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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새로운 영성이 필요한 시대

by phobbi posted Jan 19, 2025 Views 10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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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1-19

2025. 01. 19.

 

세계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도 끔찍스럽고도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정신적 상황은 심각하다. 정신생활의 존재 자체가 중대한 위험에 처해 있다. 우리는 광기의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인간이 미쳤다는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인간은 생에 대한 탐욕과 현세에 대한 애착심 때문에, 균형 감각을 상실하고 넘어졌다. ~~

 

현대의 비인간화로 인간은 신들림과 광기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 시대의 특징은 신들림과 광기가 조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 인간은 토지나 인종, 민족, 성과 같은 기본적이고도 우주적인 땅의 세력들에 의하여 신들린 상태가 되거나, 혹은 경제적 이해관계나 금전, 계급, 사회집단, 정당 같은 기본적이고도 사회적인 세력에 의하여 신들린 상태에 놓이게 된다. ~~

 

현대의 집단적인 광기, 잡신 들림과 우상숭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영적인 힘을 동원하는 것뿐이다. 사회 조직만으로는 세계와 인간의 혼란스러운 몰락을 막을 수 없다. 세계는 조직적이고도 기계화된 혼돈 상태로 변화될 수 있는데, 이런 혼돈 속에서는 아주 끔찍한 형태의 우상숭배와 악마 숭배가 자행될 것이다. ~~ 인간의 분해 과정은 두 가지 상반되는 방향을 향하게 될 것인데, 그중 하나는 짐승처럼 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계처럼 되는 것이다.

 

세계에는 새로운 기독교적 영성이 계발되어야 한다. 세계와 인간의 운명은 이러한 영성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영성은 추상적인 것도 아니고, 세상과 인간으로부터 도피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인간 속에서, 그리고 세상과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영혼의 활동을 의미할 것이다. 새로운 영성은 우주적인 세력에게 인간이 노예가 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 새로운 영성을 지닌 인간은 세상을 저주하지 않으며, ~~ 세상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인간의 비극을 자신 안에 품으며, 모든 인간의 삶 속에 영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원리를 심어주고자 노력할 것이다. ~~ 또 그는 고립되어 자기 안에 갇혀 지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견해와 온갖 초인격적인 가치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질 것이다. ~~

 

새로운 영성은 세계와 인간으로부터 신에게로 가는 길일 뿐 아니라, 신으로부터 인간과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 새로운 영성 속에서 신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될 것이며, 세속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짐은 신의 모든 피조물에 대한 사랑도 아울러 의미하게 될 것이고, 인간의 정신생활은 구원을 이루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될 것이다.

 

니콜라이 베르댜예프/조호연 옮김, <현대 세계의 인간 운명>(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8. 8.) 14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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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댜예프의 역사 철학을 담은 이 책 <현대 세계의 인간 운명>1934년에 출간되었다. 이때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이어 2차 세계 대전이 곧 벌어지게 될 매우 혼란한 시기였다. 이 책에서 베르댜예프는 인간이 광기에 사로잡혔다면서 공산주의와 파시즘, 그리고 국가사회주의를 비롯해 자본주의에도 예리한 비판을 가한다. 균형 감각을 잃은 광기의 시대, 짐승이나 기계가 되지 않기 위해 하나님의 형상을 담고 있는 우리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혼란하던 20세기 전반부나, 세계화의 부작용으로 전 세계가 극우의 물결로 휩쓸려 가는 데다가 기후 붕괴와 가속화되는 인공지능의 맹목적 개발 등으로 혼돈에 빠진 21세기 초반의 우리 삶에 던지는 베르댜예프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 100년의 세월 동안 물질문명의 발전은 가히 놀라운 것이지만, 베르댜예프의 말처럼 정신적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베르댜예프는 새로운 기독교적 영성이 계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베르댜예프가 말하는 새로운 영성은 자유로운 인격개방성’, ‘이원론적 사유의 극복’, ‘구원과 창조를 아우르는 균형 감각’, ‘사람을 포함한 다른 생명체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 ‘더 나아가 타자의 비극을 품어내는 넉넉함을 특징으로 지닌다.

 

과연 우리는 베르댜예프가 말하는 그리스도교적 정신에 터한 새로운 영성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

 

 

 

 

- 향린 목회 77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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