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 년 전의 예수 탄생 이야기들이 오늘의 역사적 상황 속에서 무엇을 뜻하는가? 현대 기독교인들은 그 이야기들이 1세기의 고대 세계에서 지녔던 의미를 21세기의 현대 세계에서 뜻하는 의미로 전환해서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현대인들은 성서를 읽기 전에 가장 먼저 성서가 기록될 당시의 극도로 제한적인 고대 언어와 고대인들의 우주관과 당시의 보편적인 신화적 문화환경과 생존에 위협이 되는 긴박한 사회적-정치적 상황에 대해서 충분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면 현대인들은 고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을 수 없다.
기독교 성서는 예수가 죽은 후, 반세기가 지난 후부터 기록되기 시작했다. 또한 성서 원본은 실종된체 2세기 동안 수많은 사본들이 필사가들에 의해 복사되었다.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성서는 기독교의 공식적인 정경으로 채택된 적이 없었다. 다만 오늘까지 사본들의 모음집인 현대성서는 그냥 읽혀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누구였는지, 예수의 사상과 철학과 가치관과 윤리관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복음서를 읽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현대 성서학자들과 신학자들은 성서비평학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왔다. 성서비평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주류 신학계의 대학들은 성서비평학을 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오늘날 전문학자들은 성서비평 작업을 위해서 고대세계사, 고고학, 인류학, 지질학, 고대신화, 고대언어, 진화과학, 천문학 등의 학문들을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고대 성서를 심층적으로 연구한다. 예를 들자면, 성서는 누가 언제 어디에서 왜 어떻게 기록했는지, 예수는 과연 하느님의 아들, 처녀 마리아의 아들이었는지, 예수는 무엇을 가르쳤는지, 예수는 기적을 행했는지, 예수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할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누가 왜 예수를 처형했는지, 부활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독교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서 탄생했는지, 예수의 하느님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등등에 대해 사회적-정치적-종교적으로 탐구한다.
특히 세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탄생 이야기들을 왜곡하지 않고 정직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이 이야기가 출현하게 된 동기와 배경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이 이야기가 등장할 당시의 고대 지중해 문화, 현대의 산업사회와는 다른 고대의 농경사회, 귀신들림과 치료와 치유 그리고 주술과 귀신축출, 제국과 식민지의 상황들, 지배층과 농민들, 정치와 가정, 세금과 빚, 계급과 성에 대해서 이해해야 21세기의 성탄절의 의미를 바르게 인식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마태, 누가, 요한 복음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서로 일치하지 않고 각각 독특하게 다르다. 더욱이 신약성서가 가장 먼저 기록될 때에 예수 탄생 이야기는 없었다. 즉 최초의 신약성서 저자인 바울과 최초의 복음서 저자인 마가는 예수 탄생 이야기를 기록하지 않았다. 예수가 신비스럽게 탄생하였다는 전승은 기독교 교회가 탄생한지 비교적 후대의 전승이다. 성탄절 이야기들은 마태복음서와 누가복음서의 처음 두 장에서만 발견되는데, 이 이야기들은 예수가 죽은 후 70-80년이 지난 1세기 말엽에 기록되었다. 요한복음서는 마태와 누가보다 더욱 후대의 것으로 성탄절의 의미를 동정녀 잉태 없이 신학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초대 교회가 탄생하고 수세기 동안 성탄절은 교회 예배력에 없었다. 물론 성서에는 예수의 탄생일이 12월 25일이란 기록이 없으며, 다만 서로 다른 출생지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성탄절 이야기들은 마태, 누가, 요한 복음서의 전주곡으로 기록된 것처럼 보인다. 즉 각각의 성탄절 이야기의 핵심적 주제는 그 복음서 전체의 핵심 주제를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마태는 자신의 유다인 독자들을 향하여 예수를 유대인들의 왕이라고 정치적인 선언을 하며, 누가는 자신의 이방인 독자들을 향하여 예수를 사회적 예언자로 선포했고, 요한은 예수의 하느님은 종교적으로 믿어야하는 객체적 존재가 아니라 무신론적인 창조적 에너지로 선포했다. 이러한 성서비평을 통해서 예수 탄생 이야기의 메시지는 사회적-정치적인 도전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1세기는 물론 21세기에 기독교인들이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 따라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하느님의 의미를 살아내는 것은 개인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비전이다. 물론 개인적인 의미와 사회-정치적인 의미는 구분할 수 있지만 서로 분리할 수는 없다. 그것들을 분리하게 되면 서로를 배신하게 된다. 교회는 예수 탄생 이야기들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무시하기 때문에 교회 밖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삶의 문제들에 무관심하고 세상과 분리된다. 따라서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단지 개인적인 유신론적 믿음의 이야기로 전락하고 만다.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세적인 삶의 두려움과 희망과 용기에 관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은 죽은 후 천국에 올라가는 유신론적이고 내세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다. 그 이야기들의 핵심은 우리 마음의 평화만이 아니라 이 땅 위의 평화이다.
예수가 탄생했던 1세기의 세상은 로마제국이 모든 것을 약탈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예수가 살았던 갈릴리와 유다 지방의 통치자들은 로마 황제에게 아부하고 자신의 권력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백성들을 쥐어짜는 일에 열중했다. 유대교의 제사장들은 성전을 마치 강도들의 소굴과 회칠한 무덤으로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누리며 희희낙낙거리는 세상이었다. 민중들은 하루에 한 끼 먹는 것도 기적적인 일이었다. 따라서 폭력과 살인과 강간이 난무하며 곳곳에서 피바다를 이루는 세상에서 굶어 죽으나 저항하다가 칼에 찔려 죽으나 매한가지인 세상은 악마가 지배하는 지옥같은 세상이었다. 성전종교의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은 98%의 힘없는 민중들을 위해 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그 하느님은 권력층과 부유층의 편에 서서 그들을 보호했다. 이와같은 암담한 세상에 나사렛 예수가 태어났다.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인간의 가장 깊은 갈망, 즉 어둠 속에서 빛을 기다리며 우리의 희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는 염원에 호소하는 내용이다.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단순히 감상적인 것이 아니다. 이 이야기들은 개인적인 변화는 물론 사회적-정치적인 변화에 도전한다. 원초적으로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교회가 예수에 대한 유신론적 교리들 즉 삼위일체론과 원죄론과 구속론을 제정하기 훨씬 전에 기록되었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들은 갈릴리 바닷가를 거닐던 초라한 농민, 평범한 나사렛 청년, 무신론적 참 사람 예수를 성상의 자리에 앉히고 신적인 예수, 하느님 예수로 변질시키기 훨씬 전에 기록되었다.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거룩한 유신론에서 탄생하지 않았으며, 그대신 민중들의 삶의 현장에서 인생과 생활방식이 새롭게 변화되어야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비전에서 탄생했다. 그 이야기들은 오늘 교회가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예수의 신성에 대한 세례문답서의 이야기가 아니다. 첫 번쩨 성탄절 이야기들은 유신론적 종교의 하느님 예수를 믿는 이야기가 아니라,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탄압하는 유신론적 종교체제와 로마제국에 항거하는 무신론적 예수의 정신을 살아내는 이야기들이다.
예수 탄생 이야기들의 문자적인 사실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이야기들의 핵심은 당시에 98% 민중들이 처해있던 열악한 사회적 내지는 정치적 상황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는지에 대해 폭로하고 도전한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그 이야기들을 1세기의 상황 속에서 해석하고, 그 이야기가 오늘과 관련하여 자신들에게 무엇을 뜻하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 이야기들은 모두 사회적-정치적이며 또한 신학적인 과제를 담고 있다. 왜냐하면 1세기의 상황은 단순히 역사적인 상황만이 아니라 신학적인 상황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들은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어야 하는 유신론적 믿음에 대한 교리자습서가 아니다. 그 이야기들은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과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지금 여기에서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서 저자들이 원초적으로 예수 탄생 이야기를 기록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예수 만이 온 인류에게 유일한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 절망감과 비겁함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의 삶 속에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참 사람 예수는 성전종교가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 신학과 로마제국의 제국신학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기는 생명신학을 선포했다. 예수는 생명과 인간의 존엄성을 하찮은 것으로 폄하하고, 민중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유신론적 신학에 의해 처형당했지만,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죽일 수 없었다.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윤리관이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으로 180도 전환되었기 때문에 그 경이로운 체험을 은유적으로 성탄절 이야기로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평생동안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본성의 심층적인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담대하게 참 사람 예수처럼 살기 시작했다. 예수 탄생 이야기는 그들의 유신론적 믿음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야기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살아내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성서 전체의 저자들이 그랬듯이 마태, 누가 요한이 성탄절 이야기들을 기록한 목적은 역사적으로 일어난 것을 문자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이 자신들의 삶을 180도로 변화시켰기 때문에 그 경이로운 체험을 은유적으로 그리고 시적이고 신화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이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동정녀 잉태와 이상한 별과 동방박사들, 목자들, 베들레헴 말구유의 출생은 특별한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증거하는 문학적인 표현 수단들이다. 특히 동정녀 잉태와 특별한 별은 고대사회에 보편적으로 알려진 신화들의 주요한 요소들이다. 이렇게 기독교 성서의 기능과 목적은 사람들에게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온전하게 살아가는 삶의 길과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성서는 문자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이 아니라, 하느님의 의미를 살아내는 지혜서이다. 성서는 문자적으로 믿어야하는 교리책과 과학책과 역사책이 아니다. 하느님의 뜻과 말씀은 돌판이나 책에 가시적이고 문자적으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이성과 지성을 통해서 깨닫고 인식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다. 성서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에 대한 유신론적 신학을 정당화하는 책이 아니다. 성서는 고대 히브리인들과 유대인 기독교인들이 3천 년 전부터 1000여 년 동안 암담한 시대의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체험한 삶의 희망과 용기와 힘을 은유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이렇게 첫 번째 성탄절 이야기들은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사회적-정치적인 상황에서 삶의 현장에서 탄생했다.
성탄절 이야기들의 핵심은 로마제국의 혹독한 탄압과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하느님의 이분법적 차별 속에서 암담하게 살아가는 98%의 사람들에게 고통과 절망 속에 비추는 희망의 빛이었다. 역사적 예수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이니 자신을 믿어야 구원받는다는 종교적인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참 사람 예수는 암흑 속에서 가난과 질병의 고통 속에서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98%의 민중들에게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희망과 용기를 주었기에 민중들에게 빛이 된 것이다. 희망의 빛은 유신론적 하느님, 유신론적 예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무신론적 예수는 종교적 내지는 사회적으로 탄압과 착취 속에서 하루하루 생존하기도 힘든 민중들에게 암흑 속에서 밝게 빛나는 빛이었다.
오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사망자수가 2백만명에 이르고 있는 지구촌은 지난 수세기 동안 전쟁과 테러와 빈곤과 질병들과 생태계의 파괴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760만 명의 어린이들이 홍역과 파상풍과 디프테리아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하루에 8천명이 죽어가고 있다. 전세계 인구의 반(39억명)이 하루에 $2.50로 극심한 빈곤 속에서 겨우 생존하며, 하루에 2만5천명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또한 지구상에 3천8백만 명이 HIV/AIDS에 감염되었고, 일년에 7만명이 죽어가고 있다. 오늘 예수가 세상의 빛이라는 것이 성탄절 이야기의 참된 의미라면 기독교인들은 지구촌의 희망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다른 종교인들과 노숙자들과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과 AIDS 환자들과 빈곤한 어린이들을 더러운 죄인으로 정죄하고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받지 못하고 징벌을 받았다고 배척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도 성스러운 생명이라는 예수의 정신을 인식하고, 그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기독교인들은 이기적이고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믿음을 떠나보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1세기에 기록된 첫 번째 성탄절 이야기들의 핵심은 종교적-사회적-정치적 도전이다. 예수 당시에 성전이 신봉하던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하느님은 가난과 질병으로 생존에 허덕이던 98%의 민중들을 더러운 죄인으로 무시하고 차별했으며, 오직 2%의 부유층과 권력층만을 깨끗하고 선택받은 사람들로 축복했다. 설상가상으로 성전종교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이 힘없는 민중들을 군사적인 로마제국의 폭력적인 탄압과 착취로부터 보호하기는 커녕 제국의 앞잡이가 되어 민중들에게 무용지물이되었다. 이러한 암흑시대에 고통과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이 다시 새롭게 탄생했으며,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빛이 되었다. 2천 년이 지난 오늘도 예수 탄생 이야기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도 날카롭게 도전한다. 다시 말해, 과거의 패러다임에 안일하게 안주하는 일상생활과 앞으로 나아가고 변화하기를 두려워하는 현상유지에 엄중하게 도전한다. 예수 탄생 이야기들 속에는 종교적-사회적-정치적인 도전의 날카로운 가시가 돋쳐 있다. 성탄절 이야기는 단순히 감상적인 유신론적 믿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 이야기들은 대부분의 사회들과 인간의 문화들이 당연한 것으로 인정했던 가치관들과 제도들과 그것들이 구조적으로 조직되었던 방식들에 대해 아부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에서 도전한다. 21세기의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성탄절의 의미는 이분법적 하느님을 떠나보내고, 또한 죽은 후에 천국가는 망상을 버리고,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영원히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우리의 이웃들과 지구촌의 동료 인간들에게 암훅 속에서 밝게 빛나는 빛과 절망과 고통 속에서 용솟음쳐오르는 희망과 용기가 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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