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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적절한 지혜

by phobbi posted Feb 03, 2025 Views 1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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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2-03

2025. 02. 03.

 

잠언과 욥기와 전도서는 마치 한 인간이 성숙해 가는 과정과도 같다. 잠언은 입문 단계로서 마치 초중고 과정처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의 일반적인 현상과 규범들을 배우는 단계이다. 그다음 단계는 욥기의 단계로서,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 직접 경험을 해 보니, 학교에서 배운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단계이다. 규칙에 예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전도서의 단계이다. 마치 인생을 살아가면서 규범과 예외를 다 경험한 사람이 나중에 일생을 뒤돌아보면, 그 당시에는 예외처럼 보였던 것조차 어느 거대한 규칙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신앙의 언어에 대입해서 표현하자면, 마치 하나님이 보이지 않고 하나님에게 버림을 받은 것같이 느껴지던 순간들, “하나님, 대체 나한데 왜 이러십니까?” “하나님이 계시기나 합니까?”라고 울부짖고 싶었던 순간들조차 다 하나님의 계획하심과 인도하심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바로 전도서의 단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욥기나 전도서의 지혜가 잠언의 지혜보다 수준 높은지혜라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규칙이 있어야 예외도 존재한다. ~~ 규범적 지혜는 우리가 선택을 해야 하는 매 순간마다 기준점과 방향을 제시해 준다. 반면에 욥기는 예외적인경우에 대한 지혜를 다룬다. ~~

 

사람들은 각자가 신앙의 여러 단계에 산재해 있고, 각각의 단계에 맞는 지혜가 있다. 잠언과 욥기와 전도서가 모두 지혜이지만, 욥기의 단계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잠언의 지혜를 들이대는 것은 우매한 일이 된다(욥의 친구들의 지혜가 하나님에 의해 우매함으로 판정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또한 이제 막 신앙을 시작한 입문 단계의 사람에게 전도서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 역시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사람을 살리는 지혜가 적절하게 사용되지 못하면 사람을 죽이고 영혼을 파괴하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욥기가 알려 주는 지혜의 핵심이다.

 

송민원 지음, <더바이블 욥기: 정답이 무너진 자리에서>(감은사, 2025. 1. 15.) 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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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임제종 청원유신(靑原惟信) 선사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30년 전 참선하기 전에는 산을 보면 그저 산이었고 물을 보면 그저 물이었다. 그런데 후에 훌륭한 스승을 만나 깨침에 들고 보니 산을 보아도 산이 아니고 물을 보아도 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이제 정말 깨침을 이루고 보니 전과 같이 산은 그대로 산이고 물은 그대로 물이었다. 대중들이여! 이 세 가지의 견해가 같은가? 다른가? 만약 이를 터득한 사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경지에 있다고 하겠다(老僧三十年前, 未參禪時, 見山是山, 見水是水. 乃至後來, 親見知識, 有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 而今得箇休歇處, 依前, 見山祗是山, 見水祗是水. 大衆! 這三般見解, 是同是別? 有人緇素得出, 許親見老僧.). 속경덕전등록(續景德傳燈錄) 22.

 

여러 지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때에 맞게(時中) 사는 것이 진짜 지혜이다.

 

 

 

 

- 향린 목회 9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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