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 4.
부처님께서 명상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어느 유명한 시타르 연주가에게 가르침을 베푸신 이야기가 있지요. 연주가가 부처님께 여쭈었어요. “제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아니면 그냥 버려두어야 합니까?” 부처님이 대답하십니다. “그대가 연주가라니 묻습니다. 연주할 때 악기의 줄을 어떻게 조율하지요?” 연주자가 대답하기를, “지나치게 팽팽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느슨하지도 않게 합니다.” 부처님이 대답하시지요. “마찬가지로, 명상 수련을 할 때에도 마음을 강제로 어떻게 해서도 안 되고 마냥 돌아다니게 내버려두어도 안 됩니다.”
초걈 트룽파 지음/이현주 옮김, <초걈 트룽파의 마음 공부>(열림원, 2004. 5. 1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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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호수아기 1장 7절에는 이런 말씀이 나온다.
“오직 너는 크게 용기를 내어, 나의 종 모세가 너에게 지시한 모든 율법을 다 지키고, 오른쪽으로나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여라. 그러면 네가 어디를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말씀은 곁길로 새지 말라는 뜻(신 2:27)으로, 또는 삶의 법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뜻(신 5:32, 신 17:20, 수 1:7, 23:6)으로, 공정한 재판을 하라는 뜻(신 17:11, 삼하 14:19)으로, 신앙의 지조를 지키라는 뜻(신 28:14)으로 쓰인다.
신명기나 레위기처럼 출애굽하여 광야 생활을 할 때라면, 모압 들녘에서 볼 때, 좌(서쪽)에는 애굽, 우(동쪽)에는 바벨론이 있었기에, 여기에서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치우치지 말라는 말은 강대국에 기대지 말고 오직 하나님을 따르라는 말이 된다. 하나님을 따를 때 정도(正道)를 걷고, 공정한 재판을 하며 곁길로 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제국의 풍요에 넘어가서 불평등과 계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를 만들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다.
동양의 고전 <중용>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하늘 아래 나라와 집안을 다스릴 능력이 되고, 높은 자리와 재물을 사양할 수 있고, 날이 선 칼날 위에서 뛸 수 있어도, 중용은 하기 어렵구나.”(子曰: “天下國家可均也, 爵祿可辭也, 白刃可蹈也, 中庸不可能也.” 『中庸』 第9 白刃可蹈章)
여기서 말하는 “중용”은 ‘기계적 중도’나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 ‘양극단의 한 가운데’가 아니다. 여기에서의 중용은 ‘상황에 따른 적절성’(時中)이다. 때와 장소, 관계와 사건의 양상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렵다. 온 세상을 다스리는 지혜, 뇌물과 위력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과 사람다움, 칼날 위에서 뛰어도 끄떡없는 신기한 기적이나 용기도 중용 실천의 어려움보다는 쉬운 것이다.
부처님의 마음 씀은 내버려두지도, 억지로 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하는데, 잡념에 휘둘리지도 않으면서, 지나치게 인위적이지도 않은 그 청정한 마음은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 향린 목회 6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