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9. 부활절6, 어버이주일
목회기도
우리의 하느님,
맑은 하늘 따뜻한 햇볕, 황사와 미세먼지, 거센 바람과 비가 몰아치기도 하는 2021년 5월의 어버이주일에 우리 향린의 식구들이 온라인으로 모였습니다. 교회는 예배당 건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며, 예수 공동체이고자 하는 향린 공동체임을, 또한 그것을 이루는 우리 자신 하나 하나가 교회임을 알면서도 이제 한 달 반만 지나면 이 곳 향린 예배당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예배를 드립니다.
지난 한 주를 돌아봅니다.
뚜렷한 자취를 보여주시며 앞서 가신 예수의 길과 생존과 편리의 삶의 길 사이를 오가며 지그재그 당신을 따랐습니다. 코로나19와 양극화된 구조, 팍팍한 삶의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교우와 이웃에게 전화 한 통, 메시지 한 번 남길 정도의 관심과 정성조차 나누지 못했습니다.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회개합니다. 우리가 한 발자국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이제 한국 사회는 독재와 민주, 자본과 노동으로 대립했던 과거처럼 전선이 확연히 그어지지 않습니다. 계층, 기후, 평화, 세대, 젠더, 주택 등 다양한 곳에서 이슈와 갈등이 있습니다. 눈물과 호소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성서와 신앙, 신학의 밝은 눈을 주시고 듣는 귀를 허락하시어, 당신이 함께 하셨던 갈릴리 민중의 눈으로 우리 주변을 살피며, 여리고성 가는 길 강도 만난 이웃과 함께 신음하셨던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게 하옵소서. 우리가 언제나 당신의 편에 설 수 있도록 지혜와 용기를 주옵소서.
벽돌 하나, 의자 하나 우리 선배 교우님들의 사랑과 정성, 헌신이 가득 담긴 명동의 이 예배당, 1층 향우실부터 4층 식당과 청소년부방에 이르기까지 우리 기쁨과 슬픔, 추억이 가득 담긴 예배당, 독재와 자본의 억압에 맞선 사회적 약자의 품이었던 예배당입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우리 교우님들이 손때 묻히며 생활해 온 예배당을 떠나 광화문 시대를 준비합니다.
1953년 30대였던 홍창의, 안병무의 창립 세대를 지나, 1993년 창립 40주년 30-40대였던 지금의 기성세대를 이어 이제 2023년 창립 70주년 새로운 30-40대가 중심이 되는 광화문 시대를 준비합니다. 선배 교우들의 든든한 지원과 배려를 통해 오늘 여기까지 온 향린의 50-60대 기성세대가 이제 다시 청년세대가 향린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때입니다. 이렇게 향린의 노년-장년-청년, 모든 세대가 힘을 모아 광화문 시대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수년 간 이어져온 교회의 급격한 하락세를 끊고, 다시 새로운 미래를 활짝 열어나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다시 향린교회가 교우님들이 위로받고 기쁨을 느끼는 공동체, 우리 사회의 약자와 고난당하는 분들이 위로받고 힘을 얻는 근거지가 될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이러한 향린의 미래를 위해 교회와 사회 곳곳에서 기도하며 애쓰는 목회실, 당회, 신도회, 각 부서, 교회학교, 예향과 성가대, 광화문 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건축위원회, 미래선교위원회와 6개 선교과제팀, 무엇보다도 각 자의 가정과 일터, 커뮤니티, 일상의 생활에서 목회와 선교를 감당하는 우리 모든 교우님들, 특히 연로하신 신앙의 선배님들께 신앙과 마음, 육체의 강건함을 주옵소서.
오늘 기도와 찬양, 하늘뜻펴기, 예배의 순서, 순서를 통해 향린의 모든 지체가 새로운 힘을 얻고, 우리가 하느님의 형상임을, 일상에서 당신의 따뜻한 임재를 느끼며, 힘들더라도 서로 손 잡고 앞으로 나아가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이제 우리의 입을 닫고 당신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언제나 우리 앞에 가시면서 우리를 오라하시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