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톤의 중력의 법칙과 함께 다윈의 진화론은 현대과학의 초석이다. 과학은 학문을 넘어서서 현대인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살아내는 삶 그 자체이다. 오늘날 과학은 인간의 가치관을 결정하며,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는 인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과업이다. 이에따라서 오늘 인류사회의 모든 영역들은 우주진화 세계관에 근거하고 있으며, 우주 이야기는 21세기의 현대인들에게 인종과 종교의 경계 넘어 온 인류가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우주적인 경전이다. 물론 극소수의 창조론자들은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를 자신들의 개인적인 믿음의 맟춤형으로 변질시키려고 안간힘을 다하지만, 일반적으로 설득력과 효력이 없다. 주류 과학계는 우주세계 전체와 이것을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은 자연적으로 우연히 출현했으며, 자연선택으로 변화하는 진화과정은 영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우주세계는 최초로 등장한 이래로 끊임없이 진화과정을 진행 중이며 팽창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지 확실하지 않다. 이렇게 진화과정의 자연성과 우연성과 불확실성은 우주 전체와 개체들의 정체성이며, 과학이 발견한 공개적인 계시(啓示)이다. 개인적이고 부족적인 종교적 믿음이 우주진화 이야기를 왜곡하거나 변형시킬 수 없다. 사이비 종교는 과학을 자신의 믿음체계의 맟춤형으로 변형시킨다. 오늘날 과학을 거부하거나 왜곡하는 창조론자들과 종교체제들의 주장이 일반인들에게 억지주장으로 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초등학교 수준에서부터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와 진화론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진화는 오늘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고 있으며 진화과정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우리는 컴퓨터와 셀룰러폰과 자동차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이것들은 진화론을 기초로하는 첨단과학이 만들어낸 우리의 생활용품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뇌가 작용하는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 즉 세계관과 가치관은 2천 년 전 성서를 기록할 때의 고대인들과 2백 년 전 우리의 증조부님들이 상상할 수도 없었던 방식으로 진화되었다. 이렇게 수십만 년 전 호모싸피엔스 인간 조상이 지구에 출현한 이래로 우리는 끊임없는 진화과정을 계속해왔다. 지난 수백년 동안 인간뇌의 진화는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또한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과 138억 년의 우주 이야기를 무시하는 기독교 신자들은 얼마나 더 삼층 세계관적 믿음을 보호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고대 성서에 기록된 창세기에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창조 신화(1:1-2:4, 2:5-25)가 있다. 이 이야기들이 묘사하는 삼층 세계관은 당시 고대 중근동 지역에서 보편적인 세계관이었다. 특히 고대 중근동 신화들의 본고장은 수메르이며, 이 지역에서 원초적인 삼층 세계관이 탄생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독교의 뿌리인 유대교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고향은 수메르의 주요도시 중 하나였던 우르이다. 아브라함이 중동지방의 보편적인 창조 신화와 삼층 세계관 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유대인들의 세계관과 종교 역시 중근동 지역의 문화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 기독교인들이 읽고 있는 창세기는 고대 중근동의 삼층 세계관과 신화들에 근거해서 기록된 문서이다. 따라서 성서비평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창세기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무시하고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것은 큰 잘못이다. 현대인들은 신화적인 고대 경전들을 문자적으로 읽기 보다 21세기의 과학에 기초하여 은유적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은 우주세계가 최초로 출현하고 발전된 역사에 대해 대단히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 다시 말해, 두 가지의 다른 이야기들 즉 옛날 이야기와 새로운 이야기 사이에서 혼돈과 갈등을 겪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들어왔던 옛날 이야기는 이 세계를 누가 어떻게 만들었고, 우리는 이 세계와 다른 생명들을 어떻게 대하며 살 것인지에 대해 말한다.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지금까지 옛날 이야기가 말해 주는대로 믿고 살아왔다. 옛날 이야기는 기독교인들에게 내세의 조건과 목적을 제공했고, 이것에 따른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규정했고, 인간의 고통을 합리화시켰고, 세계관과 가치관과 신관을 구축했다. 또한 기독교 신자들은 옛날 이야기를 기준으로 자신을 정당화했고, 죄항목들을 만들었고,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죄인을 정죄하고 처벌했다. 옛날 이야기는 기독교인의 삶 전체를 통제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가면서 과학이 발달하고, 의식이 성숙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옛날 이야기가 공정하게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지구는 평평하고,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는 삼층 세계관적 믿음과 우주는 하나의
생명의 망이라고 인식하는 우주진화 세계관적 신앙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삼층 세계관적 믿음은 단순히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과 자연과 세계와 하느님의 의미를 믿음체계(교회)가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교리에 맞춤형으로 변질시킨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믿음은 개인적이고 부족적인 체험에서 나온 사적인 계시이기 때문에 온 인류에게 공통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또한 진화론을 거부하는 삼층 세계관적 믿음은 과학이 발표하는 우주진화 이야기 즉 공개적 계시를 무시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우주의 실제적이고 통합적인 현실을 무시하고, 죽은 후 상층의 내세를 꿈꾼다. 개인적인 계시에 근거한 종교적 전통과 경전을 절대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톤, 다윈, 아인슈타인, 허블 천체망원경, 도킨스, 그리고 호킹 등이 밝히는 공개적 계시를 듣고 보고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죽음의 두려움과 이기적인 욕심때문에 사심없이 삼층 세계관적 믿음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고대 성서는 과학책과 역사책이 아니라, 지혜서이다.
고대 경전들은 현대 과학자들이 경험적으로 발견한 우주진화 역사를 상상도 못했다. 고대인들은 2백 60만 년 전 최초의 인간 호모하빌리스가 아프리카에 출현했고, 1백50만 년 전 호모이렉투스가 사냥을 시작했고, 20만 년 전 이성적 인간 호모싸피엔스가 출현했고, 1만8천 년 전 동굴벽에 그림을 그린 사실을 몰랐다. 더욱이 우주가 138억 년 전 빅뱅으로 탄생했고, 130억 년 전 첫 번째 은하계가 출현했고, 120억 년 전 우주는 1000억 개의 은하계를 형성했으며, 각 은하계는 1000억 개의 별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은하계에서 45억 년 전 태양계가 생기고 곧이어 지구가 출현했으며, 40억 년 전 모든 생명체들의 조상인 첫 단세포가 출현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4억5천만 년 전까지 모든 생명체들은 바닷물 속에 있다가 카파네우스가 처음으로 육지로 올라왔다. 육지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의 원초적인 조상은 물고기였다. 따라서 21세기 현대인들이 고대 경전들을 문자적으로 읽고 과학책으로 이해하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며, 문자 뒤에 보이지 않게 숨겨진 심오한 진리와 지혜를 깨닫기 어렵다. 고대 경전에서 현대 우주학을 해석하려는 노력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큰 오류이다.
삼층 세계관적 믿음은 현대과학이 밝히는 우주진화를 부인하고, 우주 전체를 구성하는 개체들이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는 한 몸이라는 공개적 계시를 무시하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숨쉬고 있는 모든 인간 하나하나의 존엄성과 생명의 성스러움 보다는 하늘 위의 하느님을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현세보다 상층의 내세적인 천국이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오늘 인류사회의 바이러스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못본체한다.
결론적으로, 진화론을 거부하고 창조론을 주장하는 삼층 세계관적 믿음의 가장 큰 두 가지 모순은, (1)첫 번째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더러운 죄인이기 때문에 믿음체계가 만든 교리와 전통를 인정하지 않으면 구원받지 못하고 지옥(하층)으로 떨어진다는 원죄론과 (2)두 번째로, 이 세계(중간층)는 죄악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죽은 후에 다른 세계(하늘 위 상층의 천국)로 이주해가야 한다는 내세론이다. 그러나 우주진화적 신앙에 따르면 이 세계는 상중하 층들이 없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오직 유일한 세계이며, 다른 세계는 없다. 이 세계의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깨끗하고 성스럽다. 지금 여기에서 순간순간 영원함을 자율적으로 느끼고 자유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우주진화 세계관적 신앙이다. 다시 말해, 인간이 균형적이고 자유하고 행복하고 온전하게 살기 위해서 종교체제의 권위에 순종하고, 믿음체계가 만든 교리를 입술로 인정하고 믿어야 할 필요는 없다.
우주진화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삼층 세계관적 믿음의 창조론과 원죄론과 구속론은 오늘 이 세계와 미래의 후세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기는 커녕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로 인해서 전쟁과 테러와 차별을 가증시킬뿐이다. 온 인류가 이 세계에서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은 과학에 기초한 우주진화 이야기에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탐구하고 실천적으로 사는 것이다.
오늘 성서문자주의와 직역주의, 성서무오설과 축자영감설,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을 거부하는 것은 불신앙이 아니라, 참된 인간의 깨달음이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길이다.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과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를 인식하고, 인간의 존엄성인 자율성과 창조성과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이러한 깨달음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참된 신앙이다. 21세기의 현대인들은 과학을 거부하는 종교 없이, 균형이 잡힌 생활과 도덕적이고 이성적인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초자연적인 하느님 없이,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교회 없이, 내세를 꿈꾸는 이기적인 믿음 없이, 담대하게 지혜롭게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비전과 희망이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열망이다.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과 우주진화 이야기는 인간이 진실하고, 도덕적이고, 선할 수 있는 삶의 지혜이며, 온 인류의 공통적인 경전이다. 우리는 우주적인 공통의 경전을 통해서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 종교적인 신앙인이 되기 전에 먼저 참된 인간이 되어야 인류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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