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과 코로나 그리고 새로운 세상
<노동자의 힘 3> 20.09.23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2020.9.9.)
요즘 흔히들 미국과 중국은 ‘신냉전’시대에 접어들었다고들 한다.
냉전은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 이념적 적대(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때문에 세계가 양진영으로 나눠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로 단절되어 대결을 지향하는 상태의 지속을 의미한다.
이러한 진영나누기와 전면적 적대체계인 신냉전체계가 과연 미·중사이에 나타나고 있고 또 그것은 가능한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세 가지만 지적하겠다.
첫째, 이념적 적대가 과거 미·소처럼 격렬하지 않다. 중국은 사회주의 주도지만 자본주의 요소와 비중이 엄청나면서도 불가결한 혼합경제체제이다. 그래서 중국을 국가독점자본주의 전형이라고들 한다.
둘째, 대처-레이건의 신자유주의 광풍이후 등장한 세계화라는 국경을 초월한 자본축적으로 인해 세계전체가 유기적 연계성을 갖는 세계적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 묶여 있어 냉전시대의 진영나누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애플의 스마트폰은 세계 곳곳에서 소재나 부품 및 장비가 결합되어 최종 생산되지만 가장 크게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셋째, 현실적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세계경제점유율이 2019년 기준 24.1%와 16.2%이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율은 계속 30% 이상이고 코로나 이후 50%이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10년 내에 명목상 GDP로도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고(실질구매력 기준인 pppGDP는 2014년부터 중국우위) 코로나 지속 경우 세계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한 중국은 이를 5-6년으로 당길 수 있다. 이런 구도에서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것은 미국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럼에도 미국은 지금 인종차별, 코로나 세계 최악 등 제 코가 석자이면서도, 홍콩, 신장 등을 빌미로 대만,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강력히 전개하고, 인도태평양구상의 나토(NATO)화 등으로 대 중국 ‘포위봉쇄망’ 구축에 몰두하면서 패권수호에 안간힘을 다 쓰고 있다. 이런 패권지키기는 오바마부터 아·태재균형전략으로 나타났고 차기 민주당이 집권하드라도 이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그렇지만 패권경쟁은 자기의 내적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정도다.
그런데도 대통령후보 샌더스 지적처럼 부자 3명이 하위소득자 50%보다 부(富)를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 극단적 경제 불평등, 아프리카미국인에 대한 체질화한 차별과 적대, 코로나 세계 최악의 절대적 위치, 지미 카터 전(前)대통령 지적처럼 242년 동안 전쟁 없는 기간이 단16년인 세계역사상 가장 호전적인 나라 등등이 미국의 참모습이다.
이런데도 그들은 마치 민주, 인권, 선진의 표본인 것처럼 거짓 형상(이미지)을 조작하고 또 이에 홀려 이곳 광화문 족속들은 심심하면 성조기를 펄럭거려 댄다.
아·태재균형전략이라는 패권경쟁을 선언한 오바마와는 달리 반(反)이성의 극치를 달리는 트럼프는 내적 체질개선이나 개혁은 완전 외면한 채 중국 때리기로 표적을 삼으면서 마치 전쟁이라도 벌일 듯이 야단법석이다. 아직도 중국코로나라고 부르면서 자신의 코로나방역 완전실패를 은폐하고, 또 극단적으로 무역·기술·환율·전략 전쟁을 벌이면서 대통령선거를 노리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 자신이 중심이 되어 만든 국제 규범을 WTO, 기후협약, WHO 등등을 탈퇴 및 무력화하고 있다. 마치 단말마의 미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코로나역병이 이러한 단말마적 발버둥을 촉진시켰다. 코로나의 세계적 창궐은 더 이상 서구의 개인자유지상주의가 아닌 동양의 공동체주의를, 사적 이익 절대주의가 아닌 천하위공(天下爲公) 공공성중심주의로, 국가의 무력화가 아닌 자율성과 통제성 강화로 등등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체계와 새판짜기를 불러올 것이다. 여기에다 미국의 대 중국 반(反)이성적 패권경쟁이 이 새로운 세상열기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위기의 도래는 그 속에서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가는 변증법적 지양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길고도 긴 장기적 인류 역사에서 보면, 코로나 창궐과 미국의 패권수호 발악은 새로운 세상을 여는 새벽종(鍾)이 될 것이다.
단지 이러한 세력교체기에 패권경쟁 중간에 놓여있는 한반도가 주한미군 때문에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지 않도록 채비를 갖추는 게 우리의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