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Up the pices!
학창시절, 뉴스위크란 잡지를 열심히 읽으면 영어를 잘할 거 같아 정기 구독을 했습니다.
열심히 안해서 인지 아직 거기서 거기지만....
공부할때 잘 안풀리던 숙어가 있었는데 바로
Pick Up the pices! 였습니다.
알고보니, 다시 시작하다는 뜻이라는 군요.
재밌었습니다. 깨져버리고 부서져 버려 종료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려면 그 조각들을 다시 줏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외우니 아직 기억에 남아 있더군요.

오랜만에 향린 홈피를 뒤적대다가 제 이름이 달린 글밭을 찾아냈습니다.
개편 이전에 자청 타청으로 마련된 글밭이었는데 개편때 다시 신청 안해 없어진줄 알고 있었거든요.
그전엔 글이 좀 있었던 거 같은데 쓸쓸히 하나만 남아 제 글밭을 지키고 있군요
그래서 제 글밭을
Pick Up the pices 하려고 합니다.
마음은 급하고 글은 안써지고...할 수없이
지난번 평통사 잡지 '평화누리, 통일누리'에 썼던 인도 열차 기행 얘기로 시작하렵니다.
재밌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3
년 만에 다시 찾는 인도!

그 불편함과 더러움과 무거움을 견뎌내야 했던 기억들을 이미 잊었는지 다시 가겠다고 선뜻 나섰다.

그나마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며 여행 내내 무겁게 짓누를 가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잔머리를 굴린다.

같이 갈 팀들은 예수살이 공동체란 카톨릭 공동체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같이 가는 사람 20명 중 19명이 카톨릭이니 종교적으로는 완전히 포위된 샘이다.

나야 만들 다큐멘터리 촬영과 2006년 만들기 시작한 작품의 완성을 위해 간다지만 이들은 뭐가 좋아 시간과 비용을 들여가며 인도를 찾는 걸까?

 

비행시간은 꼬박 11시간그러고도 중간 기착지 싱가폴에서의 3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비행시간만 긴 게 아니다.

기차시간은 최소 16시간 짜리와 최대 24시간 짜리, 그것도 연착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이다.

덜커덩 거리는 차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도 최소 10시간….

이 긴 여행 끝에 달려있는 불편한 인도!

그 인도를 보고 느끼고. 듣고…. 그리고 만지러 간다.

그러나 직접 보고, 듣고, 만지기 전까진 그런 불편함은 불편함 축에도 못 낀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델리에서의 첫날….

13시간 이상을 내어준 비행시간 때문에 하루를 꼬박 도둑 맞은 듯하다.

10시에 도착한 공항에 일행 수에 비해 쓸데 없이 큰 버스가 한참 만에 도착했다.

5분만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한 지 아마 30분은 지났을 것이다. 이건 애교다.

덜컹거리는 어두운 밤거리를 한 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호텔로부터 약 1키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

길이 좁아, 쓸데 없이 큰 버스가 더 쓸데 없어 지는 순간이다.

무거운 짐들을 낑낑 메고 도착한 호텔은 그야 말로, ‘인도는 스스로를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호텔이었다.

 

이틀간의 델리 관광을 마치고 간디가 마지막으로 아쉬람(공동체)을 만든 세바그람으로 가는 열차!

열차다! 이제 또 한번 인도를 맛 볼 차례다.

기차 시간은 저녁 9시반, 하지만 인도에서의 열차는 기다림이다

2006년에 왔을 때 기차를 5시간 동안 기다려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 이상을 기대하지 말란 법도 없다.

역시 또 기다림이다.

인도에서의 기다림은 그 동안 바쁘게만 살아오느라 쫓아오지 못한 영혼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 아닐까?

대합실은 물론 플랫포옴까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이미 대부분 이부자리를 피고 누웠다. 처음 기차를 탈 땐 이들이 다 노숙자 인줄 알았다.

기다림에 익숙해진 그들만의 습관이고 문화라고 할까?

다행이 기차는 제 시간보다 한 시간 늦은 10시 반에 도착했다.

오후나 저녁에 떠나 아침이나 오전 중에 도착하는 열차가 걸리면 행복하다.

아침 일찍 떠나 다음날 새벽 서너시 쯤에 도착하는 열차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 열차가 이번 여정 중에 도사리고 있다.

그게 두번째 열차였는데 어쩐지 잘 버텼다 싶었다.

정작 사건이 터진 건 이번 세 번의 기차 여정 중 마지막 기차 여정에서였다.

강가(갠지스)의 성스러운 기운으로 유명해진 바라나시에서 꼴카타(캘커타)로 가는 기차의 출발 예정시각은 원래 오후 4시반이었다. 처음엔 두시간 정도 늦는다고 했을 때도 반신반의 했지만 4시간 반을 늦길 바라진 않았다.

버릇없으면서도 뻔뻔스러운 이놈의 기차는 4시간 반을 늦었으면서도 우리가 탈 객차의 순서를 뒤바꿔 놓아 이리뛰고 저리뛰게 만들기까지 했다.

기진맥진 올라타 한숨을 돌리니 엄지 발가락이 부어 오른다. 30키로그램이 넘는 중량의 짐을 들고 이리뛰고 저리뛴 결과일 거다.

하지만 단순한 인간 본성은, 식어버린 밥이지만 배를 채우고 다리도 제대로 못 펴는 침대지만 침낭을 꺼내 자리를 만드니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또다시 괴롭히는 건 델리의 크랙션 소리 만큼이나 짜증나는 잡상인들의 호객 소리

그와 함께 박자라도 맞추는 듯 각양각색 걸인 들의 구걸이 이어진다.

인도에서의 기차는 개찰구에서 차표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개나 소나 다 들어가는 플랫포옴이다.

그리고 정말로 소가 플랫포옴에 버젓이 앉아 있다.

게다가 고가도로를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가운데 플랫포옴에도 소가 앉아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아직까지 기차에 올라탄 소는 보진 못했지만 객차 내엔 다양한 걸인, 상인, 승객 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기차에 올라탄다.

이때 기차는 그 인간 각자 각자의 삶의 한 단면이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호화 객실에 몸을 싣고 시중을 받으며 여행하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더럽디 더러운 객차와 객차 화장실 사이 조그만 공간에 몸을 의지하고 자는 걸인이나 사두(무소유의 수행자)을 하며 돌아다니는 들이 있다.

사두 들이야 종교의 수행을 위해 고행을 하며 돌아다니느라 그렇다지만 내가 뭐가 그들보다 나아서 버젓이 객차에 좌석표를 부여 받아 편히 가고 그들은 좁고 더러운 공간에 의지해서 가는지


인도의 기차는

오늘도 각양 각색의 인생을 싣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