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가 펄펄 끓는다고 북새통이던 올여름, 선우 할아버지는 체면치례때문에 고생좀 했다.퇴근하면 트렁크팬티가 여름 홈패션이던 종래의 자유를 포기했어야 하니까. 선우네 세식구와 함께 여름 석달을 지냈으니 할아버지의 홈패션은 트렁크팬티는 물론 절대 금물이고 최소한 반바지라도 꼭 유지해야했다.

어느날 저녁무렵,마침 선우엄마는 외출하고 선우랑 할미랑 둘이 할아버지의 퇴근을 기다렸다.
"어이 덥다 더워. 억수로 덥제?"
집에 들어서자마자 며느리없는 행운(?)을 누릴양으로 할아버지는 거실 한가운데서 훌렁훌렁 양복을 벗어던진다. 마음 턱놓고 종래의 시원한 홈패션으로 가볼 심산이었으리오.

할아버지 반가워 쪼르르 달려가던 생후 30개월짜리 선우, 갑짜기 조막만한 두 손으로 제 눈언저리를 가리고 허리를 앙징맞게 반쯤 꺾으며 아주 높은 톤으로 비명을 지른다.
"하-버지 팬티!! 아이 징그러워!'
그러고는 팽그르르 돌아 쏜살같이 할미품에 숨었다.

"징그러워"는 언제 배워 입력해 놓았으며 하필 할아버지 팬티에 최초로 적용해보았단 말인가!

Ps:거대담론이 도도이 흐르는 향린홈에 감히 손녀이야기가 웬말이냐고 탓하신다면 기꺼이 벌금을 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