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
설을 맞아 추모예배나 차례를 지내며 친지들과 연휴를 온전하게 보내게 해주심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즐거운 시간 한가운데서 삶을 만끽하지만 우리는 매일 매일 삶의 종착역울 향하여 뚜벅뚜벅, 묵묵히 걸어가고 있음을 또한 부인 할 수없습니다. 이러한 인생의 유한성에도 불구하고“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하여 나타났던 하느님의 사랑가운데 아무도 우리향린의 자매 형제들을 떼어놓을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누구나 ‘존엄한’ 죽음을 바라지만, 고통스런 질병이나 노년의 쇠약으로 육체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존엄한 죽음마저 우리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을 익히 보아왔습니다. 주님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당장의 육체적 고통이 우리를 엄습하고 지배할 뿐만 아니라 평생을 지켜온 인간다움마저 일순간에 사라져 버리기도 합니다. 주님의품에서 행복한죽음을 맞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저희는 갖기를 원합니다.
주님 !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사전연명치료의향서나 법적유언 등을 통하여 웰다잉 없는 웰빙이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을 갖도록 하소서.
지혜를 언제나 샘솟게 해주시는 하느님
우리에게 변화시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정함과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대하여는 도전할 수있는 용기와 믿음을 저희에게 허락하옵소서
지난 20년간 인류역사상 유래없는 신종전염병이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또한 거리에서건, 버스나 전철 안에서건, 입을 가리지 않은 채 기침, 재채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어느새 눈총을 주고 불신의 마음으로 자매형제들을 바라보는 불쌍한 심령을 자복합니다.
14세기 중반에 시작해서 350년 동안 유럽을 혼란과 고통으로 몰아넣고 17세기 중반에야 사라진 흑사병을 비롯한 천연두, 홍역 같은 유라시아 병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서 그곳 원주민을 거의 몰살시키는 대재앙이 되었습니다. 이동수단이 발달되면서 에볼라, 지카,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 메르스등을 비롯한 우한폐렴등의 풍토병도 세계적인 전염병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여행을 하면 바이러스도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하는 셈이 되었고, 자연파괴를 가져온 인류 문명이 전염병을 더욱더 확산시키고 더 악화시키는 현 세태를 극복하도록 지혜를 주님께 간구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지금의 생활 방식, 도시과밀화, 잦은 이동과 운송, 항생제 남용, 기업식 축산, 다른 생명체의 서식지파괴를 비롯하여 자연 파괴를 멈출 의지를 주시어 , 인간이 할수 있는한 전염병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용기를주옵소서.
절망에서 희망의 꽃을 피워주시는 주님
바라고 원하는 바를 성취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냥 계속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주님께서는가르쳐주셨습니다. '온 정성과 힘을 다해 생각' 하는 것을 주님의 공생애 삶을 통하여 온몸으로 보여주셨으며, 성전뿐만 아니라 식음을전폐하고 광야에서 기도하는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막연하게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식의 어설픈 정도의 수준을 극복하는 것. 강렬하게, 그리고 자나 깨나 끊임없이 바라고원하는 것을 기도의 제목으로 삼는 것.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그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피 대신 생각이 전신을순환하고 흐르게 하는 것. 이렇게 간절하게! 하느님이 우리 편에 서게 해달라고 하는 기도가 아닌 저희가 부지불식중에도하느님 편에 항상 설 수있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떡국을 나누며 교회내의 친교를 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추운 노동 투쟁의 현장에서 설을 맞은 문중원 경마기수 시민분향소와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농성장의 합동 차례, 삼성해고노동자 김용희님의
강남역 철탑에 있는 자매형제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또한 명절을 맞아 흩어져 드리는 예배를 드리거나, 생방송을 통해 삶의 터전에서 두손을 모으고 있을 향린의 가족들을 위하여 또한 기도합니다.
이들을 간절히 생각하며 저희 모두 침묵의 시간을 통해 묵상하고 주님의 음성을 듣고자 합니다.
생명과 지혜의 주님! 절망을 딛고 희망이 샘솟는 한해가 되도록 주께서 인도하여 주시기를 간구하며 이 모든 말씀 , 해방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천지를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며, 뭇생명들의 생사화복을 주재하시는 하느님 오늘 고 이춘수님의 장례예식을 통하여 육신의 정에 못이겨 슬퍼하는 가족들을 위로해 주시기를 비옵니다. 필요할 때는 울수 있는 만큼 울게 하여 주시고, 형제자매들이 충분히 위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을 주시옵소서!
저희는 가족과 마을 주민들의 관계에서 늘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했던 고 이춘수 님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며칠전 요양병원에서 하셨던 말씀을 돼새깁니다. 아들딸 며느리 사위 손주들에게 평생을 지켜오신 어르신의 인간미를 잃치 않으시고 위엄있는 죽음을 맞으시겠다는 의지로 사전연명의료 의향서에 대한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또한 삶의 의지도 나타내시며 병원을 나가시면 막내아들 김진철 집사님이 매달 25일 드렸던 용돈에 대하여 "이번에 병원을 나가면 꼭 주어야 한다"는 당부를 들었습니다. 동네든 어느 곳에서든 손주들이 찾아오면 용돈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이유셨습니다. 또 동네주민들과 쓸일이 많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당신의 매일 밤 9시면 "진철아 집에 들어갔냐? " 는 전화에, 막내아들이 " 네 집에 가는 중이에요" 라는 하얀 거짓말을 또 저희가 언제들어보겠습니까 ?
어머니!!
어머니.... 당신은
백단의 향보다 더 짙은 사랑이 이었습니다.
자식의 상처는 당신의 사무치는 아픔이고
당신의 기도는 자식의 영원한 꿈이었습니다.
저녁 황혼이 깃들고 땅거미가 지는 날
당신은 태양보다 뜨겁게 타오르다
그저
미련없이
꺼져가는
하나의 촛불이었습니다.
쓴것 먹어 단것 토해 먹임은 당신의 선혈이요
거친 손마디 주름진 얼굴에 에인 사랑은 백발의 바닥이기도 했습니다!
" 삶은 은총의 돌층계 어디쯤이다 사랑도 섭리의 자갈밭 어디쯤이다"
어느 시인의 겨울나무와 바람 중 어느부분 한구절입니다.
저희는 항상 만물을 주재하시는 하느님 당신의 자연의 법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사옵니다.
바람속에 당신의 목소리가 있고. 당신의 숨결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줍니다. 이런 자연의 목소리를 매일 듣는 것 처럼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가 고인의 아름다움과 사랑의 정신을 매일 매일 본받아 살게 하여주옵소서ㅣ
죽는 날 까지 고인의 유지를 받들고, 저희에게 당신의 힘과 지혜를 주옵소서 그리고 저 석양의 노을이 지듯이 내목숨이 사라질때 내 영혼이 부끄럼 없이 당신에게 갈수 있게 하소서
지금 이시간도 육신의 병고로 고통받은 형제자매들, 홀로되어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어르신들,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젊은이들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수를 따르는 예수 쟁이들에게 주님이 항상 그러셨듯이 이들 또한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할 선한 이웃임을 잊지 않게 하시고,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신 주님을 본받아 하느님의 따뜻한 온정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결단의 자리가 되도록 저희들을 이끌어 주시옵소서.
주님의 크신 뜻대로 이루어지길 소망하옵고, 온 인류의 소망되시고 평화의 왕되신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20년 1월 30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