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4. 14.
지능에 의하여 매개되는 인간과 세계의 불확실성은 두 가지 가능성을 갖는다. 인간 능력의 불확실성은 물론 오류의 가능성을 뜻한다. 개인적으로도 그러하지만, 집단적으로도 사람의 세계는 오류에 찬 것일 수 있다. (물론 완전히 잘못 상상되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쉼 없이 실천적 시험으로 검증되고 수정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 지능의 세계에 대한 불확실한 관계는 인간을 새로운 발견과 창조에로 열릴 수 있게 한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 영감에서 출발할 수는 있지만, 집단적 창조 작업을 통하여 현실이 된다.) 물론 이것이 완전한 창조가 될 수는 없다. 새로운 창조는 많은 경우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주어진 세계의 잠재적인 가능성이다. 변함이 없는 사실은 사람이 이 세계에 산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의 창조적 가능성도 결국은 그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데에 기여하여야 한다. 사람이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그것은 세계의 구성 또는 재구성일 수밖에 없다. 사람의 구성적 능력은 결국 근원적 유리(遊離)와 일치 사이에 존재한다. 그것은 인간과 세계 사이의 간격에서 일어나는 모순된 창조의 힘이면서 그것에 일치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다.
현실적으로 우선적 관심이 되는 것은 자아와 세계의 창조적 개방성이 가지고 있는 위험이다. 그것은 이점이면서 약점이다. 생존의 관점에서 그것은 이점이라기보다는 약점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세계는 자유와 오류의 공간에서 선택적 구성의 결과이다. 개체의 관점에서 이것은 인간을 불안한 존재가 되게 한다. 개인의 선택은 그것이 통시적이고 집단적인 검증이 없다는 점에서, 집단의 경우보다도 더욱 큰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고 또 직접적으로 생존을 위협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이 선택이 일정한 원리에 의하여 – 삶의 필요와 그 충족의 수단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원리에 따라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일정한 시간적 지속을 고려하는 것이라야 한다. 다시 말하여, 삶의 필요는 여러 선택의 가능성과 그 시간적 지속과 일정한 우선순위의 질서를 가진 것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판단이 요구된다. 판단은 세계의 가능성과 그 현실화를 위한 기술적 능력과 그 시간적 지속과 삶의 안정성을 확복하기 위하여 필요하다. 다시 말하여, 인간은 제일차적으로는 주어진 본능의 담지자이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본능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그것은 환경 조건에 대한 충분한 지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것은 전체적인 통괄의 원칙에 의하여 일관성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자아라는 개념이 생겨난다. 이 개체적 일관성이 없이는 자아가 있을 수가 없다. 이 일관성은 의식의 지속을 요구하고, 이 지속에서 중심이 되는 것도 본능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환경 조건에 반응하면서 자아의 생물학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지능은 거의 본능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넓고 지속적인 관점에서 자아를 형성하고 그 환경과의 대사를 가능하게 하는 데에는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반응하는 지능 이상의 원리를 요구한다. 보다 높은 지속과 일관성의 원리로 작용하는 것을 이성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성의 발견은 사람의 세계와의 불확실한 관계에 보다 높은 안정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인간의 자기 형성이, 생물학적 잠재력의 발전과 경험적 지혜의 근본으로서 전통과 문화의 흡수와 함께, 이성적 능력의 함양을 지향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우창 지음,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돌베게, 2012. 11.1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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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겪어 가면서 알게 되고,
안 것을 토대로 다시 겪으면서 또 배운다.
앎은 경험하는 것과 사유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배우기만 하고 사유하지 않으면, 배운 것은 이내 사라지고,
사유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생각은 공상이나 망상이 되어 위태롭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論語』 「爲政」 15.)
배우고 생각하는 일(學而思)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가 당면한 현실이다.
특히 더 복잡한 문명사회를 건설한 인간은 더더욱 그러하다.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창조의 가능성은 오히려 오류로 가득 차게 된다.
한 번의 실수로도 너무나 큰 고통에 처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면,
삶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유의 힘을 기르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함석헌 선생이 일찍이 말씀하셨다.
“죽어서도 생각은 계속해야 한다. 뚫어봄은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 책 제목을 갈면서 한번 다시 하는 말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함석헌, <함석헌 전집 2, 인간혁명의 철학>(한길사, 1991. 2. 10. 제10판), 12.)
- 향린 목회 16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