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혼자 집에 있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숨막혀 죽지않을까 겁이날만큼 덥고 덥던 며칠전, 길건너 동네에 있는 찜질방으로 피서를 간셈이었다. 혼자 이리딩굴 저리딩굴 그야말로 맥없이 시간을 죽이면서
"나도 이정도 느긋하게 살만큼 열심히 일했으니까....." 누가 뭐라나
혼자 변명까지 해대면서 한나절피서를 멋지게 누렸다.
" 온종일 더워 죽을뻔 했다"고," 우리집이 피서지"라고 우기는 남편에게 짜증(?)을 피울 뒤풀이까지 궁리하면서 호박잎 한단 사들고 집으로 오는길. 갑자기 빗방울 후두둑.. 얼른 우산 받쳐들고 바쁜 걸음 옮기는 중이었다.

"저! 사모님, 멀리까지 가시나요?"
"웬 하릴없는 남자가 나같은 여자한테도 말을건넨담? 우산 같이 쓰자고 그러나?"
짧은 순간에도 생각은 재빠르고 옆에 다가선 남자를 돌려다보니 그도 우산은 들었다. "아이고, 내 아무리 늙었기로서니.." 잠시라도 수작을 건 남자의 모양새는 참 판단하기 모호하다. 50대 후반은 되었음직하나 허튼 수작으로 사모님 부를 사람은 아닌듯도 하고, 그렇다고 뭔 포인트를 보일만큼 매력있는 사람도 아닌듯하고...
찜질방에서 나와 호박잎 사들고 저녁밥 지으러 허둥대고 걸어가는 "사모님"께 행선지는 묻고 수작을 건넨단 말인가!

그러나 순간 나의 평소 교양(!)이 순조롭게 잘 튀어나왔으니 짜증을 감추고 젊잖게 대답을 한다.
"아녜요. 저 웃동네 가까이 갑니다"
" 아 그러세요. 저 사모님 옷을 뒤짚어 입으셔서요! 상표가 밖으로 나왔거든요."
아뿔사! 무뉘 얼룩얼룩 싸구려 티셔츠는 안과 겉 헷갈려 입기 십상이더니! 에그머니나! 대로에 망신살이구나!

그러나 어쩌랴, 또 얼른 목소리 탁 낮추고 그 잘난 교양으로 위선을 떨수밖에..."아이구 어쩌나요. 감사합니다. 뒤에서 흉보셨겠네요. 부끄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