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뜻펴기'(설교)를 문서로 정리한 것입니다.
평화통일주일
화해의 일꾼, 평화의 사도
에제키엘 37:19-22; 에페소서 4:25-5:2 요 6:35, 41-51
[간첩의 기부]
두 달 전 한겨레 신문 사회면에는 <간첩의 기부>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간첩누명을 쓰고 실형을 살았던 김장현씨가 재심을 요청하고 무죄판결을 받아 국가보상금을 받았는데, 이중 십분의 일을 대안학교에 기부한 이야기입니다.
기사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교장실. 의자에 앉아 있던 77세의 김장현씨가 기부금을 전달하려고 몸을 일으켰다. 한발 한발 내딛는데 몸은 겨우 10㎝ 남짓 이동할 뿐이다. 그는 7년 전 발병한 뇌경색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고 있다. 주변에서는 고개를 숙여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1973년 ‘유럽거점 지식인 간첩단 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실형을 살았으나 40년 만인 지난 1월 끝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내었다. 그는 국가로부터 받은 2억5000만원의 형사 보상금 중 2500만원을 이날 이우학교에 기부했다.
김씨의 삶은 73년 이후 처참하게 망가졌다. 서울대를 졸업한 뒤 당시 경제기획원에 근무하던 그는 63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주관 세미나에 참가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다가 지인의 권유로 잠시 동독의 수도 동베를린에 들렀다. 순수한 사회학적 호기심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10년 뒤 느닷없이 김씨를 간첩으로 몰았다. 간첩이 아니라는 그의 호소는 남산의 지하실에서 외마디 비명으로 고꾸라질 뿐이었다. 그는 75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받았다. ‘유럽 거점 지식인 간첩단 사건’은 당시 김대중 납치 사건 후유증과 유신반대 시위를 잠재우려는 중앙정보부의 공작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애국심 강한 엘리트 경제 관료는 그렇게 평생 간첩 누명을 쓰고 살았다. 출소한 뒤 어디에도 취직할 수 없었다. 그의 47세난 둘째 아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더니 10년 전부터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다. 40년 전 “왜 경찰이 우리 집에 자꾸 와?” 묻던 어린 아들은 또래들로부터 간첩의 자식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 1월 “불법 연행·체포된 뒤 중앙정보부 지하조사실에서 일명 통닭구이 고문과 물고문, 몽둥이 구타 등을 받았고 이를 못 이겨 허위자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임의성 없는 진술을 비롯해 공소사실 모두 증명이 없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가는 뒤늦게 피해보상금을 지급했다. 김씨의 부인 김연주씨는 “내내 빚으로 사느라 파산 직전인 상황이었다. 보상금이 없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돈은 김씨의 일생과 바꾼 것이었다. 남산 지하실에서의 맷값, 서대문 감옥 찬 바람 속에 몇해 동안 몸을 뉘었던 값, 40년 간첩 누명으로 가슴에 피멍이 든 값이었다. 그럼에도 김씨는 이 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 그의 무죄 판결을 도우려고 애쓰던 이들이 이우학교를 위해 일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 학교에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기금을 전달받은 이우학원 이사장은 “안타까운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들을 잘 키워달라는 의미로 김 선생께서 학교에 손을 내밀어주었다”고 말했다. 학생 대표는 “간첩 누명을 받고 평생 힘들게 사셨을 텐데 보상금을 기부해주어 고맙고, 열심히 공부해 건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모습을 김씨는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세월은 그에게 웃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무죄판결이 나오도록 뒤에서 수고한 분들이 4분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분들이 모두 이 이우학교의 학부형이고 그중 한분이 저희 교회 교우이십니다. 누군지 다 알지만,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이 K교우께서는 15년 전 독일 특파원으로 있던 중 윤이상, 이응로 화백 등이 연류된 동백림 간첩조작사건 30주년에 특별 기사를 준비하던 중, 김장현씨가 간첩으로 조작되는 소위 말하는 2차 동백림사건에 연류되었음을 알고 그분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되고 이것이 재심 요청의 시작이 되고 무죄까지 이어졌던 것입니다. 김장현씨가 연류된 2차 동백림 간첩 조작사건은 서울대 최종길교수가 정보부에서 조사 도중 의문사를 당하여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사건입니다.
[국가보안법의 피해자]
남북분단으로 인한 피해자가 어찌 이 몇 분뿐이겠습니까? 남쪽의 군사독재정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조작으로 만들어낸 인혁당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간첩들, 그분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정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사연 깊은 이야기들입니다. 몇 달 전에도 소위 말하는 왕재산 간첩단 사건이라는 엄청난 뉴스를 만들어내더니 지금은 그 실체조차도 매우 희미합니다. 아마 지금도 공안담당자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간첩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화요일과 수요일 예수살기 목사님들은 전국에 흩어진 장기수 30명을 모시고 거창의 갈릴리 교회에서 통일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보통 20년 최장 42년을 0.75평 감옥에서 사셨던 분들입니다. 이제는 모두 80세가 넘어 거동도 불편하신 분들입니다. 전향을 거부하고 42년을 그 독방의 감옥 속에서 견디게 한 힘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양심이라고 짧게 답합니다. 이 자리는 평소에 만날 수 없었던 분들이 밀렸던 이야기들을 나누는 기쁨의 시간이었고, 오늘의 이 비극적 분단 상황을 살아가는 예수살기 목사와 신도들에게는 이분들의 아픔을 딛고 어떻게 하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거창 민간인 학살 사건의 현장을 돌아보았습니다. 저로서는 처음 가보는 현장이었습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 초 설 다음 날 국군이 700여명의 신원면 마을 사람 전원을 집단 학살하였던 민족 비극의 현장입니다. 하얀 옷을 입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이 선량한 농민들을 기관총으로 난사하여 죽이고 그리고 그 시체더미 위에 휘발유를 뿌려 형체를 알 수 없도록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뼈를 구분할 수가 없어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들로만 그 뼈를 구분하고 집단 묘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당시 살해당한 주민들은 절반이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요 나머지 절반 또한 노인들 아낙네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도대체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지도 않는 상황 속에서 왜 죄 없는 양민들을 학살하였을까요? 단지 적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학살의 이유였고 빨치산과의 전투에서 패한 앙갚음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딸과 아들, 그리고 아버지나 어머니와 같은 국민을 향해 무차별하게 총을 쏘아댈 수 있는 것, 그건 그들이 이미 폭력과 이념의 포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현장을 돌아보면서 저는 국가가 정말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지? 아니면 국가는 국민을 인질로 잡아 폭력을 정당화하는 악마의 소굴인지?를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38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요? 도대체 무엇을 지키기 위한 것인가요? 백성의 생명인가? 아니면 정권이라는 권력 집단인가요? 이제 내년이면 휴전 60년을 맞이합니다. 휴전은 축구로 말하면 전후반 중간의 휴식기간을 말함이요, 공연의 중간 휴식 인터미션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휴전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닌 휴식기간입니다. 축구는 언제 휴식기간이 끝나는지, 공연은 언제 후반부가 시작하는지 종을 쳐서 알려주지만, 전쟁의 휴전은 다시 시작한다는 알림이 없습니다. 어느 쪽이고 불시에 시작하면 그게 휴전의 끝을 알리는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 됩니다. 지금 우리는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숨을 답보로 한 광기와 공포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포가 너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감각이 무디어져 있는 것뿐입니다.
이제 2013년 새로운 대통령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종전 선언을 만들어내고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입니다. 물론 미국은 한반도 내에서의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고 무기를 계속 팔아먹기 위해 이러한 남북화해의 수순을 별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방해하겠지만, 이에 휘둘리지 않고 평화협정을 통해 무기 감축을 해내고 그렇게 해서 남과 북의 백성들이 모두 보다 평화롭고 높은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최상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국가가 존립하는 근거이고 정부가 해야 할 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정권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개인의 비리 욕구 충족만을 위해 국가와 정부를 이용해온 것입니다.
[외세 극복의 과제]
남북 분단의 일차적 책임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지만, 이 분단이 시작하게 된 동기는 바로 일본제국주의의 조선반도 침략과 지배 그리고 나아가서 동아시아 대륙 전체를 힘으로 정복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킨 일에 있고 이를 필리핀과 맞바꾸기로 협상한 미국에 있습니다. 일본은 해양국가로서 언제나 대륙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생태적인 욕망을 갖고 있는 나라입니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그 조그마한 돌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대륙에 그 눈이 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일본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할 이웃나라이지만, 동시에 경계의 눈초리를 결코 늦어서는 안 되는 위험한 국가입니다. 패전 이후 평화 헌법 9조에 따라 군대를 가질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자위를 목적으로 한다는 자위대의 군사력은 이미 침략 수준을 넘어 섰고, 군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헌법 9조를 폐기하려는 부단한 노력을 하여 왔고,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수백 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과 플로토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한일군사정보협정’ 안건을 비밀리에 처리했다가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일단 서명을 미룬 상태에 있습니다. 언제 다시 서명을 할지 모릅니다. 아마도 최근 이명박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는 깜짝쇼를 한 것은 일단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서명을 진행하기 위한 꼼수일지 모릅니다. 한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일군사협정 체결에 찬성하는 국민은 15.8%에 불과했습니다.
중국도 동북아공정 작업을 통해 역사이념적으로 한반도를 자신들의 속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야망을 갖고 있고, 태평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만들어내기 위해 북조선과의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렇게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서로 상충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 지금까지 수없는 침략을 당해 왔고, 우리 안에 내분이 일어나 힘이 약화된다면 또 외세에 지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보다 훨씬 힘이 강한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필코 남북이 협력하고 하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부조리의 현실]
그렇지 않기에 돈 좀 있는 국민들은 여차하면 모두 해외로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어느 외국인이 계좌 이름을 추적하여 스위스 은행에 예금된 한국 사람의 돈이 880조가 넘고 이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스위스 은행은 말이 은행이지 돈을 맡기고 이자를 받는 은행이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는 이상한 은행입니다. 말하자면 검은 돈을 보관하는 곳입니다. 여러분 880조원이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아십니까? 남한 2011년 일 년 예산이 305조원이었습니다. 무려 3년치 대한민국 예산에 해당하는 돈이 스위스 은행에 잠자고 있습니다. 그 돈이면 말 많은 대학생 반값등록금을 넘어 무료평생교육 무료평생의료 무주택 국민들에게 국민주택 하나씩 안겨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가? 그게 다 남북분단 때문입니다.
수십 조원에 해당하는 무기를 수입하게 되면 거기에는 kickback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뇌물이 주어지는데, 미국 군수업자는 스위스 은행에 돈을 입금하고 이쪽에는 구좌비밀번호만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 이미 언론에도 나온바 있지만, 엊그제 건설관계 일을 하는 지인을 통해 들었는데, 사대강 사업을 진행하는 5대 토건회사에 현재 이명박대통령이 졸업한 동지상고 졸업생들이 무려 4백명이나 포진하고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언제 그렇게 많은 졸업생들이 곳곳에 포진하게 되었는지 불가사의한 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지금 사대강이 생명의 강이 아니라 오히려 녹조의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끼리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에 우리 국민들은 모두 속아 넘어가고 있을 따름입니다. 건설업계에서 떠도는 얘기로는 10조원정도가 kickback형 뇌물로 정치권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내부 비리가 조금씩 새고 있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비리사건에 직접 연루된 사람들이나 간첩조작에 직접 관여했던 수많은 공안 검사나 형사들이 수십 년의 시간이 흘러갔어도 아직도 양심선언하지 않고 이유는 돈을 먹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보부가 매년 영수증없이 쓸 수 있는 비자금이 수천억 원이라고 하는데, 그게 다 이런 곳에 쓰이는 것입니다. 간첩조작 한 부하 직원 입막음조로 한 십억 주면. 또 그 사람은 그게 고마워 또 윗사람 챙겨주고 서로서로 나눠먹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리구조입니다. 그 과정에서 선량한 가정들은 파탄과 죽음에로 내몰리고 자녀들은 평생 간첩의 자식이라는 딱지로 인해 사회 부적응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습니다만, 이종 사촌 형님이 한분 계셨는데, 어렸을 때, 한쪽 눈을 다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주 똑똑하고 문학에도 소질이 많아 매해 신춘문예에 응모하고 방송작가의 꿈을 갖고 계셨던 분이셨습니다. 70년대 초엽 무렵 이 형님이 국가보안법에 걸려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그 이유인즉, 이분이 혼자 하숙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형사들이 몰려와 가택 수색을 했는데, 거기서 불온서적 한권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책은 형님은 아는 바가 없는 책이었습니다. 간첩을 조작해내기 위해 형님이 밖에 나간 사이에 몰래 방안에다 책을 숨겨 놓았던 것입니다. 수년간의 지루한 법정 싸움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만, 그때 받은 정신적 물질적 피해로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고 피해는 사촌인 저의 집에까지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면 무슨 일을 해야 떳떳할 것 아닙니까? 하는 일도 없이 빈둥빈둥 놀면 동료들 보기에 얼마나 민망하겠습니까? 공안경찰, 공안형사, 공안검사들 뭔가 만들어내야 할 것 아닙니까? 굳이 윗선에서 만들어내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그런 조작 사건들을 모아두었다 정치적으로 필요한 시기에 하나씩 터뜨리면 되지요. 그게 바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보아온 남한의 정치 역사입니다. 분단이 지속되는 한 이런 공안 부서를 없앨 수는 없으니 이런 부조리는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안에도 이런 일을 겪으신 분들이 여러분이 계십니다. 얼마나 큰 아픔을 겪었는지, 사실, 외부사람들은 모릅니다. 김낙중선생님이나 홍근수목사님, 강정구교수나 설두복집사나 그 가정이 감당해야 했던 아픔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수십 배 수백 배 큽니다. 노재열장로님이 최근 성대수술을 하셨는데, 몇 년 전 강정구교수께서 재판을 받게 될 당시, 매일 새벽 이 제단에 와서 기도로 소리치며 하느님께 매어 달리다가 얻은 병입니다. 노장로님의 아픔이 그 정도라면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아픔을 견뎌내셔야만 했고, 지금도 그 고통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경우를 당했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분이 터지고 미칠 노릇이겠습니까? 분단병, 이건 개인이 당하는 개인적인 병이 아니라 우리 민족 7천만이 당하는 민족홧병입니다. 한반도 안에 사는 사람만 이 병을 앓는 것이 아닙니다. 해외에 사는 일천만의 동포들,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 코리안이다. 그러면 프롬 노드? 프롬 사우드? 여러분 이 질문이 얼마나 모욕적인지 아십니까?
일본에 사는 조센징이라고 불리는 일부 교포들은 아직도 국적이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왔을 때는 그 나라가 하나였는데,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두 개의 나라로 갈라졌거든요. 그런데 이런 특별한 경우는 둘 다 국적을 주면 좋은데, 서로 피터지게 싸우고 원수가 되었으니 이렇게는 안 됩니다. 본인들은 둘 다 조국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을 버려야 하는 모순에 처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권을 내지 못해 외국 구경 못해본 교포도 많은데, 이제는 이분들도 나이가 많이 들어가면서 할 수 없이 원수같은 일본인으로 귀화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남북 어디에도 속할 수 없어 유랑민으로 살아가는 해외의 동포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서 속히 이런 부조리의 분단의 역사를 끝맺고 통일 조국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마른 뼈 골짜기의 환상]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국가이념의 차이로 권력 다툼이 벌어져서 둘로 나라가 나뉘었습니다, 북쪽 남쪽 나뉘어져 티격태격 영토분쟁도 하며 200년을 지내다 북쪽이 먼저 아시리아 제국에 의해 망했습니다. 남쪽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이후 150여년을 지내다 결국 바벨론 제국에 의해 멸망을 당했습니다. 그래 남쪽 나라의 왕족 귀족 수천 명이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와서 60년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돌아갈 희망도 야훼 하느님을 믿는 신앙도 약해질대로 약해져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죽은 시체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에제키엘이라는 지도자에게 하느님의 영이 임합니다. ‘나를 따라와 봐라. 비몽사몽간에 어느 골짜기로 끌려갔더니 거기에 말라비틀어진 뼈들이 수없이 널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패전국의 모습이요, 절망의 끝의 자리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야훼의 말씀이 임하고 바람과 같은 기운이 불어오더니 그 뼈들에 살이 붙고 힘살이 붙고 뼈가 서로 붙고 가죽이 붙더니 결국 커다란 살아 움직이는 무리를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며 어리둥절해 있는 에제키엘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 이제 무덤을 열고 내 백성이었던 너희를 그 무덤에서 끌어 올려 이스라엘 고국 땅으로 데리고 가리라.” 그런데 그 이스라엘이란 남북으로 갈라진 분단왕국이 아닌 하나의 통일왕국을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이렇게 명령하십니다. “너 사람아, 나무 막대기 하나를 취하여 요셉과 이스라엘이라 쓰고 다른 한 막대기에는 유다와 이스라엘이라 쓰고 이 둘을 하나가 되게 잡고 있으리라. 다시는 두 민족으로 갈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반으로 갈라져 두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이면 625전쟁 휴전협정 60주년이 됩니다. 에제키엘에게 보여주셨던 그 환상과 그 말씀의 능력이 오늘 우리 가운데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여기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라고 새겨진 한 막대기가 있고, <대한민국>이라 씌여진 다른 막대기가 있습니다. 이제 야훼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이 둘을 하나로 묶어 십자가를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창조의 주, 역사의 주이신 야훼 하느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약속하십니다. 다시는 두 민족으로 갈리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반으로 갈라져 두 나라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 함께 주보에 끼여 있는 남북평화통일주일 기도문을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