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자 이 길을 - 예수께로 나아감 (2003. 7. 13 전교인수련회)

본문 : 히브리서 13장 12~13절
이와 같이 예수께서도 당신의 피로 백성을 거룩하게 만드시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영문 밖에 계신 그분께 나아가서 그분이 겪으신 치욕을 함께 겪읍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신 인민지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5년째 근무하고 있습니다. 제가 교사가 처음 되어 들었던 조언은 생긴대로 가르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자연스럽다는 것이었는데, 비단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매우 저돌적이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멧돼지같은 성품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모든 생활에서 가장 관심 있는 앞으로 나아감, 예수께로 나아가는 일에 관하여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이른바 `모태신앙인`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아무런 의심 없이 하느님이 늘 우리와 함께 하심을 믿으면서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8년 전,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담임 목사가 부자 세습을 하면서 벌어지는 교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너무도 가까이에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우리 가족은 큰 상처를 받으며 각자의 교회를 찾아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2년 정도 엄청난 방황과 말할 수 없는 불화 속에서 하마터면 신앙을 잃을 뻔한 일도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등학교 은사선생님이셨던 이건칠 집사님의 소개로 향린교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권유를 받아 향린교회에 오긴 왔었지만, 그동안의 고통과 교회에 대한 불신이 마음 가득히 남아서, 뭐 이 교회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하며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일, 성찬식이 있었습니다. 성찬식에는 향린교회 신앙고백의 전문을 요약하여 교독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다같이 읽는 그 기도문에 제가 늘상 고민하던 앞으로 나아감, 예수께로 나아가는 길에 대한 제시의 글을 읽고, 큰 감동과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스스로 향린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무리 현실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으며 마지막 날이 올 때까지 오로지 "예수께서 당한 수치를 걸머지고 영문밖에 계신 그에게로 나아가는" 일을 계속할 따름입니다. 아멘.

그런데 이 기도를 하면서 마음 한구석 질러놓았던 빗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든 대목은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무리 현실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으며" 였습니다.

과거에 다니던 교회에서는 자신의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아주 개인적인 문제나 어려움-이를테면 사업이 잘 되게 해달라, 자녀가 좋은 대학 가게 해달라, 건강하고 잘 살 수 있게 해달라 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보다는 예수님의 재림과 심판을 대비하기 위한 신앙생활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죄를 짓는 것은 아닌지, 이러면 심판을 받는 것은 아닌지 늘 다른 교인들의 눈치를 보거나 가식적인 행동으로 위장한 채 경건한 교인인 척 살아야 했습니다. 주일에만 교인이고, 평일에는 나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는 나를 보면서 스스로 경멸감을 많이 느꼈고, 그 때문에 내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미래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가질 수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뻤습니다. 단지 심판 받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삶을 즐겁게 영위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나의 개인적인 현실을 개선해보려 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문제나 사회의 문제를 치유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열심을 내고자 하는 신앙고백과 그런 일을 하는 교우들의 삶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다른 교회에 비하여 경제생활도 윤택하고 교육수준도 높고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진 교우들이기에 "아무리 현실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않으며"라는 고백을 하고 실천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예수께서 당한 수치는 제가 아는 대로라면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여 죄를 사하신 것이지요. 어떻게 수치를 걸머지고 예수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 하고, 제 생각의 그릇으로 내릴 수 있는 최상의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라는 깨달음. 인간인 나는 불완전하고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늘 고백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해지려 노력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기를 갈망하면서 끊임없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예수께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교회 갱신의 정신도 여기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역시 부족함을 늘 인식하고 지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이 세계의 현상질서를 하나님의 나라, 새 하늘과 새 땅에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해서도 구체적친 실천이 늘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향린 교회만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실천하는 곳이 있느냐는 말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예수님께 나아가기 위해, 좀 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여 고치려 애쓰며, 스스로 참여하여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모색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제가 생각한 향린 공동체가 함께 가야할 미래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