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환경주일 선언문
기후위기 비상사태, 한국교회는 작은 생명 하나까지 돌보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한국교회는 참담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합니다.
지금 우리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기후 재난 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폭염과 혹한, 폭우와 가뭄, 해수면의 상승과 해안 저지대의 침식, 토지의 황폐화와 식량생산 감소, 병충해와 인수공통 감염병의 확산, 대규모의 산불과 산호초의 괴멸, 그리고 이로 인한 생태계의 붕괴와 생명다양성의 저하, 기후난민의 발생과 기후불평등의 심화로 인해 지금 살아있는 생명들 모두는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교회는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 엄청난 재앙들로 인해 생명으로 가득했던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바라봅니다. 이 모든 일들은 산업화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함으로 발생한 것이며, 결국 우리의 무지와 탐욕의 결과 때문임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 땅의 생명을 돌보고 살피라 하신 하나님의 명령을 오롯이 감당하지 못한 교회의 나태함과 부족함을 참회하게 됩니다. 자비로우신 하나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옵소서.
우리는 성서와 신앙의 전통에 비추어 지금 우리에게 닥친 기후위기의 해결이 단지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고자하는 임시방편으로써가 아니라, 창조세계의 온전한 모습을 회복하고자하는 신앙의 결단과 공동체적인 변화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가져왔던 인간중심의 삶, 경제우선의 사회체제가 기후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임을 기억하며, 생명 중심의 삶, 생태사회로의 대전환을 이루기 위한 노력이 그리스도인들과 교회에 주어진 가장 긴박하고 가장 위중한 사명임을 고백합니다. 이제 우리는 제37회 환경주일을 맞아, 창조세계의 온 생명을 혼돈으로 몰아넣은 기후위기 비상사태 가운데 교회를 창조세계의 작은 생명 하나까지 돌보는 자로 부르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일에 모든 정성과 힘을 쏟고자 합니다.
이에 우리는 먼저 우리 사회에 간절히 요청합니다.
우선 정부가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우고 강력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수립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정파의 입장을 떠나 속히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기업, 노동자, 시민사회와 함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범국가적 협의체를 구성하여 가후위기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온 힘을 모아야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구적인 기후정의를 위해 기후난민을 지원하고, 기후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상호협력을 이끌어가며,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의 보호와 복원에 앞장서 생명다양성의 회복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해나가기를 바랍니다.
또한 우리는 한국교회의 동역자들에게 간곡히 요청합니다.
먼저 교회가 창조세계를 온전히 돌보지 못함으로 인해 기후위기를 초래했음을 고백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생태정의를 세우기 위해 앞장서 주십시오. 이를 위해 각 교단과 온 교회가 힘을 합쳐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을 조직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긴밀히 연대하고 협력함으로써 세상 속에서 교회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아울러 예배를 통해 창조세계의 온전함을 지키기 위해 부름받은 청지기로서의 사명을 함께 고백하고, 교육을 통해 생태적 감수성을 높여가기 위해 더욱 노력할 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교회와 더불어 기후약자들을 돌보며 생명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생태환경선교에 온 힘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나 선지자가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했을 때 니느웨 사람들이 참회하였고 결국 하나님께서 마음을 돌이키셨던 것처럼, 기후위기 앞에 선 우리 모두의 참회와 변화를 향한 뜨거운 노력이 새로운 세상을 향한 희망이 될 것임을 기대합니다. 어둠의 자리에서 빛이 되어주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항상 선한 일을 감당하는 이들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 아멘, 주 예수여, 속히 오시옵소서.
2020년 5월 26일
제 37회 환경주일 연합예배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