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현대과학에 근거하는 우주진화 세계관이 주류 사회의 가치관과 윤리관의 기초가 되면서, 믿음을 강요하는 전통적인 종교에서 참된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심층적인 의미를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은 자신들의 일상생활 속에 무신론이 상식화 내지는 보편화되었다. 다시 말해 오늘날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신에 실망하고, 종교체제의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인 언어들에 지치고 식상한 현대인들에게 과학에 기초한 무신론이 훨씬 더 설득력과 효력이 있다. 과학시대의 현대인들은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이 사실상 과거에도 일어난적이 없었지만, 현재와 미래에도 일어나지 않을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들은 믿음체계가 강요하는 수동적이고 교리적인 믿음을 떠나 보내고, 자율적인 깨달음의 여정을 자유롭게 선택했다. 현대인들에게 유신론은 신뢰할 수 없는 낡은 속물이 되었다.
오늘날 실업자가 된 유신론의 신(神)은 여전히 많은 기독교 신자들에게 초자연적인 인격체로서 때때로 자신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서 이 세계 속에 개입하고 간섭한다고 맹신하는 망상의 하느님이다. 이 하느님은 웅장하며, 요란하며, 거창하며, 지극히 인간적인 일을 행사하는 대단히 인간적인 존재로 상상한다. 이 하느님은 유신론이라는 말로 정의된 하느님이다. 다시 말해, 유신론이란 이 세계 밖에 존재하는 인격적, 초자연적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다. 유신론자는 이 창조주 하느님의 객체적인 존재와 피조물인 인간 세계는 분리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한편 하느님은 실제로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객체적 존재라고 믿는 유신론자들은 우월주의자 내지는 차별주의자들이며, 자신들이 믿는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신론자라고 정죄한다. 또한 이들은 무신론에 대한 피해의식과 두려움과 공포가 대단히 심각하다.
오랜 세월 동안 세계를 장악하고 통제했던 교회기독교가 만든 인격신론 즉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이 시작된 결정적인 동기는 코페루니쿠스(1473-1543)와 갈릴레오(1564-1642)가 천동설(움직이지 않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을 폐기하고 지동설(지구는 태양의 주위를 돈다)을 발표한 것이다. 이후부터 교회의 삼층 세계관적 우주론은 심하게 흔들렸으며, 삼층 세계관의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이 가속화되었다. 무엇보다도 생명과 하느님과 지구의 의미에 대해서 이전과 똑같을 수 없게 된 혁명적인 동기는 찰스 다윈(1809-1882)의 진화론이었다. 지구의 생명들이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서 변형해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은 계속해서 발전하여 이제는 지구의 생명체들을 넘어서,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우주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팽창하고 있다는 우주 진화론을 인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과학의 일상생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유신론적 하느님의 죽음은 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또한 세월이 흘러가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 하느님은 교회 밖 인류사회에서 설득력과 효력을 잃고, 교회 안으로 숨어들었으며 거기에 안주하게 되었다.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이야기에 따르면 이 세계(현세) 이외에 다른 세계(내세천국)는 없으며, 즉 세계와 인생은 오직 한 번의 일회적이며, 우주는 초자연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이 미리 설계한대로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완성품으로 고정시킨 것이 아니다. 이렇게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보편화되면서 유신론적 하느님이 설 자리를 잃었으며, 교회기독교의 충성스러운 신자들은 교회를 살리기 위해 과학과 타협하는 묘한 술책으로 유신진화론을 창작했다. 정확히 말해서, 유신진화론이 등장하게 된 동기는 죽어가는 교회기독교의 인격신론의 하느님 즉 유신론의 생존과 보호를 위한 궁여지책이다. 또한 과학이 일상생활화되고, 우주세계에 대한 현대인들의 이해가 깊어지면서 사람들이 내세지향적인 중보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교인들을 교회 안에 붙잡아 두려는 비상대책의 옹졸한 술책이다.
유신진화론(Theistic Evolution)은 유신론적 진화론이라고도 하는데, 이것은 얼핏 들어보면 과학과 종교가 조화를 이룬 듯한데 사실상 대단히 혼돈스럽고 모순투성이다. 엄밀히 말해서, 유신진화론은 사이비 과학이며, 교회의 부족적이고 사적인 믿음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과 종교를 제멋대로 혼합시킨 컬트 문화의 속물(俗物)이다. 이 비상식적인 주장은 진화론이 과학적 사실임을 인정하는듯 하지만 은밀히 감추인 속셈은 삼층 세계관의 유신론을 정당화하기 위한 창조론의 변종이다. 21세기의 종교는 과학의 기초 위에서 이해되어야 하기 때문에 무신론과 유신론이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인간을 통제하고 조정하고, 인간이 반드시 믿어야하는 유신론의 신(神)은 없다. 믿음의 조건으로 보상을 내리는 신은 이미 죽었다. 오늘 인류는 유신론 없이도 온전하고 선하게 살 수 있다. 원초적으로 종교(religion)는 인격신론의 하느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삶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종교는 과학의 기초 위에서 이해되고 살아가는 삶의 지혜와 방식이 되어야 한다. 종교는 인격신론의 하느님에 대한 교리적이고 관념적인 믿음(belief)이 아니다. 종교와 하느님은 인간의 온전한 삶에 대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비전이다. 진화론은 종교체제의 교리적인 믿음과 유신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순수한 과학이다. 다윈이 발견했고, 현대과학이 150년 동안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는 진화론은 신의 간섭 없는 우주의 운명이고 그 자체이다.
기독교인들은 유신진화론이 거짓과 은폐의 속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혼돈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유신진화론은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진화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우주세계를 창조했다는 괴상한 억측이다. 이 주장은 과학과 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무지의 소치(所致)이다. 과학을 폄하하면서 거부하고, 종교와 분리하려는 유신론적 교회는 사회적인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죽어가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우주와 생물의 기원에 대해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하느님이 그 일을 진행했다고 하면 성서와 진화론과의 갈등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묘안을 고안했다. 그러나 여전히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존재를 전제하고 있는 심각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다윈의 진화론이 150년 동안 발전하면서 21세기의 주류 사회는 현대 과학을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살아내고 있다. 지난 수세기 전에 과학 시대가 시작되고, 인간의 자아의식이 성숙해지면서 인격신론의 유신론적인 하느님은 무용지물이 되어 죽었다. 오늘날 현대인들의 종교는 더 이상 유신론이 필요없다. 우주세계의 기원은 우연적이고 자연적이며, 우주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하느님은 내일을 모른다. 내일을 미리 알고 계획하고 설계하는 하느님은 죽었다. 다만 지금 여기, 순간순간에서 온전한 삶을 살아가는 길을 밝혀주는 것이 종교의 책임이고 기능이다.
유신진화론은 오늘날 주류 과학계와 신학계가 진행되고 있는 미래의 물결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기독교인들 가운데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이성적인 판단 없이 진화론도 옳고, 문자적인 성서의 창조론도 옳다면서, 왜 한 쪽만 옳다고 편협한 주장을 하느냐면서 유신진화론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우주세계와 지구상의 생명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유신론의 개입은 비상식적인 발상이다. 과학을 종교의 맟춤형으로 변형시키려는 표층적이고 얄팍한 술책은21세기 과학 시대에 설득력과 효력이 없다.
유신진화론과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의 공통된 모순은 모든 문제들의 해결점을 이 세계 밖에 존재하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의 존재를 전제하고, 그 하느님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을 비판하는 종교가 필요에 따라 자신이 만든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존재와 능력과 계획을 정당화하기 위해 진화론을 악용한다. 진화는 인간이 필요에 따라서 만든 가설이 아니라 과학이 자연현상에서 발견한 인간과 우주의 운명이고 그 자체이다. 그러나 종교와 하느님은 인간의 필요에 따라서 인간의 상상력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오늘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과학 시대에 유신론과 무신론은 혼합하거나 공존할 수 없다. 엄밀히 말해서 무신론과 유신론의 논쟁은 시간낭비이다. 왜냐하면 21세기에 초자연적인 신의 유신론은 더 이상 필요없는 속물이다. 신, 하느님, 하나님, 한울님, 알라, 야훼, 위대한 영 등은 더 이상 믿어야만 하는 교리적 객체적 존재가 아니다. 종교는 과학을 자신의 맟춤형으로 변형시켜서는 안된다. 종교는 존재론이 아니라, 인간이 모두 함께 참되게 온전하게 살아가는 관계론이다. 물론 신과 종교 없이도 인간은 선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들이 평등하게 정의롭게 평화롭게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공유하기 위해 종교의 심층적인 의미를 발전시키려고 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결론적으로 진화론에 신의 간섭과 계획과 창조와 설계는 필요없다. 유신론은 오히려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의 순수성을 훼손한다. 유신진화론은 과학이 발견한 우주의 우연성과 자연성과 불확실성을 거부하고, 과학을 신의 설계와 간섭과 완성으로 둔갑시킨다. 진화적 창조론자들은 6천년 전에 초자연적인 창조가 있었고 그 이후로 현대 진화론이 밝혀낸 사실들에 위배되지 않는 자연적 진화가 이루어져 왔다고 본다. 창조론자들은 150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에게 검증받고 승인된 진화론을 구약성서의 몇 구절을 문자적으로 인용하여 반박한다. 과학은 이런 식으로 운용되지 않는다. 과학은 기본적으로 집단적인 작업이다. 어떤 주제를 연구하는 일군의 과학자 공동체가 있고, 그 사람들이 공유하는 문제, 연구, 실험, 결과, 해석 방식이 존재한다. 그래서 만일 어떤 이들이,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기존의 과학 이론을 비판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면, 기본적인 규칙을 잘 지켜서 해야 한다.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진화론을 과학과 신학의 심층적인 의미에 무지한 사람들이 삼층 세계관에 근거하여 기록된 창세기의 몇 구절을 문자적으로 인용하여 왜곡시키는 행위는 교회 내부에서는 열성적 종교 행위일 수는 있을지 몰라도 현대사회에서 과학자들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방식은 아니다.
진화론적 유신론, 진화론적 창조론, 유신론적 진화주의 또는 유신론적 진화사상 등으로 불려지기도 하는 유신진화론은 거짓과 은폐의 속물이다. 왜냐하면 이 가설은 21세기 과학시대에 죽은 신(神)을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 위에 더덕더덕 회칠한 무덤과 같다. 유신진화론자들은 진화를 신의 능력으로 간주하며, 신의 창조를 찬양하지만 그것은 교회 안에서나 통용되는 부족적이고 사적(私的)인 믿음에 불과하다. 주류 과학계에 따르면, 진화는 신의 간섭과 능력과 창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우연적이고 자연적인 우주의 법칙이다. 진화는 인간이 속해 있는 불확실성의 우주세계의 본성이고 운명이다. 진화는 종교적인 유신론이 필요없다. 과학이 발견한 진화를 종교의 신과 결부시키는 것은 몰상식한 발상이다. 21세기의 종교적인 신앙은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역사에 기초하여 새로운 시대에 적절한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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