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평택촛불집회 929일째)

안녕하세요.

제가 교회 대표 몇 사람과 함께 여러분을 처음 뵌 것이 2005년 1월 중순경이었습니다. 추운 겨울날 대두리 마을 감리교회 앞 길가에 비닐 천막을 칠 때였습니다.

전 그때 130일 째 이어오는 여러분들의 끈기와 항거에 조금 놀라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평통사를 제외하곤 외부의 별다른 관심도 없었을 때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 땅을 지키러 온 미군이 필요로 하면 땅은 줘야지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있었고 여러분의 투쟁은 얼마가지 않아 저절로 사그라지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또한 그 투쟁이 그리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는 난로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점차 여러분의 투쟁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땅에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높아지고 미군이 이곳에 기지를 확장하는 이유가 우리 남한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견제하고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적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이 투쟁은 점점 강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군과 국방부가 발표하는 전략의 유연성이라고 하는 것, 전략이니 유연이니 하는 말은 다 개뼈다귀 같은 말로 국민을 속이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곧 알게 된 것입니다. 아직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곳에 미군기지가 확장이 되어 이곳에 미군이 많아지고 미사일이 많아지면 한반도에 평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전쟁의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단지 보상을 더 많이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하여 왔던 것입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틀립니까? 그래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돈 얼마 더 받자고 이 고생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정부나 언론은 그렇게 우리를 그러한 파렴치한 사람으로 만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통이 더 터진 것입니다. 인텨뷰를 해도 말을 바꿉니다. 그래 이제는 우리는 압니다. 정부도 믿을 수가 없고 언론도 믿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렇지요?

제가 듣자 하니 보상을 빨리 받아 나간 어떤 사람은 아파트에 재투자를 잘 해서 그 아파트가 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잘못생각하면 ‘아 나도 진즉에 그렇게 할 것 그랬다. 뭐 싸워봤자 남은게 뭐 있나? 남은 건 상한 몸과 마음뿐이구나...’ 혹 이렇게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 인생을 오래 사셨으니까 새옹지마란 말을 다 아실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은 복인 것 같아도, 사실 그게 복이 될지 화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여러분이 보상금을 일찍 받아 아파트에 투자를 해서 그 아파트가 올랐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 아파트 죽을 때 지고 갈 것입니까? 아니지요. 대부분 아들딸에게 주고 갈 것입니다. 그런데요 제가 50년 넘게 살아보고 오랫동안 목회를 하면서 보니까 얼마 되지도 않는 부모님들의 그 알량한 재산 때문에 자식들의 의가 다 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그런 말 자주 합니다. 자식들에게 유산 남겨 줄 생각하지 말고 있는 대로 다 쓰고 가라.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실컨 사먹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쓰고 싶은 데로 다 써라. 그래도 남으면 사회에 기부하고 가라고 그럽니다.(교인들은 이럴 때는 아멘 좀 하세요.)

공자선생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불교 또한 진리 하나를 깨닫기 위해 출가를 하여 가족을 버리지 않습니까? 예수께서도 비슷한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전 여러분들을 다르게 봅니다. 3년 전 처음 시작할 때는 보상 제대로 받겠다고 시작한 이 투쟁이 이 땅의 평화를 지키려는 평화운동으로 변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여러분들은 모두 평화의 투사가 되었고 평화의 지킴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노라 몸도 마음도 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여러분은 평화의 동지를 얻지 않았습니까? 인간이라고 하는게 제 혼자 먹고 입는 것만 생각한다면 그건 짐승과 별반 다를 게 없지요. 그러나 여러분은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것 마을공동체라는 그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이웃이 무엇인지? 평화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인생의 깊은 진리를 깨달은 것입니다.

여러분은 돈과 권력에 굴복하지 않은 의로운 승리자들입니다. 인생에 있어 이 보다 더 큰 성공은 없습니다. 이 보다 더 큰 승리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곳을 지켜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했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처음 촛불을 켜신 그날부터 여러분은 이미 승리하신 것입니다.

물론 몇 년 후면 이곳에 미군들이 사는 막사가 세워지겠지만, 그렇다고 미군들이 영원히 이곳에 머물 수는 없습니다.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떠날 때가 올 것입니다. 또 미국이란 나라도 지금은 세계 최강이라고 우쭐되지만, 그것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 역사는 말합니다. 인간이 세운 것은 모두 다 때가 되면 무너지게 되어 있다고 하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그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힘으로 내어 쫓은 불의한 세력들에게는 그 고통이 돌아간다는 사실을.

이 모든 불의한 것들은 지금은 승리한 것 같지만 곧 사라집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이 태운 촛불입니다. 이곳의 평화집회에 참여하고 촛불집회에 참석한 수천수만의 사람들 마음속에 심어진 평화의 기도는 영원합니다. 이곳 농협 창고에서의 촛불은 꺼질지 몰라도 여러분의 촛불은 이곳저곳에 퍼져 나갔습니다. 광화문에 시청 앞에 대학로에 곳곳마다 여러분의 촛불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촛불을 켜심으로 이 땅에 영원히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대추리 도두리는 평화의 상징이 되었고 여러분은 최후의 승리자가 된 것입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평화가 무엇인지 그리고 평화를 어떻게 이루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분은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말로 가르치지는 않으셨지만 몸으로 가르치셨습니다. 여러분은 육신의 자식들만 낳으신 것이 아니라, 평화의 지킴이라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낳으셨습니다. 겉으로 보면 잃어버린 것이 많지만, 실상 속으로 보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땅도 집도 잃었지만 여러분은 사람을 얻었고 진리를 얻었습니다.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몸소 터득했습니다. 이것보다 인생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실상은 대추분교도 그냥 서 있을 때보다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포그레인에 의해 무너졌을 때에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많이 기억하는 남한의 초등학교가 어디일까요? 서울에 있는 남대문초등학교입니까? 부산에 있는 해운대초등학교입니까? (확인해보지 않아 그런 초등학교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사실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 이름을 잊어버렸습니다. 을지로 동대문 운동장 옆에 있어 차로 타고 가끔 정문 앞으로 지나다니긴 하는데 아직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하고 있고 굳이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만, 앞으로는 누가 어느 초등학교 졸업했느냐고 물으면 대추분교라고 대답할 예정입니다. 여러분이 허락하시겠지요. 대추분교는 어쩌면 가장 적은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 중 하나이고 지금은 그 건물도 부서져 없어졌지만, 남한 땅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학교가 되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준 학교가 되었고 앞으로도 영원토록 그 이름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추리도 이제 장소를 옮겨 그 이름이 계속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주한 후에 그 마을을 대추리로 이름을 바꿀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에 제가 교회를 개척한다면 대추향린교회라고 짓고 싶습니다. 허락하십니까? 또 과거 여기서 모인 평화집회나 촛불집회에 참여하신 어떤 분이나 여기 평화지킴이로 투쟁하신 분들 혹은 오늘 이 모임에 참여한 젊은 분들께서는 자신들의 아이가 태어나면 대추라고 이름을 짓기도 할 것입니다. 제가 성이 조씨라 한번 부쳐보면, 조대추 조도두 어째 듣기가 괜찮습니까?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의 투쟁은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고 여러분의 이름과 이 대추리 도두리의 이름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승리한 것입니다. 게다가 여러분은 수많은 평화의 동지들을 만들어냈고 여러분의 뜻을 이어갈 수많은 젊은 평화의 일꾼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치 예수가 자신을 십자가에 죽여 수많은 예수 따르는 사람들을 만들어냈듯이 말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이곳을 떠날 때에 내 다시 돌아 오마, 육신으로 걸어오지 못한다면 평화의 혼이 되어 날아서라도 다시 돌아 오마 하고 속으로 다짐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 이곳을 떠나서도 평화를 위해 계속 일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도록 앞장 서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여러분을 본받아 평화를 위해 힘껏 일하겠습니다. 오늘 밤으로 우리의 만남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평화의 이름으로 우리는 계속 만날 것입니다. 믿으십니까? 약속하실 수 있습니까?

여러분이 만든 노랫말을 읽어드림으로 제 얘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평화가 무엇이냐'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가 원직복직하는 것이 평화
두꺼비 맹꽁이 도롱뇽이 서식처 잃지 않는 것이 평화
가고 싶은 곳을 장애인도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평화
이 땅을 일궈 온 농민들이 더 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성매매 성폭력 성차별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세상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빼앗긴 자 힘없는 자 마주보고 손을 잡자
새 세상이 다가온다 노래하며 춤을 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