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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나눔

살아 계신 하나님

by phobbi posted Apr 28, 2025 Views 5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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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5-04-28

2025. 04. 28.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다. 우리의 주로 믿는다. 또 그는 우주의 창조주시요 그의 애()는 무한하고 그의 의()는 무변(無邊)임을 믿는다. 그는 전지의 신이시요, 전능의 신이시요, 전선전성(全善全聖)의 신이시다. 그는 온가지 찬사와 형용을 초절(超絶)하신다. 사람의 구설(口舌)로서 가능한 찬사는 극한까지 다한, 오거스틴의 주옥 영롱한 송영도 그에게는 도리어 조건과 제한을 짓는 데 지나지 못한다. 그는 인생이 지은 전(殿)에도 거()치 않으시거니와 인생이 올리는 찬사에도 거하지 않는다.

 

그는 모든 제한을 초월하여 모든 것의 주이시매 그를 믿는 자는 무조건으로 믿어야 한다. 그를 믿는 자는 우선 상고(商賈) 근성을 버려야 한다. 이만한 것을 준다면 저만한 것을 드리겠다는 매매주의(賣買主義)를 잊어야 한다. 그는 인색한 자를 돌아보시지 않는다. 조건 없이 복종하는 자를 가납(嘉納)하신다. 고로 우리는 그를 믿기 위하여 그에게 요구할 아무 조건도 없다.

 

그러나 오직 한 가지 조건이 있다. 온갖 조건이 다 없기 위하여 오직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아니다, 사실은 요구조건이 아니라 기존사실이요 기정이유(旣定理由).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 살아 계시는 고로 그를 믿는다.

 

살아 계신 하나님이라! 위대하구나. 살기를 원하는 인생에 이것이 광명이다. 그렇다, 이 사실만이 있으면 족하다.

 

~~

 

인생은 비참하다. 365일을 한숨만 쉬어도 다 끝내 쉬지 못할 인생이다. ~~~

 

~~

 

인생은 미약하다. 일세(一世)에 도도한 악과 싸워 이기며 이 비참에서 인생을 구할 자신이 있는 자가 누구인가? ~~~

 

그러면 인생은 버릴 것인가? 여기서 참말 살까 보냐 말까 보냐 그것이 문제로구나하는 부르짖음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때에 다시금 광명을 던져주는 것이 하나님은 살아 계신다는 것이다. 인생은 비록 비참하나 우리는 비록 약하나 지금은 비록 불의가 창궐하나 의()로우시고 사랑이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이 살아 계셔서 일하신다. 지금도 오히려 계시고 미래 영원히 계신다. 마침내는 모든 불의를 이기는 날이 온다고 생각할 때에 힘과 용기와 지혜를 새로이 얻는다. 그리하여 감연히 일어나서 악과 싸우게 된다. 내 육신은 상하여도 그만 죽어도 그만 전능하신 하나님이 살아 계셔서 몸소 싸우시니 승리는 우리 것임이 의심 없다.

 

~~

 

약한 인생, 죽을 인생, 불행에 우는 인생의 바랄 이는 이 살아 계신 하나님뿐이다.

 

함석헌, <함석헌 전집 9, 역사와 민족>(한길사, 1983. 12. 15. 1), 371-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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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성서조선> 4호에 실린 함석헌의 글이다.

때는 1928415일이다.

함석헌 선생이 1901년 생이시니, 28살 청년이 쓴 글이다.

 

그는 믿음의 본질인 무조건성을 이미 알고 있다.

믿어지니 믿는 것이지, 딴 이유가 있어서 믿는 것이 아니다.

딴 이유가 있으면 믿음 아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이 한마디면 족하다.

 

모순으로 가득 찬 인생에서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말할 수 있는가?

신은 죽었다고 해야 옳지 않은가?

 

니체가 신 죽음을 말할 때,

함석헌은 제 믿음으로,

살아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고 안다.

그러면서 제 말로 하나님을 증명한다. 같은 글에서 함석헌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것은 다 제하고라도 20세기의 청년이 하나님을 믿는다는 그 사실이 곧 그의 살아 계심을 증명하는 일이다. ··광물을 배우고 물리·화학·생물학을 배우고 사회학·역사학·철학·논리학을 배우는 20세기의 청년이 오히려 무엇에 못 견디어 주여하고 엎드리는 그것이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믿지 않는 자는 그를 가리켜 미친 자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미친 자라면 미치게 하는 하나님이 있어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끝없이 추구하는 우리는 늘 무엇에 못 견디어 주여할 것이고,

그렇게 할 때 우리의 영혼이 한층 도약하는 것이다. 不狂不及!

 

 

 

 

- 향린 목회 176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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