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성서는 과학책이 아니라는 사실은 현대 과학을 배우는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이해한다. 성서는 많은 경전들 중에 하나이며, 다만 기독교인의 경전일뿐이며,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믿어야 하는 교리책이 아니다. 무엇보다 성서는 세계인들의 종교와 과학과 철학과 교육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성서문자근본주의자들과 창조론자들의 성서를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헛된 노력이 지구적인 “기후위기”를 초래했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과 생명과 삶을 파멸하고 있다. 지구의 자연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기후변화 (Climate Change)라는 말 보다 기후위기(Climate Crisis)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게 되었다. 과학자들의 경고에 따르면 인류사회는 기후위기를 피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한다는 건 단순히 더워서 살기 힘들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지구 조절 시스템이 붕괴하는 위기다. 기후위기는 일단 우리 눈앞에 드러나면 다시는 회복되지 않는다. 기후위기에서는 인류에게 두 번째 기회는 없다. 기후위기 비상사태는 자연 재난을 관리하는 능력이 기후위기 증가에 압도당하는 상황이다. 즉 가뭄, 홍수, 산불, 공기오염, 식량 부족, 물 부족, 생물 다양성 파괴와 해수면 상승 등에 대응할 수 없으며, 인간의 생존 근거가 무너진다.
오늘날 기후위기 문제는 단지 정치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기독교 교회의 신학적인 문제이다. 교회는 기후위기 즉 지구위기 시대에 맞는 솔직하고 이성적인 성서 해석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기후위기의 깊은 늪에 빠진 지구는 “하느님 없는 좋은 생태학”이 절실히 필요하다. 물론 좋은 생태학은 좋은 신학에서 나온다. 왜냐하면 지난 수세기 동안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맹신하는 불량 신학에서 불량 생태학이 나왔으며, 이런 불량 믿음이 지구의 기후 위기와 인간과 생명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대-기독교에서 하느님을 이해했던 방식은 생태학적으로 엄청나게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 교회가 환경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가장 심각한 이유 중 하나는 하느님이 인간의 삶 밖에 존재하고, 인간의 삶 자체는 죄와 타락이며, 따라서 외부에 존재하는 신이 인간을 구원해 주어야 하는 내세론적 구원론이다. 하느님에 대한 이런 전통적 이해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이 세계를 인간의 파괴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 다시 말해, 3천 년 전에 기록된 고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불량 신학에서는 하늘 밖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성서를 기록했고, 오직 성서를 통해서만 하느님의 계시를 알 수 있다고 고집한다. 이 세계 밖에 존재하는 하느님이 이 세계를 조정하고 다스린다는 해석을 신학계에서는 인격신론(人格神論 theism) 또는 유신론(有神論)이라고 부른다. 이 땅 위의 세계와 하늘 밖의 저 세계로 분리하는 삼층 세계관에 노예가 된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이 맹신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가끔 자기멋대로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통해 이 세계에 개입한다.
하느님에 대한 인격신론적 정의는 사람들에게 달콤하고 얄팍한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 이런 표층적인 안정감은 뿌리가 깊지 못하기 때문에 인격신론이 흔들리면 심한 공포증을 느끼고, 흔하게는 분노와 폭력을 휘두른다.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초자연적이고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그들을 돌보아주기 바란다. 다시 말해 기독교인들은 도움이 필요할 때 하늘 밖의 하느님이 기적을 일으켜 달라고 기도한다. 그들은 곤경에 처했을 때 그들의 호소를 들어주는 하느님 아버지가 하늘 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믿고 싶어한다.
이런 유아적이고 표층적인 인격신론의 하느님은 환경 문제가 대두되기 전에 이미 죽었다. 문자적인 성서에 목을 메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유신론적 하느님이 무용지물이 되어 죽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오늘날 모든 삶의 영역에서 과학이 기초가 되고 있는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죽음을 인식하고 있다. 인간을 보살펴주는 인격신론의 하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 우리를 돕기 위해 이 우주의 운행 원리를 즉시 변경하는 하느님은 없다. 우리가 쓰러질 때 우리를 받쳐주는 영원한 팔은 없다.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존재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유대인을 위해 홍해 바다를 갈랐던 하느님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때는 휴가 중이었나? HIV 바이러스를 지니고 태어난 아이들이나 유일한 자녀를 음주 운전자에게 잃은 부모들에게 물어 보라. 하늘 위에 존재하면서 이 세상을 살피고 위험에 빠진 인간을 구하는 일을 할 것으로 굳게 믿는 하느님은 임무를 태만히 한 것 아닌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수백만 명이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응급실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고, 수십만 명이 이미 목숨을 잃은 팬데믹 상황에서 도대체 하느님은 무엇인가? 기도를 열심히 하면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일으킨다는 하느님은 죽었다. 인격신론의 하느님은 불확실성의 우주 세계에서 내일을 모른다.
일반적인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고통과 마음의 상처로 인해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하느님을 원망하고 의심할 때, 인격신론을 옹호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수사학적 변명은 솔직하지 못하며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즉 어떤 지도자들은 자유 의지를 말한다. 그리고 하느님은 인간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딜 수 있도록 해 주었는지를 말하고, 심지어 하느님은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만큼 이상은 고통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한다. 이런 설명들은 새빨간 거짓말이며 정직하지 못하고 참으로 가소롭다.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사람들이 자유 의지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고통과 절망 속에서 죽어가는가? 군인이 전쟁터에서 그의 자유 의지로 총알이 빗발치는 곳으로 돌진하는가? 인격적 하느님이 벌을 내리기 위해 특정한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가? HIV에 감염된 엄마에게서 태어나는 아기는 자유 의지로 선택해 태어나는 것인가 아니면 특별히 사악한 아이들만 감염되는 것인가? 하느님은 폭동이나 종교적 또는 소수민족 청소에서 희생될 사람들을 지명하는가? 지구적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의 생활 습관을 급격히 바꿔야 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느님을 인격신론으로 믿고 싶어하는 바램이 사람들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다. 만약 하느님이 비를 멈추고 폭풍을 잠재우는 기후 조절 능력을 진짜 가졌다면, 공해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지구 대기를 청소하여 생태계 균형을 회복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오늘날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인격적 하느님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인격적인 하느님은 이미 죽었거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음을 깨달을 때, 비로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삶의 습관, 우리의 지속적인 지구 파괴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성숙함에 도달하여 심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미리 설계한대로 완성품으로 창조된 피조물이 아니며 더욱이 외계에서 지구로 와서 살게 된 방문객들이 아니다. 우리는 다른 생물체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에서 우연히 자연적으로 출현하여 계속 진화하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이 지구에 등장했으며, 같이 호흡하고, 그들과 같은 물을 마신다. 복음주의 찬송가에서 “나는 이 세상의 나그네일 뿐, 천국이 내 집일세”라고 노래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으며 신뢰할 수 없다. 이 세계 밖의 내세적인 천국은 결코 우리의 집이 아니다. 이 지구가 우리의 영원하며 현세적인 집이다. 이것이 인격신론이 사망할 때 우리가 깨달아야 할 첫 번째 현실이다.
우리를 구원하는 인격적이고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 과학을 거부하고 무시하는 종교적 권위는 무너지게 된다. 왜냐하면 하느님을 대신하여 말할 수 있다든지, 혹은 하느님이 물리적으로 일하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그 권위와 근거가 되는 인격적 하느님이 있기 때문이다. 교리적인 신자들이 제도적인 교회의 무오류성과 무결성에 대한 억지주장을 용인하는 것은 교회가 가르친대로 하느님의 심판과 징벌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세뇌되었기 때문이다. 인격신론이 사망하면 두려움과 공포는 깨끗하게 사라진다. 교회에 다니지 않아도, 성서를 매일 읽지 않아도, 하루에 세 번 기도하지 않아도 하느님의 징벌이나 심판이 일어나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인격신론은 하느님이 아니며, 단지 고대 종교체제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만든 하느님에 대한 인간의 정의일 뿐이다.
21세기에 3천 년 전에 기록된 “생육하고 번성하라. . .땅을 정복하라. . .모든 생물을 다스려라”(창세기 1:28)는 고대 성서구절을 문자적으로 읽고 맹신하는 기독교인들은 이것을 하느님의 명령으로 복종하는 불량 신학을 만들었으며 그 직접적인 결과로서, 환경을 파괴하고, 여성들의 피임과 낙태를 금지시키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당연한 일로 믿는다. 오늘날 이 지구의 자성 능력을 파괴하기 일보 직전에 이른 것은 이런 성서의 이해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생명은 대략 40억 년 전 바다에서 생겨난 단세포에서 비롯되었다. 그 다음 수억 년 동안 이 단세포는 세포들의 집합체인 다세포로 진화했으며, 그 집합체 속에서 세포 분화가 생겨나 유기 조직이 형성되었다. 다시 수억 년이 흐른 뒤 이 생명의 근원은 분화되어 식물체와 동물체로 진화했지만, 이들은 상호의존적으로 각각은 서로에게 생명의 원천이 되었다. 계속해서 수억 년이 지난 후 생명체 중 일부는 바다를 떠나 강하구나 하상에 착상하여 진화와 환경 적응을 지속했다. 육지의 환경이 개선되자 하천의 생명체들은 땅 위로 올라와 식물과 동물의 형태로서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상에 서식하기 시작했다. 진화의 결과 대략 1-2백만 년 전에야 비로서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최초의 인간 조상이 지구상에 등장했다. 기호와 그림을 창조하여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자각력을 갖춘 인간이 나타난 것은 불과 5-10만년 전이다.
인간은 외계의 어떤 신의 형상을 갖춘 완성품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명체 조직의 일부로서 진화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요즘의 DNA 분석에 따르면, 우리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양배추와도 유사하다. 우리는 다른 모든 생명체와 공동의 환경을 함께 누리는 새로운 생명력의 일부다. 즉 우리는 지구 전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개체들 중에 하나이다. 어느 한 개체도 인간이 잘못 시도했던 것처럼 이 세상을 지배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개체들은 원초적으로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성서가 밝히는, 물 위를 움직이면서 생명을 생성시킨 하느님의 성령이란, 외부적인 존재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은 동일한 원천과 근원을 공유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미이다. 현대과학에서도 밝히듯이, 육체와 영혼의 분리는 없다. 영혼이라는 것은 인간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이다. 다시 말해, 성령은 초자연적이며 이 세상 밖에 존재하는 인격적인 신이 아니라, 우리의 공통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생명의 근원이다. 따라서 성서에 기록된 창조 이야기의 핵심은 인간을 포함해서 모든 생명체들과 자연세계는 성스럽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생태학이 나오기 위해서 기독교인들은 하느님이란 말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하느님은 외계에 존재하면서 명령으로 이 세상을 창조한 초자연적인 신이 아니라 인간이 내면으로 그리고 세속적인 삶 속에서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느끼고 깨닫는 비전적인 실제(實際)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삶의 방식이고 표현이다. 하느님은 종교체제가 주장하는대로 모든 사람들이 획일적으로 믿어야 하는 절대적인 교리가 아니다. 하느님은 각 사람이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경험하고 깨달아 아는 삶의 비전이고 희망이다. 사람들이 하느님이란 말의 의미를 생명의 근원으로 인식하면, 다른 동료 인간들과 모든 생명체들을 성스러운 존재로 공평하게 대하고 존중할 수 있다. 또한 하느님을 사랑의 근원으로 인식하면, 땅과 식물들과 동물들을 한없이 사랑하고 보호할 수 있다. 신학자 폴 틸리히가 말했듯이, 하느님을 존재의 근거(Ground of Being)로 인식하면, 모든 존재의 신성함을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적용하며 살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하느님의 의미를 깨닫고 몸소 살아낸다면 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에 대해 성차별하고, 다른 생명체들을 폄하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기독교인들은 하느님이 이 세계 밖 하늘 위에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고 믿고, 인격신론의 하느님을 찾으려고 열심히 하늘만을 쳐다보는 일에 많은 시간과 정력과 돈을 낭비했다. 그러나 이제 광활한 우주에 그 어디에도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우리의 시각을 밖에서 안으로 돌려서 자연과 인간과 생명과 삶을 바라보아야 한다. 지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의 후손들에게 건강하고 밝은 미래를 물려줄 수 있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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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으며, 오늘 이 세계의 교육, 종교, 과학, 철학, 정치, 사상을 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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