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자신을 넘어서려면, 가장 먼저 우리 자신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 우리 인간은 자신의 경험의 한계 너머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담대하고 솔직하게 상식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류역사에서 인간은 지식의 부족함과 이에따른 두려움을 은폐하려고 제도적인 종교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천년 동안 자신들이 만든 종교적 경전의 베일로 자신의 참된 모습을 감추고, 인간의 본성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전통과 교리를 만들었다. 다시 말해 자신의 한계성과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의 존엄성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수호신을 만들고 거기에 무릎꿇고 수동적으로 의존했다. 설상가상으로 종교체제가 만든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인 구원론의 망상에 빠져서 죽음 이후의 영원한 생명을 꿈꾸는 자기 기만의 노예가 되었다.
이러한 기만은 오늘 보수적인 한국 교회기독교에 병적으로 만연되어 있다. 특히 성서문자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은 유신론적 신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부족적인 믿음의 맞춤형으로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론과 유신진화론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형태로 자신들의 기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들이 확실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인간은 이 세계 밖,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신 즉 창조주 또는 지적 설계자 없이도, 그리고 그것들에 억지로 수동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자율적으로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면, 한계성과 부족함을 너머서서 두려움과 공포를 떨쳐버릴 수 있다. 그러면 비겁하지 않고 자유하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선하고, 지루하지 않고 생기가 넘치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고, 그의 가르침과 삶이었다.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인간의 한계성과 부족함을 너머서기 위해서 초자연적인 창조주와 설계자가 필요없다. 다만 우리 자신을 솔직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상식적으로 정직하게 탐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따라서 지금 여기, 이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살아 있는 인간과 생명과 분리된 초자연적인 신과 창조주와 지적 설계자는 모두 허구이다. 또한 오늘 살아있는 생명을 모른다면 죽음과 죽음의 의미도 알 수 없다. 다시 말해, 인간의 본성을 무시하고 신적인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그것들이 종교이든 과학이든 모두 기만이고 거짓이다. 따라서 생명 중심이 아닌 신 중심인 창조과학은 사아비 과학이며, 이 세계를 간섭하는 지적 설계론은 그저 사이비 종교에 불과하다.
만일 인간이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 이해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우리 인간들은 살아있음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의 의미와 죽음의 의미에 대해서 알기 원한다. 따라서 내가 살아 있음을 안다는 것 그 자체가 경이와 신비로 가득한 사실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율적인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데, 즉 왜 나는 살아 있는가? 살아 있다는 뜻이 무엇인가?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인간의 지식은 과학의 발전으로 다양하게 확장되어, 과거의 신비를 해소하고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선조들이 의문을 가졌던 일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천둥과 번개의 원인을 알게 되었고, 왜 바다의 조류가 밀물 썰물을 일으키는지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원인과 해결책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병균들도 알게 되었고, 그 예방책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우주의 불확실한 팽창과 무한한 크기와 공간의 상대적인 대부분이 텅 비어 있음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40억년 전 지구 생명체의 기원은 과학계의 풀리지 않는 가장 큰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였지만 생명체의 등장은 설계자에 의해 미리 계획하고 설계되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원시 지구의 조건과 환경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이 발달하기 전인 18세기 이전에는 성서에 근거한
창조론이 생명의 기원에 관한 가설처럼 취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과 함께 창조론은 그저 종교적 시각으로 분류되었으며,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기에 폐기처분되었다. 진화과학을 비롯한 생물학의 발달과 화학진화와 같은 생화학 발달 및, 천문학과 지질학의 발달과 이들을 기초로하는 신학의 발달로 인해, 오늘날 인격신론의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과 유신진화론은 종교적 입지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생명과 생물체의 정의는 무엇인가? 무엇이 생명체로 정의되려면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생식 능력을 지녀야 한다. 예를 들자면, 돌덩어리는 다른 돌덩어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기에 돌덩어리를 생물학적 의미에서 생명체라고 볼 수 없다. 생명체의 기본적인 생물학적 정의는 스스로 자신을 생식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생명체들의 고유한 특성은 상호의존적이다. 초목들의 생명이 없이는 동물들의 생명도 없고, 그 반대도 또한 마찬가지다. 최초의 생명체 세포는 산소를 만들어내고, 이 산소는 미래의 생명체들이 존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산소는 지구의 대기 중에 본래부터 있던 것이 아니고, 생물체들의 선물이다. 문자 그대로 수십 억 년 동안 그들 단세포 생물체들이 지구 대기권에 산소를 불어 넣어 주어서 오늘날 지구상의 대기 중에는 20% 정도의 산소가 존재하게 만들었으며,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 즉 생명이 생명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 밝힌대로, 살아있는 생명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생명의 종착점인 죽음에 대해서 알 수 없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까르뜨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듯이, 내가 살아 있음을 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내가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하나밖에 없는 자주적 독립존재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생명의 근원에 대해서 과학이 분명하게 밝혀준 것은 생명의 각 개체는 예측 불가능한 우연적인 것이다. 태초에 모든 생명체들이 우연히 등장했듯이 나는 우연한 인간이다. 이것은 생물학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내용이다. 나는 누구의 설계로 만들어진 산물도 아니고, 누가 혹은 무엇이 나를 의도적으로 창조해 낸 것도 아니다. 나라는 존재는 명백한 목적도 없이 확률의 무한한 법칙이 만들어낸 것이다. 내세지향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기독교 신자들은 초자연적 존재가 자신들을 지배하고 조정하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이 세계 밖의 인격신론의 하느님을 숭배하는 종교체제가 만든 이분법적 교리들을 억지로라도 그리고 믿는 척이라도 해야만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고,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서 영원히 살 것이라는 망상과 보상심리에 깊이 빠져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들은 교회기독교가 만든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거짓이며, 우리 생명의 우연성이 훨씬 더 확실한 사실이다.
우리의 우연성은 거시적 혹은 미시적으로 자연적인 우주진화 과정을 거쳤다. 다시 말해, 대략 6천5백만 년 전쯤에 화성만한 크기의 거대한 혜성이 지구와 충돌했다. 그 충돌의 우연성이 이 지구상의 생명체들을 지탱하는 환경 조건들을 엄청나게 변화시켰다. 지구는 정상 궤도에서 이탈되었고, 기후는 변했으며 생명체들은 대환난을 겪었다. 공룡들이 멸종하고, 지구 표면상에서 양서류 동물들의 지배가 무너졌다. 어떤 종류의 생명체들의 멸종은 또 다른 종류의 생명체들의 출현의 기회가 되었다. 그게 자연의 법칙이다. 이 경우에는 척추동물들이 출현하는 새로운 출구가 되었다. 아무도 그런 대격변을 계획하거나 설계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된 것이었다. 우리는 인간들이 척추동물의 한 종류로 그 우연한 충돌의 기회로 출현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 인간들의 생명이 있게 만든 것은, 수 백만 년 전에 있었던 우연한 충돌이었음을 주류 과학계는 인정한다. 우리는 우연히 등장한 생물종들이다.
생명의 이런 우연성이 미시적인 단계에서도 나타난다. 나의 생명의 특별한 존재가 시작된 잉태의 순간에도 우연성은 작용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온 정자라는 생명체와 어머니에게서 나온 난자라는 생명체가 결합된 것이다. 정자도 난자도 그들이 결합되기 전에는 생명에 대한 실감나는 희망을 지니지는 못했다. 그들의 결혼생활 동안 성적인 결합들 가운데 오직 세 번만(1남 2녀) 성공적으로 새로운 생명을 창조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데, 신적인 계획과 설계와 권능이 전혀 개입되거나 작용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우연한 결합일 뿐이다. 나의 아버지는 한 번의 사정에 문자 그대로 2억-5억 개의 정자를 배출했다. 이들 정자 한 개 마다 서로 다른 유전 인자들을 지니고 있다. 나의 어머니는 매월 월경 주기마다 한 개씩 난자를 배출하여, 그녀의 일생 동안 424개-450개의 난자를 만들어냈다. 단 한 개의 정자가 난자를 뚫고 들어가 접합체라는 생명체를 형성하도록 인도해준 어떤 높은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자나 난자나 모두에게 우연성이 작용했을 뿐이다. 그것이 바로 생명의 특성인 것이다.
나는 우연적인 존재다. 이는 다른 생명체들, 인간이든 인간이 아닌 것들이든, 초목과 동물 모두에게도 해당된다. 자연의 법칙에 의햐면, 모든 생명체들은 우연성의 산물이다. 생명은 그렇게 시작된다. 정자와 난자가 그렇게 합쳐지면서, 인간의 정체성 즉 성, 성적본능, 피부와 눈의 색깔, 외모 등이 결정되었다. 내가 잉태된 순간에 내 몸 속에 있는 생물학적 시계는, 이미 죽음을 향한 중단없는 행진을 시작했다. 정자와 난자의 우연한 만남에서 이 땅 위에서 살아갈 나의 시간의 한계는 이미 주어졌다. 따라서 생명체들의 우연성은 주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거부할 수 없는 우주의 법칙이듯이, 죽음은
생명의 순환과정의 일부로 부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 죽음은 종교체제가 주장하는대로 부정적인 것이 아니며, 신의 심판과 징벌도 아니다. 모든 인간은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이 지구별에 우연히 태어났으며, 일회적 생애 후에 자연스럽게 죽는다.
고대 부족적인 종교들이 창작한 인간의 기원과 생명의 의미는 21세기 과학시대에 너무나 낡은 것이고 심지어 추악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우연적으로 지구에 출현했다. 그리고 38억 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의식에서 자아의식으로의 진화 과정을 통해서 오늘의 인간의 본성 즉 자율성과 창조성과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는게 되었다. 우리는 다른 생물종들과 달리 스스로 인식할 수 있는 본능이 있다. 인간의 존엄성 즉 인간의 본성은 인격신론의 종교체제가 폄하하거나 변질시킬 수 없다. 우리는 우연적인 생물종이라는 과학적인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미리 계획한대로 완성한 피조물이라는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자연과 인간과 생명체들이 조화를 이루어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우리 인간은 다른 생명종들 보다 더 특별하게 출현하지 않았다는 과학의 발견을 겸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을 포함해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은 동일한 근원에서 등장했다. 인간은 우주세계를 구성하는 다른 모든 개체들에 대하여 나를 소중하게 대하듯이 존중해야 한다. 초자연적인 존재의 간섭과 계획과 설계 없이 이 지구상에 우연적이고 자연적으로 출현한 우리 인간은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의미있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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