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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중 정말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고,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는, 아마도 진실과 정의에 대한 왜곡(歪曲)과 호도(糊塗)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진실과 정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 진실과 정의를 무시당하고 은폐 당한다면,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립과 갈등의 양상 또한 각자 나름대로의 진실과 정의의 충돌로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이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내가 옳고 상대방이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수많은 대립과 갈등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품고 있는 생각들, 그리고 각자 생각하고 있는 어떤 사건의 본질에 대한 자기 자신의 주장이 참된 생각이고 정의라고 주장하는 것이며, 이는 섣불리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운 상황이 되기 일쑤입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한 발짝 물러나서 판단해 본다면, 그리고 도도히 흐르는 역사라는 이름의 강물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진행되며 수없이 발생했던, 이런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들을 하나하나 걸러내어 본다면, 어느 쪽이 옳았고, 어느 쪽이 옳지 못했는지 판단할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1920년 1월에 발효된 금주법.


금주법 때문에 무허가 술집이 속출하고, 그 술집에서 본격적인 재즈 열풍이 불었으며, 그 유명한 <알 카포네>가 암흑계에 군림, 갱들 사이의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횡행하였던, 부정과 부패와 무법이 판을 치던 1920년대의 미국.


LA에 아들과 단둘이 살고 있는 <크리스틴>은, 어느 날 직장의 급한 사정으로 인해 아들과 놀아주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어쩔 수 없이 직장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아들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녀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이런 실종사건은 대부분 아침에 아들이 돌아오며 종결되니까 그냥 기다려보라는 무성의한 경찰의 대응뿐입니다.


결국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버리게 됩니다.


경찰에 대한 언론의 비난이 점점 가중되는 가운데, 어느 날 아들을 찾았다는 경찰청의 소식에 <크리스틴>은 한없이 기쁜 마음으로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차역으로 향하지만,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들 <월터>가 아닌, 정체불명의 소년입니다.


아들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크리스틴>에게 경찰은 강압적으로 아들이 맞다고 하며 오히려 그녀를 정신병자로 몰아세웁니다.


외롭게 투쟁을 벌이는 그녀에게 지역의 시민운동가 <브리그랩>목사가 도움의 손길을 주고, 이제 그녀는 <브리그랩>목사와, 그녀를 돕는 수많은 LA 시민들과 함께, 부패한 LA시와 경찰 권력에 대해 맞서기 시작합니다.



거장(巨匠)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감독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 느릿하고 장중한 화면전개를 보여주지만, 관객들에게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긴박감을 선사한, 절묘한 연출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잔인한 영상 한번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소름끼치도록 잔인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사건전개는 느릿느릿하기만 하고 결코 빠른 편집과 화면전개가 없으면서도, 관객들은 시종일관 손에 땀을 흘릴 정도의 긴박감을 맛보았으니, 가히 절정의 연출력이라 아니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법정에서의 공방전과 다른 사건이 동시에 해결되는 장면에서의 교차편집은 너무나 절묘해서, 마치 현란하고 화려한 액션영화 한편을 보는듯한 느낌을 줄 정도였습니다.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는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절절히 잘 연기해 내었고, 그녀 특유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며 <크리스틴>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제가 좋아하는 사랑스런 커플,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안젤리나 졸리>가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면... 하고 바랬는데, 조금 아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영화는 부패한 권력이 얼마나 국민들을 쉽게 통제하고 싶어 하는지, 그리고 권력을 남용하고 싶어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상에,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에게 가출한 아이를 데려다주며 아들이라고 우기고, 또 이에 항의하는 어머니를 정신병자로 몰아세우며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만행을 어떻게 저지를 수 있을까요?


게다가 연쇄 살인마가 마음껏 횡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인마에 대한 단서를 확보한 수사관의 의견을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려 하고, 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려 하면서, 결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부패한 권력의 모습은, 마치 우리나라의 군사독재정권의 모습과, 그리고 현 정권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습니다.


영화는 나름 희망적인 결말로 끝을 맺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습니다.


1920년대의 미국은, 결국 사회적 자정(自淨) 기능이 발동되어 부패한 권력이 철퇴를 맞았으나, 2009년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된 일인지 점점 시대를 역행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발 제 생각이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사족(蛇足)....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며,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유명한 격언을 현 정권이 한번쯤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