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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개인주의자와 이기주의자

by phobbi posted Jan 08, 2025 Views 4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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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1-08

2025. 1. 8.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를 이기주의(egoism) 같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자유로운 개인주의자(individualist)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는 우선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가 다르다.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자기 밖의 이익이 될 만한 것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관계를 중시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이익(self-interest)’을 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진정한 자아(authentic self)’를 추구한다. 이기주의자는 세상의 쾌락과 재화를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안에 들어 있는 자기다움을 실현하려고 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가 내린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회피와 책임전가를 일삼는다. 그렇게 해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자는 자기가 내린 결정에 끝까지 책임을 진다. 책임회피와 책임전가는 사유와 판단의 주체로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이익만 추구하지만(selfish) 개인주의자는 자기 자신을 존중(self-respect)한다.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는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도 다르다. 이기주의자는 타인에 무관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타인을 존중한다. 이기주의자는 상대방을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 활용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알아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면서 그 사림이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성장해 풍부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려면 자신의 개성을 발전시켜 나감과 동시에 그 자유를 타인에게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개인주의자는 자기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타자를 이용하지 않고,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깊고 넓게 교류하면서 서로를 풍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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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배타적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면 이기주의자가 된다. ~~ 개인주의자는 자기 이익과 타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욕구에만 충실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함께 고려할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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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우나무노(Miguel de Unamuno)개인은 전 인류의 마지막 존재라고 말했지만, ‘개인은 전 인류의 최초의 존재이기도 하다. 개인이 없으면 인류도 없다. ‘개인주의(individualism)’라는 말 속에 들어 있는 개인(indivirual)’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indivisible) 마지막 단위를 뜻한다. 개인은 스스로 사고하고 행위하는 최초이자 최소의 단위다. 개인주의자는 세상을 자기의 눈으로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위하지만 결코 자기중심주의(egocentrism)에 머무르지 않는다. 모든 개인의 마음속에는 보편적 자아, 공적 자아로 발전할 싹이 들어 있다. 개인은 고독한 주체이지만 타자와 교섭하고 연대하고 타자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가진 사회적 개인이다. 그게 바로 알베르 카뮈가 말하는 혼자이면서 연대하는 개인(individu solitaire et solidaire)’이다. 개인주의자는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지만 결코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다. 자신의 자유가 중요하기 때문에 남의 자유도 똑같이 존중하는 사람이 개인주의자다. 개인주의자는 자기 안에 갇히지 않고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춘 공감적 개인이다. 그래서 개인주의는 집단이기주의를 배척하고 공익과 공공선을 추구하는 보편주의와 맞닿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주의자는 시민(citizen)이고 공민(public)이기도 하다. 인류 최초의 존재이고 마지막 존재이기도 한 개인은 개인주의를 통해 궁극적으로 세계시민(cosmopolitan)’이 될 수밖에 없다.

 

정수복 지음, <이타적 개인주의자>(파람북, 2024. 6. 12.) 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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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 선생님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생각의 나무, 2007. 7. 27.)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할 때, 학업계획서에 이 책을 언급했었고, 당시 나의 지도교수가 될 선생님께서 그 부분을 언급해 주셨었다.

 

<이타적 개인주의자><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의 속편이다.

가족주의, 연고주의, 권위주의, 감상적 민족주의, 국가중심주의 등 한 개인과 그의 고유성을 억압하는 한국의 문화적 풍토 속에서 참된 개인주의를 모색하는 일은 소중하고, 정수복 선생의 기대처럼 한국인은 괜찮은 개인주의를 터득할 때에야 자기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주의는 저자가 우려하듯,

너무나 쉽게 이기주의로 함몰되곤 한다.

과제는 어떻게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미끄러지지 않고,

사회적 개인, 공감적 개인을 양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역시 과제는 이타적개인주의자가 어떻게 가능한가에 있을 것이다.

 

 

 

 

- 향린 목회 6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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