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겉잡을 수 없이 악회되고 있다. 이러한 지구적인 위기의 주범은 극우 보수적인 교회기독교의 불량 신학과 이것에 악영향을 받고 이런 불량 종교를 이기적으로 악용하는 정치인들의 불량 정치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과학을 폄하하고, 과학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의 사회와 국가와 세계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 “과학을 거부하는 종교와 정치”를 추방해야 한다. 우리는 “인격신론의 하느님 없은 교회”와 “내세지향적인 교회 없는 사회”가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오늘의 지구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종교 없는 세상,” “하느님 없는 교회,” 그리고 “교회 없는 사회”이다. 우리는 그런 종교와 정치 없이도 균형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 원초적으로 종교는 악의 근원이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종교를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비겁한 수단으로 악용하기 때문에 종교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기능과 목적이 퇴색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1세기 과학시대에 고대인들이 상상했던 하늘 위에 존재하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현대인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특히 오늘처럼 바이러스 팬데믹과 생태계의 위기에서 사람들은 하느님 없이 윤리적으로 선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이 세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적으로 살 수 있다고 인식한다. 하느님 없는 종교, 하느님 없는 정치, 교회 없는 사회, 종교 없는 세상은 가능하며,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필요하다. 놀랍게도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인식이 급증하고 있으며, 누군가 이러한 담론을 제기한다고 이상하게 생각하기 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것을 솔직하고 상식적인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신의 저서 <즐거운 지식>에서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상태로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 고 교회기독교에 경고하면서, 또다른 저서 <선악을 넘어서>에서 “왜 우리는 거짓이 아닌 진실을 원하는가” 라고 기독교 신자들에게 종교의 참 기능에 대해 심각하게 도전했다. 니체의 말처럼, 오늘 우리의 사회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이상 하느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보수적인 종교인들이 맹신하는 인격신론의 하느님은 사회를 불안과 혼란 속에 빠트리고 있으며, 국가를 분열시키고 있다. 지난 1700년 동안 교회기독교의 믿음체계가 만든 창조론과 이분법적 구원론으로 전 세계를 인종차별과 종교차별과 성차별로 통제하던 시대는 이미 끝이 났다. 오늘 종교가 필요하다면, 인간의 삶을 뒷받침하고, 생명체와 자연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성스러움과 이 세계의 평화와 정의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으면 오히려 장애물이 되고 위험할 뿐이다. 오늘 과학의 세계에 하느님이 필요하다면 그 하느님은 과학에 근거하여 이해되어야 하며, 하느님의 의미는 성, 성적본능, 인종, 민족, 종교, 사상의 경계 넘어 평등하고 공정하고 통합적이어야 한다.
오늘 현대인의 삶의 모든 영역에 기초가 되고 있는 우주론에 따르면, 하느님이란 이 세계 밖에 다른 세계에 존재하면서 이 세계를 창조한 초자연적인 신이아니다. 즉 새로운 시대의 하느님의 의미는 138억 년 전 출현한 세계를 저 하늘 밖에서 계속하여 조정하는 초자연적이고 인격적인 존재로 인식될 수 없다. 이 세계 밖에 또 다른 세계는 없다. 이제 하느님은 이 세계 속으로, 이 세계와 동일한 한계 속에, 이 세계의 자연의 법칙을 통해서 즉 이 세계를 통해서 느끼고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현실적이고 통합적인 실제(實際)(Integral Reality)이다. 과학이 하느님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했다. 따라서 하느님이 과학과 갈등관계에 있는 것은 큰 모순이다. 다시 말해, 종교와 과학은 서로 정반대의 입장에 있기보다 서로 상호보완적이며 상호의존적이다. 이 둘은 모두 궁극적으로 선험적인 확신에 의존한다. 이는 종교와 과학 둘 모두 삶 속에서 함께 나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 둘은 모두 부분적으로 인간의 창조적인 상상력에 달려 있다. 즉 과학자들은 물리적인 영역에서, 종교인들은 삶의 예술 속에서 생명과 세계에 대한 궁극적인 진리를 탐구한다. 과학과 종교는 모두 진리를 추구하고 어둠에서 빛을 추구한다. 과학자는 떠오른 통찰의 빛을 가지고 실험하며, 종교인은 깨달음의 순간을 경험하며 이를 삶 속에서 실험한다. 과학자들은 모델들을 만들고, 종교인들은 신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확신을 고백한다.
과학자들이 자연현상으로부터 발견한 진화론은 과학적인 사실을 넘어서서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을 밝히는 공개적 계시이다. 진화론은 종교적 경전들이 밝히지 못하는 생명의 신비스러움과 성스러움을 솔직하게 설명한다. 진화론은 온 인류에게 공통의 경전이다. 인간이 진화론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적어도 수백만 년의 진화과정을 거친 이성적인 인간은 최초에 지구에 출현하면서부터 과학적이고 지적인 생물종이다. 다시 말해, 과학이란 말을 사용하기 전에 이미 인간은 본능적으로 과학적이었으며, 자신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과학적인 사고로 세계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면서 상상력과 인식력이 끊임없이 발전되었다. 20만 년 전 이성적인 인간 호모싸피엔스가 출현한 이래, 인간뇌의 진화는 계속되어 7만 년 전 인식혁명, 1만2천 년 전 농업혁명, 500년 전 과학혁명, 2백 년 전 산업혁명의 급진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인류 진화역사에서 무엇보다 인간은 다른 생물종들과 달리 자신의 본성 즉 창조성과 자율성과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인식했다. 동서양의 고대 지혜는 이 인간의 본성을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선언했다.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는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만이 아니다. 또한 진화를 해석하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며, 단지 과학적인 사실을 서술하는 것도 아니다. 과학이 발견한 우주 이야기가 밝히는 진화 서사시를 이해하는 데는 로멘틱한 비전과 철학적인 엄격함이 요구된다. 또한 창조적인 예술성과 상상력과 자율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138억 년의 진화 서사시는 종교-사상-정치-철학의 경계 넘어 현대 과학의 지식과 전통적인 고대 지혜가 통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이야기다. 인류사회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고유한 전통들과 가치관을 발전시켰다. 21세기의 우주진화 세계관은 이 시대에 온 인류의 공통 세계관이다. 인류의 밝은 미래는 새로운 세계관의 기초 위에 과학과 종교와 정치가 조화를 이루고 통합하는 것에 달려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존 종교들은 진화론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을 좋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부터 진화론에 기초한 과학을 배우기 시작하고, 고등학교에서 지구과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을 익히고, 대학에서 지질학, 인류학, 천체학, 유전자공학, 뇌과학, 진화심리학 등의 현대과학을 공부하는 젊은 세대들은 구세대들이 주장하는 삼층 세계관의 창조론을 수용하지 못한다. 전통적인 종교체제에 익숙한 구세대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현대과학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새롭게 인식한다는 말은 오랜 세월동안 무시하고 부인했던 과학적인 사실을 신뢰하고, 자신의 종교적 신앙을 솔직하게 이성적으로 성찰하는 것이다. 21세기의 종교는 과학의 기초 위에서 참되고 진실할 수 있다. 종교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경계 넘어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모두에게 현실적이고 상식적이어야 한다.
특히 지구적인 위기에서 종교인들과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신념과 철학이 과학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이해가 되는지, 또한 현실적이고 실제적인지 스스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오늘 우리의 사회는 138 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를 인식하고, 과학에 기초하는 종교와 정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분법적이고 배타적이고 우월적인 부족적 생존의 종교와 이기적이고 차별적인 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
우리 인간의 본성은 6천 년 전에 하느님이 영원히 변하지 않는 완성품으로 창조한 것이 아니라, 약 6백만 년에 걸쳐 진화된 것이며, 미래에도 끊임없이 진화될 것이다. 우리의 속성에는 1천만 년 전 유인원의 변이흔적과 5천5백만 년 전 영장류의 속성, 2억4천5백만 년 전 포유동물의 속성, 3억1천3백 년 전 파충류의 속성, 5억1천만 년 전 척추동물의 속성, 그리고 원초적으로 15억 년 전 진핵세포의 속성이 담겨져 있다. 우리의 고유한 본성의 근원은 15억 년 전 지구의 첫 생명에 있으며, 모든 생명체들의 공통적인 속성의 일부분일뿐이며, 그 중에 가장 최근에 출현한 호모싸피엔스의 속성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은 부정할 수 없이 입증된 과학적인 사실이며, 종교와 정치가 인식해야 하는 공개적 계시이다.
창조론자들이 3천 년 전 삼층 세계관에 기초하여 기록한 고대 성서의 구절구절을 과학적인 우주론으로 입증하려는 시도는 위험할 뿐만아니라 비상식적이며 불가능한 일이고 무의미하다. 무엇보다 21세기에 고대 신화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려면 인간의 본성과 정신과 사상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입증하듯이 현대인들의 이성적인 인식력과 창조적인 판단력은 고대인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진화되었다. 현대인들은 우주진화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주진화는 우리의 성스러운 여정이며, 우리의 정체성과 본성의 근원이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진화를 모른체하거나 무시하고 살 수 없다. 보다 나은 새로운 삶으로 진보해 가기 위해 진화를 인식하며 살아내야 한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온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공통의 운명이다. 138 억 년의 진화 서사시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순수한 사실이며, 인류의 공개적 계시이며 보편적인 계시로서 공통적인 체험이다. 고대 민족들 - 원주민, 이집트인, 메소포타미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유대인, 인도인, 중국인, 한국인 - 의 신화적이고 종교적이고 영적인 체험은 주관적인 체험 즉 부족적이고 개인적인 계시이기 때문에 온 인류에게 적용하는 일반적인 계시가 될 수 없다. 다만 성서와 불경과 같은 개인적인 계시들은 우주진화 세계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보편적으로 이해될 있는 새로운 이야기로 전환되어야 한다.
138억 년 전 우연히 그리고 자연적으로 발생한 빅뱅 이후 우주먼지로부터 탄생된 별이 폭발하여 살아있는 세포가 출현했고, 계속해서 우주진화는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보다 더 경이롭고 위대한 창세기는 없다. 또한 바다의 물고기들이 육지로 올라와 양서류 동물이 되었고, 파충류 동물이 새가 되었고, 포유동물이 바다로 들어가 고래가 되었다는 이야기보다 더 기적적인 창조 이야기는 없다. 분명히 오늘날 전통적인 종교와 정치가 과학과 조화를 이룬다면 자신들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과학이 발견한 원초적인 우주창조 이야기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정의롭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이 21세기의 종교와 정치의 의미와 목적이며, 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 사이언스북스, 2014
오강남.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 북성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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