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406 목회기도
생명의 하느님,
주룩주룩 내리는 봄비 아래로 파릇파릇한 새 생명이 움트는 사순절 다섯째 주일, 향린의 식구들과 당신을 그리워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예배당과 온라인에 모여 예배를 드립니다. 저희가 영과 진리로 드리는 예배를 기뻐 받아 주옵소서.
“내가 눈을 들어 산을 본다. 내 도움이 어디에서 오는가? 내 도움은 하늘과 땅을 만드신 주님에게서 온다.” (시편 121:1~2)
아, 그래도 끝났습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함께 너무나 길었던 2년 11개월에 이르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임기는 끝났습니다. 당신의 도우심에 감사드립니다. 12.3 내란 이후 공포와 불안, 다짐과 희망을 오갔던 우리의 마음도 이제 좀 안정을 찾습니다. 고맙습니다.
평화의 하느님,
이승만이 제주도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인과 경찰, 극우깡패 서북청년단을 동원해 수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제주 4·3,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고, 전국에 비상계엄을 내린 뒤 군대를 동원해 광주에서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광주 5·18.
하지만, 2024년 12·3 친위쿠데타로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학살을 딛고 항쟁의 역사를 만들어온 이 땅의 민중에 의해 진압됐고, 네 달 동안 여의도, 남태령, 한남동, 광화문으로 이어진 ‘빛의 혁명’에 의해 마침내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됐습니다.
내란 사태 이후 저희 향린교우들은 생명과 평화, 정의를 원하시는 당신의 뜻을 따라 우리 사회와 그리스도인에게 당신의 뜻을 전하고, ‘빛의 혁명’에서 쉼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야간 쉼터’를 제공하며, ‘청년예수’의 깃발을 들고 광장에서 시민과 함께해 왔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청년예수’의 길을 걸어온 향린의 식구들를 위로하여 주옵소서.
정의의 하느님,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내란수괴는 아직 단죄되지 않았고, 내란 수괴와 공모, 동조, 선동한 내란 세력도 여전합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 엄중한 처벌, 그리고 내란 세력의 완전한 청산을 통해 이승만-박정희-전두환-윤석열로 이어진 계엄과 쿠데타의 역사를 종식시킬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저희가 더 힘을 내게 하옵소서.
그리고 단지 ‘윤석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튼튼한 민주주의, 차별없는 사회, 기후정의, 한반도 평화, 교육과 청년 등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사회대개혁을 이뤄나갈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72년 전 이 땅에 향린교회를 세우신 하느님,
저렇게 무지, 무능, 비열한 자를 대통령으로 뽑을 만큼 우리 사회가 욕망과 선동에 휘둘리고,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로 불평등과 차별을 내면화해 왔음을 아프게 직시합니다. 지난 시기 향린교회가 우리 사회의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아닌지 되돌아 봅니다.
이제 “하느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창세기 1:26~27)된 존엄한 인간을 차별하는 사회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리고,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실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향린교회가 당신의 훌륭한 도구로 쓰일 수 있도록 더욱 기도하고 공부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알려주신 하느님,
기독교를 참칭하고 하느님의 이름을 팔아 이권을 탐하는 극우 사이비 기독교가 이 시대의 암적 존재로 떠올랐습니다.
예언자 미가를 통해, 백성을 속이는 거짓 예언자에게 “너희의 날이 끝났다”(미가 3:6)고 선포하신 당신의 말씀을 듣습니다. 오늘의 거짓 예언자들을 심판하여 주옵소서.
매년 초 당신이 가셨던 좁은 길, 십자가의 길을 걷겠다는 다짐으로 예배당에 저희 자신의 십자가를 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곁에 있는 신앙의 동지들과 손잡고 함께한다면, 즐겁게, 힘차게 걸어갈 수 있음을 이번 광장의 시간을 통해 깨닫습니다.
향린교회가 예수의 길을 걷고, 하느님의 뜻을 살아내며, 참 교회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를 간구합니다.
은총의 하느님,
몸과 마음이 아프거나 학업, 직장, 군복무, 여행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예배에 함께하지 못하는 교우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옵소서.
향린의 미래를 돌보는 교회학교 교사들에게 믿음과 지혜를 더하여 주시고, 교회 곳곳에서 봉사하는 교우들에게 기쁨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평일에도 가정과 일터, 거리에서, 향린의 선교와 목회를 묵묵히 수행하는 모든 교우들에게 ‘평화의 기쁨’을 누리게 하옵소서.
이 예배 시간, 기도와 찬양, 하늘뜻펴기의 모든 순서를 통해 저희에게 한없는 위로와 평화를 내려 주옵시고, 당신의 뜻을 깨닫고 결단하는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이제 저희의 부족한 입을 닫고, 마음을 엽니다. 당신의 음성을 들려 주옵소서.
(침묵)
교회의 머리가 되시며, 교회가 갈 길을 보여주신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