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활절 기도
신종감염병의 대유행 시기 두해째 맞는 부활절입니다. 교우들의 그리움이 쌓임에 따라서 친분과 교분은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나가는 중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교우와 사용했을 법한 원격도구를 이용한 예배와 친교가 바로 그것입니다.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요즈음처럼 번개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사라지는 속도의 시대에 익숙한 세대일 수록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시대에 우리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 주시는 은혜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런 가운데 어느새 또 성령의 바람이 불어와 선교현장에서 , 일터에서, 가정에서 얻었던 체험의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만 우리가 더한다면 고립되었던 마음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오롯한 교우와 이웃들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추억과 기쁨을 주고도 남을 것입니다.
“굿바이 명동, 헬로우 광화문” 이라는 축제를 통해 기억할 순간들, 상징적 사건, 그리고 세상을 바꾸려고 노력했던 예수 따름이들의 추억이 차곡차곡 우리 머릿속에 상기하게끔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추억 못지않게 우리이웃들의 날마다 넘쳐나는 끔직한 기사들이 저희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비정규직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 직장에서 정리해고라는 이름으로 내몰린 가장들 박스나 파지를 주워 하루에 몇 천 원정도 되는 돈을 모아 손자 손녀들과 라면으로 연명해가는 분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난 고난주간에 기도하였던 분들입니다.
지난주는 4.3항쟁이 발발한 지 73년 만에 4.3의 진실을 밝히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과 특별법이 제정된 삼월이었습니다. 4월은 4.16세월호와 4.19혁명으로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시인 엘리엇이 1차 대전의 참상과 의대생이었던 친구의 전사 소식을 라일락이 피는 계절에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며 뼈저린 몸서리침을 느낄법하였던 계절이었습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 황무지 , 토마스 S 엘리엇 )
“죽음의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어 일으키며,
무기력한 뿌리를 봄비로 부추나니,겨울은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어 주고,
메마른 알뿌리로 근소한 생명을 키워주었으니,우리에겐 차라리 따스했지요."
차라리 이런 계절에 부활의 소식이 있음을 감사해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KTX나 인천국제공항의 민영화시도, 그리고 진주의료원 폐업 같은 사회기반시설의 이슈와 같이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분 이후 공공재원 비중은 우리 염원대로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사회의 적폐로 투자가 아닌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민주화 엘리트들은 " LH사태" 로 적폐 청산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가 현재 불신(不信), 불황(不況) 그리고 불모(不毛)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시장 중심의 적자생존 자본체계가 점점 확장될수록 한국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를 개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이에 앞서 종교가 나서고 마땅히 감당해야 할 부분을 감당하고 기독교인으로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체계를 확립하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하겠습니다. 주님 우리는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같은 걸림돌에 또 넘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도 다른 사람 허물을 너그러이 받아주지 못했습니다.
주여. 이제 우리가 잘못으로 넘어지는 순간입니다. 은총을 간구하며, 말과 행동으로 남을 비웃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부활의 아침
이제는 예고된 민중의 부활을 소망합니다.
- 종교가 참회의 눈물로 마음을 씻고 갱신하는 부활
- 다른 사람의 상처를 싸매주며 새롭게 거듭나는 부활
- 정치가 비통한 지경에 놓인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일에서 자신의 본분을 찾는 부활
수많은 전쟁과 국가 폭력으로 인해 한없는 고귀한 인간 생명의 죽임에서 상생으로, 여성과 어린이, 장애인, 노숙인 ,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초에서 부활로 전쟁반대‧평화실현‧전 세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생명권 확보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하여 주소서
누구나 같은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차별받지 않는 공정한 세상을 만드는 용기를 얻게 하여 주소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누리고 살아 갈 수 있는 물적‧제도적 조건을 보장받을 권리를 향유하게 하여 주소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