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창조하신 하느님,

창조절 6번째 주일, 맑은 하늘, 선선한 날씨, 세상을 물들이는 당신이 주신 아름다운 계절 가을을 느끼며 향린의 식구들이 예배당에 모였습니다. 지난 한 주간 우리의 삶이 어떠하였는지 주님의 잣대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힘들었던 마음에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얻고 예수를 따르겠다는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지는 이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 주옵소서.

아름다운 가을의 한복판, 하지만 지난 달 경주지역에 여러 차례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주에는 울산-부산-제주도에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컸습니다. 9월 초에는 북한 두만강 지역에는 태풍으로 사상 최대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자연의 압도적인 힘 앞에서 인간이 늘 겸손함을 배우면서 이 어려움을 서로 도와 이겨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얼어붙은 국제정세와 남북의 대결구도를 뚫고 우리 교회를 비롯한 종교계가 앞장서서 식량과 피해복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앞길을 밝혀 주옵소서.

 

생명의 하느님,

아직도 9명의 시신이 있는 세월호를 인양하지 않은 채, 대다수가 고등학생인 304명의 소중한 생명을 수장시키고도 2년이 넘도록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근본적인 안전대책 수립은커녕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한 현 정권,

생명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쓰셨던 농민 백남기 선생이 살인정권의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신 것이 누가 봐도 명백한 것을, 상황속보를 숨기는 경찰청장이나 진단서에병사라고 쓰는 서울대병원 의사를 보면서 박근혜를 비롯한 이 사회의 집권층, 주도층이라는 세력이 정말 일말의 양심도 없는 자들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그분과 함께 죽었으니 그분과 함께 살 것이고 우리가 끝까지 참고 견디면 그분과 함께 다스리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진실하지 못해도 그분은 언제나 진실하시니 약속을 어길 줄 모르시는 분이십니다." (디모데후서)

 

디모데후서의 오늘의 성서본문을 묵상하며, 너무나 답답한 세상에서 우리가 믿음이 부족함을 깨닫습니다. 사도 바울로의 믿음이 우리의 믿음이 되게 하옵소서. 천 년을 하루같이 기다리시는 하느님처럼 이 세상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해 예수께서 가셨던 좁은 길을 묵묵히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주여 우리를 이끌어 주옵소서.


지난 107일은 3년 전 우리의 사랑, 남한 사회의 평화와 통일의 지도자 홍근수 목사님이 당신의 부르심으로 우리를 떠나가신 날이었습니다. 정권의 위협이나 경제생활의 문제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일생을 우리 사회의 약한 이들의 편에 서셨던 홍근수 목사님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향린교회가 있을 수 없음을 생각하며 홍 목사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은혜에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우리가 기도하고 지혜를 모아 우리에게 주신 선교적 과제를 잘 이뤄 나가겠습니다. 우리와 항상 함께하여 주옵소서.

향린교회를 세우신 하느님,

개인적으로는 향린교회에 와서 책임을 맡아 일을 한 지가 어언 26, 교회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전체 교우들 중 청년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고, 민주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20-30대 청년의 자리를 배정해 줬지만, 각종 회의와 위원회에 들어간 한두 명의 청년들은 숫자도 많고, 경험도 많고, 목소리도 큰 아저씨들에게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가 우리 교회의 기득권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청년들에게 의미있는 교회가 되도록 조직, 회의, 예배, 프로그램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랑 향린교회가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됩니다. 새로운 목회자를 모시는 과정 역시 우리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해 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오늘 오후 향린동산에서는 새단장예배를 드립니다. 창립자들과 선배들이 공동체의 꿈을 가지고 만들었던 향린동산이 많은 고민 끝에 관리부를 비롯한 많은 교우들의 헌신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향린교회의 수양관을 넘어서, 이 어둠의 시대에 하느님 나라 운동의 근거지가 될 수 있도록 주께서 축복하여 주옵소서.

아침 저녁으로 날씨 변화가 큰 시기에 교회의 어르신들과 몸과 마음이 아픈 교우들을 위로하여 주시고, 강건함을 되찾을 수 있도록 보살펴 주옵소서. 자라나는 유아, 어린이, 청소년들이 몸과 함께 신앙도 자라서 우리 교회와 사회에 훌륭한 일꾼으로 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업과 생활, 미래의 불안으로 걱정하는 청년들이 닥친 어려움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침체한 경제와 고용환경에 힘들어하는 기성세대, 쑥쑥 커버린 아이들에게 치여 마음 고생하는 부모들을 위로하여 주옵소서.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은총을 내려 주옵소서.

 

이 한 시간 예배를 드립니다. 몸과 마음이 아파서, 경제사정으로, 군복무, 직장, 유학, 여행 등 여러 사정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우리 교우들, 예배를 준비하는 손길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는 이들, 이 자리에 모여 참된 마음으로 예배 드리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부터 내리는 위로와 은혜의 시간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이제 우리의 입을 닫고 마음을 엽니다. 주님의 음성을 들려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