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현대 기독교인의 신앙과 삶은 망상의 하느님 곧 초자연적인 아버지 하느님 앞에서 어린 아이처럼 어리광부리며 처신하는 유치한 행태가 되어서는 안된다. 과학시대의 주류 사회를 이끌어가는 이성적인 현대인들은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세계관을 종교와 철학과 교육의 기초로 삼고 있으며, 그 세계관과 가치관을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아내고 있다. 따라서 종교인들은 상식적으로 깨어난 정신이 자율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하느님을 수동적으로 맹신할 수 없으며, 마음이 그런 하느님을 예배하는 것은 가식이고 거짓이다.
기독교인들은 깨어난 정신으로 성서를 새롭게 다시 읽어야 한다. 오늘날 우주진화 과정과 그 역사를 초등학교에서부터 배우고 그것을 살아내는 현대인들은 성서와 예수와 하느님에게 솔직해야 한다. 또한 성서와 종교에 대한 무지와 무식이라는 문맹으로부터 해방되어 수동적인 삶을 벗어버리고, 자율적으로 자유하게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예수의 기독교는 기적과 내세를 맹신하는 종교가 아니다. 예수는 실제로 기적을 행하지 않았으며, 내세를 가르치지 않았다.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우주진화 역사에서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초자연적인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자연현상의 원인과 법칙을 배제한 초자연적 사건이라고 정의되는 기적은 일어난 적이 없다. 장님으로 태어난 사람의 눈에 침을 바름으로 볼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사람이 명령한다고 폭풍이 잠잠해질 수 없다. 기독교 역사에서 교회의 기적에 대한 가르침은 수학 공식을 암기시키듯이 항상 단도직입적이고 명약관화한 것이었다.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신봉하는 내세지향적인 교회가 기적에 대해 억지를 부리는 낡은 주장은, 성서에 그렇게 기록되어 있으며 또한 성서는 하느님의 계시된 말씀이라는 성서문자근본주의이다. 또한 예수는 인간의 형태를 입은 하느님으로 상징되기 때문에 창조된 모든 세계는 그의 신적인 명령에 등답해야 한다는 고대 세계관의 비상식적인 주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지난 수세기 동안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으로 사람들의 이성과 지성이 확대되면서 설득력과 효력을 철저히 상실했다.
자연의 법칙을 깨트리는 기적이 일어났다는 엉뚱한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치유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곳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여러 형태의 신전들이 건축되었다. 오늘날 이런 현상으로 곳곳에 교회 건물들이 세워져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또한 초자연적 현상을 보았다는 말이 들리면 언론매체들이 상업적으로 기사를 싣고 있으며, 군중은 초자연적 사건이 발생했다는 곳에 여전히 몰려든다. 근본주의 과학자들은 현대과학을 자신들의 개인적인 믿음의 맞춤형으로 변형시키려는 몰상식한 행위를 일삼으며, 성서의 기적을 과학적으로 변명하려고 한다. 이러한 관심과 주장은 인간의 만연한 기만과 심각한 두려움과 공포를 드러내는 것이다. 기적에 관한 이야기는 허구적인 것이며, 인간을 위해 개입한 초자연적인 존재를 믿으려는 인간의 심리적 요구에서 만들어진 창작품이다.
사실상 기적이라는 초자연적 현상은 객관적 사실이 아닌 지극히 고도의 주관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를 원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보도록 프로그램화된 것을 보는 고도의 주관성은 종교적인 비전에 관한 우리의 표현에 덧칠을 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기적적인 치유 이야기는 그것에 대한 소원 성취적 성격과 함께 자기중심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그런 이야기들은 자기 자신의 질병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질병이 분명히 신이 개입하여 치유된다는 믿음에 초점을 두게 된다. 결국 이런 식의 믿음은 하느님의 기적을 문자적으로 믿으면 훌륭한 신자라는 착각에 빠지며, 기적을 불신하면 하느님의 진노와 심판과 징벌이 내린다는 불안과 공포가 증폭한다.
신약성서의 복음서들이 초자연적인 기적을 정기적으로 행하는 예수상을 제시하고 있다. 기독교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은 성서에 기록된 것은 무조건 진리라고 아무 생각없이 수동적으로 믿기 때문에, 이런 정신상태에서 벗어나 기적의 진실을 깨닫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 저자들이 기적에 대해 기록한 원초적인 동기와 목적은 기적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역사적 사실을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한 심층적인 깨달음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본주의자들은 “성서에 그렇게 쓰였으니까 무조건 믿어야만 한다”는 망상에 빠져있다.
초자연적인 존재가 일으키는 기적들이 기독교 성서 이야기 저변에 깔려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초자연적인 기적은 기독교 신학의 핵심과 본질이 아니다. 이 기적들이 제거되거나 재해석하거나 심지어 부정한다해도 기독교는 망하지 않으며, 오히려 죽어가는 교회가 다시 태어나 새롭게 발전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1세기 기적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사실로 믿어서는 안된다. 오늘날 삼층 세계관적 이야기들은 성서비평학적으로 재해석하여 우주진화 세계관의 언어로 전환해야 한다. 고대 사회에서 그런 기적 이야기들이 처음 기록될 당시에는 달리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21세기 포스트모던 세계에 사는 기독교인들은 성서에 그렇게 기록되었다고 해서 문자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믿어서는 안된다. 인류사에서 기적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인간의 제한적인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운 체험과 비전을 표현하기 위한 신화적인 방식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적이고 내세지향적인 믿음을 폐기처분하고, 신앙인인 동시에 21세기 과학시대의 시민이 될 수 있다. 기독교인이 되기 위해 또는 기독교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포스트모던 과학의 통찰을 부정하고, 현대 신학사상을 무시하며 자신의 두뇌를 1세기의 삼층 세계관의 것으로 바꿔놓는 것은 자살행위이다. 깨어난 정신이 거부하는 하느님은 우리 마음이 숭배하는 신이 결코 될 수 없다. 신앙이란 어버이 같은 초자연적인 하느님 앞에서 어린아이나 또는 최소한 아이처럼 처신해야 한다는 것은 성서근본주의자들의 망상이다.
우리의 우주세계에 기적을 행하는 신은 없으며, 종교는 그런 신을 믿는 것이 아니다. 오늘 현대인들은 하늘 위에서 땅 아래로 간섭하는 하느님이 인간세계에 확립된 자연의 법칙까지 위반하면서 변덕스럽게 자기 의지를 성취하려는 기적을 신뢰할 수 없다.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삶을 계속해서 변화시키는 예수의 정신을 깨달아 알기 원하면, 삼층 세계관의 성서문자근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성서에 등장하는 초자연주의는 사람들의 자율성이나 창조성이나 성숙성을 독려하지 못한다. 만일 우리가 초자연적 아버지 하느님을 항상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면 우리는 결코 자율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며, 우리가 자신의 운명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맡고 있지 않는 한 스스로에 대해 책임질 수도 없다. 사실상 교회 교인들이 성장하여 자기들의 세계와 삶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할 시점에서 교회는 그들이 “거듭 나도록”, 곧 신생아의 무기력한 상태로 되돌아가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 삶을 지배하는 우주의 법칙들이 하느님의 개입을 위해 제거된다면, 어떤 것도 안정되거나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근본주의 신자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멋대로 하느님을 조정하고 조작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들의 이기적이고 부족적인 욕심을 채우는 정도밖에 안된다. 따라서 그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오직 불안과 공포와 분노만이 폭증할 따름이다.
기적을 일으키는 하느님은 반드시 비도덕적이다. 성서에 계시된 초자연적 하느님은 빈번히 비도덕적 행위를 자행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대홍수 때 갓난 아이와 노인을 죽이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라도 비도덕적이다. 출애굽 당시 모든 이집트 가정의 맏아들을 죽인 것도 비도덕적이다. 여호수아가 아모리 족속을 학살하기 위해 낮이 더 필요하므로 하늘의 해를 멈춘 하느님은 몰상식하게 비도덕적이다. 기적을 일으키는 신이 자기를 숭배하는 자들이 증오하는 사람들을 증오한다면 그는 잔인하게 비도덕적이다. 결론적으로 기적에 집착하는 것은 신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심지어 대단히 위험하다.
교회기독교의 믿음체계는 성서를 오랜 세월 동안 포장해 온 성서문자근본주의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극우보수 신자들이 자신들의 무지(無知)를 제아무리 경건하고 성스러운 것으로 주장하더라도 그 본색을 숨길 수 없으며 역시 무지일 따름이다. 무지(無知)는 아는 것이 없다는 뜻이기는 하지만 깨치지 못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무지의 특성은 이성과 지성을 거부하고 합리성에 위배되는 것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서를 신중하게 읽고, 성서에 솔직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모세는 기원전 1250년경에 살았던 인물로 추정하는데, 모세에 관한 이야기들도 그가 죽은 후 약300년이 지나기까지 성서로 기록되지 않았다. 다만 모세의 이야기들은 300년이란 구전(口傳)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화적인 기적들로 미화되고 그 자세한 내용들이 과장되어 전달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런 이야기들은 계속 되풀이되는 과정에서 확대되는 것이 인간의 본능적인 성향이다. 신약성서가 기록되기 전에 예수와 복음서의 구전 기간은 약 40-70년이었으며, 오늘 현대인들이 읽고 있는 사본성서가 나오기까지 1백-2백 년의 필사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서 신화적인 기적 이야기들이 발전했다. 오늘처럼 종이와 볼펜이나 녹음기나 컴퓨터로 문서를 보관할 수 없었던 고대 사회에서 반세기에서 수백년 동안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 변형되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과거에, 아마도 지금도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숭배하는 교회들은 헐리웃의 근본주의자들이 만든 비학문적인 종교영화들에 열광하고 심각하게 세뇌되었다. 예를 들자면, 홍해를 가르는 거대한 기적을 장황하게 극적으로 묘사한 <십계>와 같은 영화들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오늘날 주류 신학계의 성서학자들이 홍해 이야기에 대해 성서가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이미 유럽과 북미의 주류 교단들의 일반 기독교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만일에 그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성서가 주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즉 현대 학자들은 유대 민족의 역사적 정체성의 기원이며 그들 성서의 중심 에피소드가 된 최대의 기적 이야기에 대해, 최선의 경우 회의적으로 의심하거나 최악의 경우 철저한 오류로 본다.
주목해야 할 것은, 홍해가 갈라진 기적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 있다. 첫째로 이스라엘 민족이 문자 그대로 홍해를 건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탈출 경로에서 상당히 벗어난 길을 갔다는 말이 된다. 홍해는 그 폭이 가장 좁은 지점이 190km에 달한다. 그러나 히브리 성서 본문은 실제로 건넌 물을 얌숩(Yan Suph) 이라고 표기했다. 성서에 “홍해”라고 번역된 이 말은 문자적으로는 “갈대 바다”라는 뜻이다. 오늘날 얌숩은 홍해가 아니라 지금 수에즈 만 북부에 있는 늪지와 동일시되고 있다. 그 지역은 수심이 1미터 정도여서, 건너는 것이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고 그 폭이 32km 미만이다. 이런 사실만으로도 그 역사적 순간의 실상이 약300년 후 유대인들의 성서에 기록된 초자연적 이동과는 판이했다. 그러나 이집트에서 탈출한 것은 이스라엘 민족의 삶을 변화시킨 사건이었다. 이런 역사적 시점에서 하느님이 그들을 해방시켰다고 어찌 선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들은 이집트인들에게 대항할 무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것이다. 그들은 분명히 하느님의 자연 기적이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개입했다고 믿었다. 이 놀라운 출애굽 사건 이야기가 기록되기까지는 약12세대가 흘렀다. 그 이야기는 물론 상세하게 발전되었다. 그 기적은 해가 거듭하면서 미화되고, 그 체험 자체는 유대인들의 마음에 각인되었다. 하느님이 그들을 해방시켰다. 하느님은 그들을 사랑했다. 하느님은 그들을 위해 목적을 갖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 때부터 그들은 스스로 하느님의 선택받은 백성이고,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으며, 그들을 통해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궁극적으로 축복받도록 결정되었다고 했다. 그 이후 하느님은 물과 자연의 지배자로 인식되었다. 유대인들은 이 진리를 그들의 예배를 통해 경축했으며 그들의 서사시를 계속 전수했다. 이 서사시가 결국에는 거룩한 율법서(Torah 모세오경)가 되고 유대인들이 예배장소에서 읽어야 할 거룩한 문서가 되어, 그것은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했다.
이렇게 구약 성서의 핵심적인 기적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다. 예수의 기적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히브리인들의 성서처럼 복음서의 기적 이야기들도 문자 그대로의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강렬한 내적 체험을 제한적인 인간 언어로 표현하려는 외적 시도인 것이다. 참 사람 예수의 의미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예수 위에 덧씌운 문자적 기적들을 벗겨내고 삭제할 수 있다. 기독교 교회의 운명은 이것에 달려있다. 만일에 초자연적인 기적의 덮개들을 벗겨내지 못하면 기독교의 미래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는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예수의 기적을 문자적으로 믿는 믿음을 폐기처분하고, 그대신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아내야 한다. 즉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대면예배를 고집하지 말고, 기후변화의 위기를 외면하지 말고, 성차별과 성적본능차별을 중단하고, 다른 종교인들을 개종시키려는 선교정책을 포기하면 기독교는 죽지 않을 것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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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존 도미닉 크로산.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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