리는 하나가 되었습니다. 정말 향기로운 이웃의 표본이 되셨습니다. 저는 홍목사님이 예수님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홍목사님은 투쟁현장을 떠나올 때 민중들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고통을 받고 있는 민중들 때문에 자신이 매일매일 선지자(先知者)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고마워 하셨습니다. 그들 때문에 자신이 향기로운 이웃이 될 수 있음을 진심으로 기뻐하셨습니다. 그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평화와 통일, 평등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으셨습니다. 홍목사님의 고맙습니다란 말은 민중에게 커다란 용기가 되었습니다.


매사에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그들과 협력하여 선을 이루고 그 선으로 악에 맞서 싸우는데 주저함이 없으셨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저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 결단이 되었습니다.” - 20171011, 홍근수 목사님 4주기 추모기도회 추모사 중  


저는 입장의 옳고 그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절대화하면 자칫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거나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가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공동선을 추구해나가는 예수 따르미입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요한 8:7)”  


간음한 여인을 사람들이 예수님 앞에 끌고 왔습니다. 율법에 따르면 이런 자는 돌로 쳐 죽이라고 하는데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이냐 물었습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 한참을 고민하신 후 하신 말씀입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향린공동체를 용광로로 생각합니다. 용광로에 들어간 모든 철광석은 불순물이 걸러지고 순철이 됩니다. 다양한 생각과 삶의 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향린교우들도 향린공동체를 용광로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노자(老子)도덕경(道德經)’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주창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온갖 것을 잘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그러므로 ()’에 가깝다. 머물 때는 물처럼 땅을 좋게 하고, 마음을 쓸 때는 물처럼 그윽함을 좋게 하고, 사람을 사귈 때는 물처럼 어짊을 좋게 하고, 말할 때는 물처럼 믿음을 좋게 하고, 다스릴 때는 물처럼 바르게 하고, 일할 때는 물처럼 막힘없이 하고, 움직일 때는 물처럼 때를 잘 맞춘다.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다,” - ‘상선약수(上善若水)’ 본문  


성공회대 석좌교수이셨던 신영복 선생은 감어인(鑒於人)’이란 글자를 생전에 즐겨 쓰셨습니다. 사람을 통해서 자신의 모습을 보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사람은 상생하며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임을 드러낸 말이기도 합니다.  


사회연대운동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구동존이(求同尊異)’입니다. 차이를 존중하고 공통점을 찾으라는 의미입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향린공동체의 갈등도 이와 같은 방향에서 곧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안에 무슨 권면이나 사랑에 무슨 위로나 성령의 무슨 교제나 긍휼이나 자비가 있거든,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 마음을 품어,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아볼 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아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케 하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빌립보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