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이라고 할 건 없지만... 영화를 '읽은' 독후감 정도로만 봐주십시오
이 게시판의 이름이 '자유게시판'이기 때문에 어떤 주제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써봤습니다. 요새 하두 글을 못올려서...


강제규는 역시 대단했다.
남북으로 나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이념을 초월한 사랑을 그리더니
이번엔 형제애와 가족애를 그렸다.
스케일 면에서도 무려 147억이란 거금을 쏟아 부으며 과감하게 한국영화 시장을 공략한 흥행 성적표는 첫주 3일만에 전국 180만 관객동원이란 기록을 세워 또한번 신기록을 경신하였고 625전쟁이란 역사적 기록 안으로 밀어넣은 두형제와 그들 가족의 드라마는 흠잡을데 없이 깔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제 충무로에서 그가 움직이면 투자도 따라갈 것이고 그가 만지면 기록도 다시 세워질 것이라고 예언해도 무방할 듯 하다.
은행나무 침대로부터 쉬리,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야구로 치면 3할대만 해도 잘친다는데... 이 감독은 10할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연출안하고 제작만한 것 까지 치면 떨어지지만...

그의 성공요인이 뭘까?

강 감독은 전투영화가 아닌 전쟁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며 전쟁영화를 만들되 영웅을 중심으로 한 영화가 아닌 전쟁에 처한 소시민을 그린 전쟁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씨네21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감독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민족의 비극인 6.25 전쟁의 소용돌이에 두 형제, 아니 한 가족을 몰아 넣을 수 밖에 없었고 드라마를 위해 진태(장동건)를 형제, 아니 가족을 지키는 수호천사로서 영웅화 시키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물론 이 영화에서의 전쟁영웅은 지옥의 묵시록에서 처럼 광기어린 캐릭터나 람보처럼 단무박(단순 무식하지만 박력있다) 캐릭터는와는 거리가 멀다.
일단 진태는 자기 희생적이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라도 자기 동생이나 가족은 살아야 한다.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이 말해준다.
전쟁영웅 진태는 영웅이 되고 싶어 된 것이 아니고 영웅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된 것이다. 그러나 영웅이 된 진태는, 영웅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 - 동생 진석(원 빈)이나 가족을 지키는 - 가 사라져도 여전히 영웅으로 남아있다. 남쪽에서건 북쪽에서건 싸움 잘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인지 아님 '영웅' 해보니까 좋아서인진 몰라도 말이다.
어쨌든 능력이나 운은 있나보다. 동생 진석(원빈)을 돌려보내기 위해 태극무공훈장이 필요할때에 카메오로 출연한 최민식(인민군 소좌역)이 적절히 나타나 주질 않나, 비록 공형진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를 그리 어렵지않게 생포하여 훈장을 타질 않나, 사랑하는 여인 영신(이은주)의 부역사건이 즉결재판의 도마위에 올라 사면초가에 있을때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에서 그들을 제압하고 구출 일보직전까지 가질 않나, 퇴각하는 국방군 연대장인지 뭔지가 감금된 진석 등이 수용되어 있는 막사에 불을 지르자 돌로 그를 쳐 죽이고 인민군이 되어 깃발군 소좌로서 혁혁한 공을 세우질 않나...전쟁만 없었다면 구두를 만드는 평범한 구두가게 주인이 되어 있었을지도 모를 진태가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 능력의 우연성에 시비를 걸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기 때문에 가져야할 그 우연성의 구도와 상상력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영화는 사실 여러부분에서 제임스 카메론의 타이타닉을 연상하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917년 호화유람선 타이타닉 호의 침몰이란 역사적인 기록에 디카프리오의 계급을 넘어선 사랑 드라마를 얹은 제임스 카메론이나 1950년 한민족이란 배의 침몰 사건 속에 몰아 넣은 한 가족의 얘기를 그린 강제규 감독이나 이 시대 영화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구조에 익숙하고 어떻게 얘기 하는 것이 효과적이냐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디카프리오나 장동건, (이번엔 원빈도 끼자) 같이 잘생긴 배우가 타이타닉호의 침몰이건 한민족호의 침몰이건 그것이 없었다면 소시민이 될 수도 있었는데 그 소용돌이 속에서 영웅이 되고 - 디카프리오는 계급을 뛰어넘은 사랑을 위해 막판에 배조각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차디찬 바다속으로 사라진다. 그게 영웅이다. - 같은 주연이지만 주연보다는 약간 비중이 떨어지는 파트너가 뒤에 살아남아 회상하는 구조가 요즘 이시대 영화팬에겐 코드가 젤 잘 맞나 부다. 사건이 없었다면 소시민으로 남을 주인공들을 끄집어 내어 위기 상황에서 영웅을 만들고 그 영웅이 죽어가야 사람들이 애간장이 타니까...

하여튼 강제규 감독은 그런 면에서 성공했고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난 강제규 감독이 뭘 말하려구 했는지 모르겠다. 전쟁속에 살아남은 진석이 할아버지가 되어 전후세대에게 전쟁에 대해 이렇게 비참한 것이라고 가르치려 했는지, 아님 가족애는 이념도 뛰어넘고 종족도 뛰어넘어 남들이 죽건 말건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지...

어쨌든 강감독은 내게 말한다. 너도 관객동원 1000만이 넘는 영화를 만들려면 할리우드를 배우라고...


지금...

허우샤오시엔의 '비정성시'나 압바스키에로스타미이의 '내친구의 집은 어디에'가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