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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어둠의 밤을 지나서

by phobbi posted Mar 16, 2025 Views 31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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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3-16

2025. 03. 16.

 

십자가는 단순히 아름다운 상징이 아닙니다.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며, 헌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우리를 뒤흔들고, 두려움을 일으킵니다. 그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마주해 당혹감을 느끼고 두려워할 때, 그래서 내가 만들어 낸 경건과 종교심을 넘어서게 될 때 진실로 신앙의 여정은 시작됩니다. 고뇌하고 망가진 영을 통해서만 우리는 신앙의 여정을 시작하고, 이어갈 수 있습니다. 성금요일에 들어선 이들에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의미하고 유일한 신학은 두려움과 절망을 마주한 신학, 단순히 좌절하거나 희망이 사라졌다는 느낌이 아니라 키에르케고어가 쓴 의미에서의 실존에 대한 근본적인 절망을 직면할 줄 아는 신학입니다. 신학은 열정, 고뇌, 의심을 요구합니다. 그러한 길만이 참된 신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거치지 않으면 우리는 살아계신 하느님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이라는 관념에 매혹되거나 거기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

 

절망을 아는 사람만이 승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만이 부활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예수의 죽음을 향해 나아가 어둠을 마주하고, 또 이를 경험해야만 합니다. 이 어둠을 마주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은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리 중 누군가는 구원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원죄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신뢰와 확신 가운데 어둠을 마주해야 합니다. 신앙과 희망의 핵심은 바로 이 어둠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된다는 것은 어두운 밤, 우리는 그 가운데서 길을 잃을 수밖에 없으나 하느님께서 빛나게 하시는 바로 그 밤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생명의 하느님과 온전히 접속되기 위해서는 부활의 변혁을 거쳐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 밤을 지나야만 합니다.

 

케네스 리치 지음/손승우 옮김, <우리는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선포한다.>(비아, 2025. 2. 20.) 14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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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가 말한 대로 십자가 없이는 영광도 없다.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만나 당혹감 속에서 괴로워하지 않는 신앙,

두려움과 떨림이 없는 신앙은 대체로 제가 스스로 만들어낸 경건이나 종교심에 머물 때가 많다. 근본적인 절망에 직면하면서도 끝까지 씨름할 때, 야곱처럼 신에 대한 관념이 아닌 살아계신 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깊은 어둠의 밤을 반드시 건너야 한다.

광야의 고생 없이 약속의 땅에 들어갈 수는 없다.

 

 

 

 

- 향린 목회 133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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