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감사기도
김신 집사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 당신의 편한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가시나무숲 같은 향린 공동체를 바라 봅니다.
찌르고 찔리며 분노하고 아파하는 모습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어디가 진실이고 어디가 거짓인지 끝끝내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강하게 결박한 채 한없는 수렁속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존재하기는 했었는지조차 불명확한 향린정신은 오늘도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빈 공간을 울리고 있습니다.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주인 되신 하느님의 자리를 빼앗고 스스로의 힘만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헛된 바램은 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둘로 갈라 치고 잘게 쪼개어 뿔뿔이 흩어지게 만든 건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라는 사도바울의 고백을 묵상하며 진정한 자유인으로서의 모습과 행동은 어떠해야 할지 고민해 봅니다.
바라는 것도 많고, 후회되는 것도 많고, 돌이키고 싶은 것 또한 너무도 많지만, 무엇하나 손에 잡으려 하면 힘없는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바람만 불면 그 매마른 가지 / 서로 부댓기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 슬픔 노래들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그러나! 지금도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하느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기력한 상황속에서도 무너진 공동체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기 위해 탄식으로 기도하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용서하기 보다는 서로 용납하고 주장하기 보다는 순종하라는 말씀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날카로운 가시를 두르고 아프게 찔러대었던 지난날의 상처를 보듬어 치료하여 주시고 가시나무에도 꽃은 필 거란 믿음을 주심에 감사합니다.
차고 넘치게 맡겨주시고 이중의 일부를 떼어 아낌없이 나누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기도와 간구가 단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오직 아버지께 열납 되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오며 이 모든 말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