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어느덧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흘렀고 내년이면 10주기가 됩니다. 자녀, 부모, 형제자매, 친구, 스승과 제자, 동료를 잃어버렸던 그날의 고통이 우리의 심장과 뇌리에 또렷하게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진상 규명을 위한 기도회로 거리에 나와 있습니다.
지난 9년간 세월호 피해자들은 공권력과 여론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서로를 다독이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투쟁해 왔고, 생명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안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음을 하나님 당신은 아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안전조치 미흡과 책임 당사자들의 부실 대응으로 소중한 생명들을 잃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작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이태원에서는 꽃 같은 젊은이들이 생명을 잃었으며, 터널 화재, 지하차도 침수 등 수많은 참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에 살아야 하나요? 위로랍시고 유족들에게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둥 상처의 말을 내뱉는 교회들을 얼마나 더 견뎌야 하나요?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안전한 사회도 이루지 못했는데, 이제는 이곳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라며 기억과 추모의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국가입니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시길 원합니다.
우리의 부르짖는 소리와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 몇 년 전 향린교회 얼쑤가 안산에서 풍물을 치며 정월대보름 행사를 할 때 “7년 만에 처음 웃는다, 이렇게 웃는 게 하늘나라에 간 아이에게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 하시며 둥근 달에 대고 아이들 이름을 외쳐 부르던 애달픈 소리를 주님께서 들으셨으리라 믿습니다. 그런 슬픔과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실천으로, 연대로 이겨나가고 계신 416 가족 분들, 그리고 이 제 곧 1주기를 맞는 이태원 피해자 가족 여러분들께 성령님께서 진상이 규명되는 그날까지 지치지 않게 힘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던 저희의 마음도 주님께서 지켜주시고 함께 해주시길 기도합니다.
이 모든 간구를 죽음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