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같은 근원에서 나오다(세계성찬주일)

1:1,2 2:1-10; 26; 1:1-4, 2:5-12; 10:2-16

 

오늘은 세계성찬주일로 세계의 모든 교회들이 한 날 한시에 성찬식을 행함으로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하나임을 고백하는 날이며 이렇게 하나 되는 운동을 에큐메니칼 운동이라고 부릅니다. 이 운동에 동참하여 우리 향린공동체교회는 10년 너머 이 특별한 예배를 함께 드려오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칼]

 

이 세계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고백하는 수많은 교회들이 있지만, 가장 크게 보면 Catholic church(가톨릭)Orthodox church(정교회)Protestants church(개신교) 세 개가 있고, 이 세 교회가 합의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 성찬식에 대한 교리입니다. 가톨릭은 사제가 떡과 잔을 축사하는 순간 본질상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화체설을 믿고, 개신교는 이를 하나의 기념으로 고백하며 정교회나 루터교, 성공회는 이 중간의 각기 다른 지점의 교리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약 6억 명이 가입되어 있는 세계교회협의회에 정교회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성찬교리에 대한 불일치로 말미암아 세계교회협의회 총회 예배에서는 성찬식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대신 성찬을 상징하는 형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따지고 보면 개신교 안에도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성결교 그리스도교 순복음 침례교 등등이 있고 남한 장로교단만 하더라도 기장 예장 통합 합동 개혁 대신 등등 무려 200개나 넘는 교파로 분열되어 있고 우리가 속한 기장만 하더라도 남한에서는 가장 진보적인 교단이라고 불리지만, 그 안에서도 향린공동체 교회들은 더 진보적인 교회로 불리고 있어 우리가 향린교회를 다닌다고 하면 다시 한 번 얼굴을 쳐다보고 제가 향린교회 목사라고 하면 아 그렇습니까?’ 하며 반응이 색다릅니다. 물론 우리 4 교회도 각각의 특징들이 있습니다.

 

진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우리 향린공동체교회들은 그런 자리매김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매순간 과연 우리는 진정 진보적인가? 하는 성찰의 물음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진보는 분열하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왜 분열합니까? 이는 나만이 옳다고 하는 자기중심 때문입니다. 저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진보는 인간과 사회를 더 넓고 더 크고 더 깊고 더 길게 바라보는 견해이고 보수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현재 눈에 보이는 것만을 생각하는 견해라고 정의합니다.

 

[진보는 더 크게 합류하는 것]

 

그렇기에 진보는 태생적으로 소수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며, 정체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배우고 훈련하는 노력을 계속함으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변혁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를 내려놓는 훈련을 해야 하는 것이며, 자기를 내려놓는 사람은 상대를 존중하게 되고 상대를 존중하게 되면 분열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보는 분열한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며 오히려 진정한 진보는 차이를 넘어 더 크게 하나 되어가는 운동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마가복음 바로 앞 구절에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제자 요한이 예수께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어떤 사람이 선생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우리와 함께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말리지 말아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는 사람이 나를 욕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초대교회에도 예수를 따르는 공동체들 사이에 누가 정말 예수의 진정한 제자들이 모인 공동체냐? 하는데 대한 갈등이 있었던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에 마가는 예수 이름으로 모이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하나라고 하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마칩니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라고 하여 너희에게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의 상을 받을 것이다.”

 

이 구절이 뜻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요즘 말로 하면 어떤 교회가 어떤 교단이 진정 예수를 따르는 교회이고 교단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 교회나 교단이 가르치는 교리나 성서 해석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물 한잔을 주는 신앙의 실천 행위에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의 마음과 개방성]

 

오늘 복음서 본문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어린이와 같이 순진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나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코 거기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여기의 어린이와 같은 마음을 공동번역성서에서는 순진한 마음이라고 번역해 놓았는데, 이는 원래 그리스원본에는 없는 단어를 첨가해 놓은 것입니다. 어린이의 특징을 순진(純眞)한 곧 순수하고 참된 마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 말보다는 개방(開方)성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는 어린이는 누구와도 함께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반면에 어른들은 상대방의 학력 이념 부 직업 등등의 여러 가지를 놓고 판단한 후에야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향해 자기 기준과 판단을 유보하고 무엇이나 수용하는 활짝 열려 있는 넓은 마음 이것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어린이를 상징하는 마음입니다. 독일어로 하느님의 계시를 Offenbarung 이라고 하고 개방성을 Offentlichkeit 라고 하는데, 이는 모두 열리다에서 나온 말로 신앙적으로 깊은 연관성이 있는 단어입니다.

 

[다 같은 근원에서 나오다]

 

히브리서 기자는 오늘 세계성찬주일에 관련되는 매우 중요한 신학 선언을 하고 있는데, 그건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구원의 창시자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나 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거룩하게 된 우리 모두가 다 같은 근원에서 나왔다고 고백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근원에 있어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존재이다. 이는 정말 놀라운 신앙의 통찰이자 신학 선포입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우리 또한 예수와 같은 하느님 나라 운동을 실행할 수 있는 힘 있는 존재라는 말이고 이는 또한 창세기 1장에서 이미 선포한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거룩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말입니다. 인도나 네팔에 가면 서로를 향해 합장을 하면서 나마스떼라고 인사합니다. 그 말의 뜻은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인사한다.’는 말입니다. 당신을 내 눈에 보이는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당신의 내면 곧 하느님의 자녀임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이 시간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면서 나마스떼라고 인사하겠습니다.

 

성찬식이 영어로는 Holy Communion, Eucharist, Sacrament, the Lord's Supper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Communion 함께 떡을 나눈다라는 말로 공동체성을 강조합니다. Eucharist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신앙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찬식을 처음 시작할 때, 하는 말은 주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감사의 떡을 손에 드시고입니다. Sacrament'성례'라고 번역되는 라틴어로 개신교회에서는 성찬식과 세례 두 가지를 말하는데, 이는 본래 로마군인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충성 맹세할 때의 선서를 두고 한 말입니다.

 

the Lord's Supper는 말 그대로 주님의 저녁식사를 말합니다. 성만찬이라는 말에서 만짜가 풍성한 만짜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녁()짜입니다. 영어에는 저녁식사를 뜻하는 또 다른 단어 dinner가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디너는 잘 차려진 식탁을 말하는 것이고 서퍼는 매우 간단한 식사를 말합니다. 주님의 저녁식사를 디너라 말하지 않고 서퍼라고 표현하는 것은 간소하게 차려진 가난한 자의 식탁에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우리가 행하는 성찬식은 단지 예수의 살과 피를 나눈다는 예배의 한 예식이 아니라 이 안에는 매우 다양한 신앙의 전통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나를 기억하고 기념하라는 말은 단지 예수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념한다는 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갈릴리에서의 선교 활동과 그로 인한 예루살렘에서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 로마라는 국가권력의 폭력에 의한 희생을 기억한다는 말이며 단지 일 년에 몇 번 교회에서 행하는 성찬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집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나누는 식사 그 자체가 거룩한 감사의 식탁임을 고백하는 것이고 나아가 다시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며, 성령과 더불어 오늘의 갈릴리 하느님 나라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신앙실천운동인 것입니다.”

 

[성찬은 곧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의 동참]

 

그래서 오늘 우리는 단지 떡과 잔을 나눌 뿐만 아니라 기도문을 이용한 상징 행동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보시대로 제단 위에 4개의 상징물이 있습니다. 첫째는 시리아의 난민들입니다. 4년전 아사드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과 서방이 일으킨 전쟁으로 말미암아 시리아는 세 개의 다른 정권이 지배하는 분열국가가 되어 나라 전체가 전쟁터로 변했으며 오늘도 미국과 러시아의 비행기가 서로의 적들을 향해 폭격을 하고 있습니다. 절반 이상의 국민 800만 명이상이 나라 밖으로 나가 난민이 되었으며 유럽에는 이런 난민처소들이 마치 동물들의 사육장 같은 처참한 모습입니다. 이외에도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팔레스틴의 수많은 난민들이 머물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제국주의 패권국가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아픔 당하는 민중들과 함께 하겠다고 하는 신앙의 고백입니다.

 

둘째는 세월호입니다. 이 또한 국가폭력이 저지른 일로 9명의 시신을 구하는 일과 배의 온전한 인양,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이루어지는 일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는 신앙고백입니다.

 

셋째는 우리 남한이 세계 제1의 자살률 국가로서 이 땅에는 신음하는 수많은 민중들이 있는데, 이중 평생을 일하던 직장에서 비정규직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했는데, 이 억울함을 하늘에 호소하기 위해 고공에 올라가 있습니다. 이 땅의 낮은 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신앙고백입니다.

 

넷째는 우리나라의 모든 모순과 부조리의 원인이 되고 있는 남북분단을 끊고 평화통일을 위해 일하겠다는 신앙고백입니다. 여러분이 이 상징물 위에 직접 기도문을 붙이셔도 되고 그 사이에 연결된 끈에다 붙이셔도 됩니다. 붙이시고 나서 약 10초간 그 앞에서 짧게 기도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성찬식과 신앙고백을 준비하면서 잠시 침묵으로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