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시고 사랑과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당신의 이름을 높여 찬양합니다. 창조주이신 당신께서 저 멀리 안드로메다에 계시지 않고 우리들의 모임에, 우리들의 마음에, 이 땅의 역사에, 자리잡고 함께 계시기에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당신을 찬미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계엄령을 뒷수습하느라 온 나라가 뒤숭숭한 이 때에 그래도 우리가 절망보다 희망을, 증오보다 사랑을 품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폭탄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일제강점기를 지나, 화염병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80년대를 지나, 이제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 시대의 과제를 풀어나갈 수 있게 해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비록 이 나라에 기생하고 있는,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어둠의 세력이 폭력을 기획하고 전쟁을 도발하려 했지만, 그에 맞서는 우리의 사랑의 연대가 당신의 은총으로 더불어 이 나라를 구원하도록 주여 이끄소서.
주님 이 자리에 향린교회를 세워주시고 우리를 그 이름으로 하나로 묶어주시니 감사합니다. 신앙공동체라는 순수한 신앙의 열정으로 싹을 틔웠고, 민중신학이라는 소명을 부여잡고 역사의 한복판에서 투쟁해온 선배들의 열정이, 오늘 우리의 응답과 결단 속에 열매를 맺어 이 곳 광화문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의 양심이 외롭지 않아 동지를 얻었고, 우리의 꿈이 가난하지 않아 물적 토대를 얻어 이곳에 이렇게 존재할 수 있음은 당신의 크신 은총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가 각자 해결되지 못한 욕망과 상처입기 쉬운 자아를 가지고서도 이렇게 담대히 나와 서로 사랑하겠노라 고백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은총 때문입니다. 무익한 종을 들어 쓰시는 주님, 우리 마음에 당신의 마음을 품고, 우리의 손과 발을 당신께 드려 당신을 섬길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끄소서. 화려하지 않아도 정결하게 살고,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하게 살며, 내게 주신 작은 힘 나눠주며 살고, 짧디 짧은 우리의 삶을 당신께 온전히 드릴 수 있도록, 그 온전한 행복의 길로 주여 우리를 이끄소서.
주님, 목회실과 부서와 신도회에서 벌이는 많은 일들을 위해 저희가 간구할 일이 많습니다. 때로는 보이는 곳에서 앞장서서, 때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당신이 맡기신 일을 감당하고 있는 당신의 종들에게 힘과 용기와 사랑을 더하여 주시고, 특히 용광로의 가장 뜨거운 곳에서 이 용광로가 식지 않도록 지키고 있는 한문덕 목사님께 영감과 은총을 더욱 더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기도자의 입을 닫고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실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주여 말씀하소서.
이 모든 찬양과 감사와 간구를 우리의 주인과 스승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