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수그러들지 않고 감염자와 사망자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어쩌면 이 바이러스는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유행성 전염병(epidemic)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과학자들이 심각하게 경고하기를 바이러스의 감염과 사망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백신 보다도 비대면과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한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의학자들의 과학적이고 공개적인 계시(啓示)는 종교와 인종을 넘어서 가장 설득력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실(fact)이다. 그러나 기독교 신자들은 과학자들이 밝히는 사실을 거부하거나 반대하고, 가정과 사회가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생명의 위험에 빠져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불법적으로 대면 예배모임을 갖는다. 이러한 행위는 몰상식하고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유치한 짓이다. 물론 바이러스를 퇴치할 전지전능한 하느님은 태초로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인간이 하느님을 만들어 삼층천의 상층에 앉혔다. 주목해야 할 것은, 원초적으로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서 탄생한 예수의 기독교는 교리적인 믿음의 성전종교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삶의 종교로 시작했다. 괴상하게도 오늘의 교회는 예수가 철저히 반대하고 회칠한 무덤이라고 비판했던 성전종교의 예배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 이것은 예수를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박는 일이다. 기독교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유대교의 교리적 제사종교와 문자적인 경전에 얽메인 성서종교가 아니다. 기독교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믿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이다.
기독교인들은 참된 예배의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 예배의 의미는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배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하느님의 의미를 동료 인간들과 생명들과 자연과 함께 공정하게 살아내는 삶 그 자체이다. 즉 숨쉬고 활동하며 생기가 넘치고 의미있게 사는 것이 예배이다; 예배는 우리의 집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개체들의 웰빙을 위한 청지기가 되는 삶이다; 예배는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의 경계 넘어 지금 여기에서의 순간순간이 영원함인 것을 인식하며 사는 것이다; 교회의 예배는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의 핵심이 아니며, 생명도 아니고 심장도 아니며, 더욱이 최종목표도 아니다.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빅뱅 이전과 이후에 존재한 적이 없었으며 앞으로도 그런 신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초자연적인 기적도 일어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거짓말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자연세계에서 인간이 설명할 수 없는 희귀한 현상이 일어나지만, 그것은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시대 이전에 고대인들은 기이하고 신비스러운 경험에서 삼층천의 신을 상상했다. 그리고 신화를 창작했다. 신의 존재는 고대인들이 자신들의 생존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안전장치였지만 오히려 인류사회에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를 만들었다. 20-30만 년 전에 이성적인 인간이 출현했고, 4만 년 전에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주세계가 등장한지 거의 138억 년이 지난 후에 그리고 인간 생물종이 출현한지 거의 2백60만 년이 지난 후에 현대 호모싸피엔스 인간이 각종 신(神)들을 다양하게 창조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1만8천 년 전에 최초로 신(神)들을 동굴벽에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약 5천5백 년 전에 최초의 문자인 설형문자가 발명되었고, 약 3천7백 년 전에 초기 알파벳이 창조되면서 신화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약 3천 년 전에 유대인들이 성서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약 1천 년 동안 성서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수없이 변개되고 발전했다. 즉 성서의 신론이 초기에 다신론에서 후대에 유일신론으로 발전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신구약 성서의 원본은 존재하지 않고, 수없이 많은 복사판들이 서로 내용이 다양하고 모순과 오류투성이다.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성서는 기록자가 누구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사본들의 모음집이다.
인생의 여정에서 고통과 절망과 불행이 예고없이 일어난다. 그때마다 은유적으로 기록된 성서를 문자적으로 잘못 읽는 기독교인들은 하느님이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을 일으킬 것을 믿고 예배모임을 갖고 간절히 기도한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기적은 2천 년 전에 일어나지 않았으며,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필자는 20년의 전문목회 시기에 사랑하는 교인들과 친구들을 암과 희귀병으로 잃었다. 특히 나의 부친은 사람들이 ‘작은 예수’라고 할 정도로 정직하고 충실한 기독교인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밤에 길을 건너다 술취한 운전자의 차에 치여 현장에서 돌아가셨다. 나는 부친의 건강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기도했다. 그러나 나의 기도로 교인들의 불치병을 기적적으로 치유하고, 나의 부친이 교통사고를 면하도록 보호한 하느님은 없었다. 나의 기도는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청하는 주문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불치병과 교통사고와 전쟁터의 싸움에서 하느님은 승리자가 아니라 무용지물의 패배자였다. 오히려 승리자는 우주적인 자연의 법칙이었다. 다시 말해 도덕과는 상관없이 선악을 모르며,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다름을 모르며, 신학적으로 자연주의적이며, 인종과 종교의 경계를 넘으며, 신앙과 믿음과는 상관없는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암세포와 바이러스의 자연적인 진행과정이었다. 간혹 신문지상에 불치병과 희귀병이 치유되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의사들이 설명하기 어려운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기도로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일으킨 기적이 아니라 불확실성의 우주에서 일어나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신자들의 집단예배와 기도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막지 못한다. 하느님이란 기적적으로 병을 치유하는 신이 아니며, 미래를 알아맞추는 점쟁이도 아니다. 하느님은 내일을 모른다. 유신론적 하느님은 죽었는데 누구에게 기도하나? 불확실성의 우주에서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에 간청하는 기도는 안전보장과 보호막이 될 수 없다.
유신론적 하느님은 죽었다. 이제 새로운 의미의 예배는 인생을 사는 일, 사랑하는 일, 나의 관계론적인 삶 즉 나의 존재와 나의 만남과 나에게 주어진 일들과 정의를 위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개혁자로써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다. 예배는 외부에 있는 타자적인 하느님에게 간구하는 시간이 아니라, 나 자신의 삶의 모습을 솔직하게 돌아보는 것이다. 예배는 더 이상 유신론적 하느님의 마음을 예배자의 뜻으로 바꾸고 조종하려는 수단이 아니다. 예배의 주체는 하느님이 아니라 예배자이다. 따라서 예배는 나의 관계론적인 삶 즉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인간의 차별을 추방하고, 경계를 넘어서는 삶이다. 참 사람 예수는 성전의 예배를 가식적이고 회칠한 무덤이라고 비판했다. 예수는 장터와 바닷가와 들판과 산에서 예배의 의미를 가르쳤다.
인간과 분리되어 외부에 타자로 존재한다고 상상했던 낡고 오래된 전지전능한 하느님은 과학혁명과 계몽주의 운동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깨어나면서 무용지물이 되어 죽었다. 그런데 아직도 유신론적 믿음을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한체 예배의 망상에 빠져 있다. 신자들은 예배를 빠트리면 하느님의 보호와 축복과 구원에서 제외되어 징벌을 받게 될까 대단히 두렵워 한다. 따라서 일요일은 물론 주중에도 교회에 나가 예배모임에 참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노예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많은 시간을 드려 간절히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이 응답해 주지 않을뿐만 아니라, 기도하지 않으면 징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참 사람 예수는 가난하고 힘없는 98%의 민중들의 고통과 절망을 외면하고 심지어 그들을 더러운 죄인으로 추방하는 성전종교의 예배를 회칠한 무덤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고 완강히 거부했다. 그대신 예수는 구체적인 정의와 희망의 실천으로 지금 여기에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존중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자고 외쳤다. 예수의 예배는 성전에 가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삶 속에서 하느님 나라의 정의와 사랑을 살아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라서 예수가 산 것처럼 살기로 결단하고 예수의 기독교를 시작했다. 예수의 기독교는 인간의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함을 환영하고, 모든 사람들이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끊임없이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탐구하는 종교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현세적인 생명과 삶의 종교이다. 기독교인들은 기독교의 정체성과 예배와 기도에 대해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존재한 적도 없고, 지금 존재하지도 않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신 곧 인간의 두려움과 공포 때문에 만들어졌던 신이 사람들의 의식에서 죽었는데도 불구하고 교회는 어디에다 누구에게 예배와 기도를 계속하고 있는가? 오늘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위기에서 기독교 신자들은 새로운 의미의 예배가 절실히 필요하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가정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를 위한 것이다.
종교는 교리적인 믿음의 하느님에 대한 것이 아니고, 오직 인간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이고 관계론적인 삶에 대한 것이 듯이, 오늘 바이러스 팬데믹에서 기독교인들의 참된 예배는 나의 생명이 소중한 것만큼 다른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존중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방역수칙을 지키고, 공동체적 책임과 의무를 살아내는 삶이다. 나의 개인적인 종교와 언론의 자유가 다른 사람들을 해치거나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교회의 예배가 우리 사회의 건강과 안녕를 위해 나를 희생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책임과 의무가 수반되지 않으면 폐기처분해야 한다. 이것은 예수의 요청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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