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가정과 사회와 국가와 세계를 건설하는데에 “기적을 일으키는 하느님”은 절대적으로 필요없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 교회기독교가 신봉하는 그런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인류 역사에서 이분법적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를 조장했다. 그런 하느님은 성차별, 성적본능차별, 어린이 학대, 종교차별, 인종차별, 황금만능주의의 빈부차별, 생태계 위기 등의 주범으로 우리의 가정과 사회를 분단과 혼란에 빠트렸으며, 전쟁과 테러의 선동자였다. 특히 그런 하느님은 과학적 지식과 이성을 폄하하고, 인간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말살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두려움과 공포는 비상식적으로 폭증할 뿐이다. 그런 하느님 개념때문에 많은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에서 떠났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
21세기에 초자연적인 기적을 맹신하는 제도적인 종교의 믿음체계는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회복불가능의 상태에서 죽어가고 있다. 기적의 가능성에 대한 집착은 사람들의 심리 속에 표층적인 안도감과 만족감을 준다. 따라서 기적에 대한 열망은 내세지향적인 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종교 개념이 인간의 자의식적인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불안감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기가 정복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자연적인 힘들에 의해 시달리면서 연약함과 무기력함과 외로움에 좌초하여 쉽게 불안과 공포에 빠진다. 그 공포를 가라앉히는 것은 인간의 능력보다 더 원대한 어떤 힘, 즉 우리를 지켜보며 우리에게 도움을 주려고 개입하는 어떤 힘이 있기를 염원한다. 그리고 그 존재를 스스로 확신한다. 결국 하늘 위에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만들어 앉히고, 그런 하느님의 세계 곧 천국의 그림을 그리고, 죽은 후에 그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수단으로 교리적인 믿음을 창작했다.
내세지향적인 신자(believer)들에게는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인간사를 전적으로 주관한다는 믿음(belief)이 심리적으로 매우 안심되고 편안하다. 안타깝게도 21세기 주류 사회에서 자연의 법칙이 깨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는 초자연적인 믿음에 대한 신빙성이 이성(인식혁명)과 지성(과학혁명)으로 인해서 철저히 말살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믿음의 노예생활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은 과학이 발견한 진화론이 초자연적인 신의 개입과 기적을 부정하기 때문에, 진화론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하고 분노하는 유치한 행동으로 드러난다. 심지어 다른 형태의 생명종들과 인간의 생물학적 연관성을 입증하는 DNA의 증거와 지구 행성의 기원을 분명하게 밝혀주는 방사능 동위원소 연대측정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근본주의 신자들은 이 진리를 교육과 종교에서 말살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들은 창조과학을 발전시키려고 시도하며 지적 설계론을 주장한다. 그러나 진화과학이 발견한 생물종의 자연 도태는 우주세계를 미리 설계한대로 창조했다는 창조주의 목적과 그 신의 존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성서무오설을 주장하는 성서근본주의 신자들은 과학이 발견한 138억 년의 불확실성의 우주세계를 부인한다. 따라서 근본주의 그 자체는 광대하고 장구한 역사의 우주 앞에서 인간의 본능적인 무력감과 고독감과 생존과 죽음에 대한 불안을 표출하는 표층적인 심리현상에 불과하다. 근본주의자들은 과학적인 사실을 부정하고, 형이상학적인 망상을 맹신하는 것이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는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 한편, 신자들은 우리의 우주세계에서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개입과 기적이란 없다는 사실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도의 효력에 대한 어리석은 미련을 여전히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능력으로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위협들 곧 불치병과 천연재해와 죽음을 처치할 수 있는 초자연적 하느님에게 수동적으로 의존하고, 기적을 일으키도록 간구하는 것을 불안에 대한 최상의 안전장치로 착각하고 있다.
주류 신학계의 성서학자들의 비평학적 연구에 따르면, 성서의 발전과정에서 기적 이야기들은 후대에 삽입되었다. 따라서 기적 이야기들이 문자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은 신자들에게 충격적이고 공포를 초래하며 흔히 폭력적 분노를 자아낸다. 그런 유치한 감정적 반응이 때로는 신앙적인 열정 내지는 확고한 믿음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런 감정적 반응은 자아를 의식하는 인간의 생존과 죽음에 대한 원초적 불안을 드러내는 것일 따름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에 기록된대로 문자적인 기적은 없었으며 또한 이런 초자연적 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은 후대에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을 보호한다는 안전장치는 교회가 만든 거짓과 허위이며 완전히 무용지물이다. 기독교인들은 하느님에게 솔직해야 한다. 초자연적 능력으로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하느님이 없더라도, 그리고 인간의 자의식이 처음 생길 때 나타난 불안, 곧 우리의 원초적 고독이 우리를 다시금 압도할지는 몰라도, 이제 기독교인들은 철저히 솔직해야 할 때가 왔다. 과거의 초자연적이며 유신론적인 하느님이 여전히 존재하며 기적적인 방법으로 인간 역사에 개입하고 조정할 것이라는 낡은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 맹신해서는 안된다. 결국 신약성서 복음서들의 예수를 둘러싼 기적 이야기들이 지금도 역사적 사건으로 취급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런 기적들이 21세기 현대과학이 발견한 모든 우주의 법칙들에 대해 치외법권이 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기적은 일어난 적이 없고, 지금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야하고,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성실하게 열심히 일해야 하고,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과학적인 대처를 시행해야 한다. 우주가 운행하는 법칙들을 파괴하려는 종교적, 가상적, 초자연적 힘의 개입은 순전히 망상일 뿐이다. 다시 말해, 하늘 위에 있는 하느님이 성령을 내려 붓기 위해 하늘이 열리는 일은 없었으며, 축하객들의 갈증을 덜어 주기 위해 물은 포도주로 변하지 않았으며, 귀신을 내쫓음으로 문둥병이 낫지 않았으며, 혀에 붙은 마귀를 쫓는다고 벙어리가 고쳐지지 않았고, 죽은 자가 장사한 지 4일만에 혹은 3일만에 육신의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지 않았으며, 제트 엔진 없이 이 세상 밖으로 승천하는 일은 없었다. 소위 그런 기적은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일어나지 않으며, 미래에도 일어나지 않는다. 종교는 이런 기적을 믿는 것이 아니다.
기독교인이 되는 것은, 고대의 삼층 세계관과 창조론과 지적 설계론과 성서문자근본주의 내지는 성서무오설을 타당하다고 위선을 떠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과 정직성과 이성과 지성이 신앙의 기초가 되어야 건강한 종교인과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참 사람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비전이고 방식이었다. 따라서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을 예수의 정신과 삶으로부터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 거기에서 기독교가 탄생했다. 기독교 예배에 더 이상 기적을 만드는 하느님이 필요없다. 그런 초자연적 하느님 개념이 교회를 죽였다. 예수의 기독교는 기적을 믿는 종교가 아니다.
1세기 초대 교회가 예수에 대해 성서에 기록했을 때 기적 이야기들은 등장하지 않았다. 신약성서의 최초의 집필자인 바울은 첫 번째 (마가)복음서가 기록되기 전에 죽었는데, 바울 서신들에서 기적에 관해 언급한 적이 없다. 바울의 문서에서 하느님이 예수를 죽음에서 일으켰다고 기적의 힌트를 짧게 시사하는데, 바울의 자료를 전체적으로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의 부활은 후대에 부활절을 그의 육체적 소생으로 묘사한 이야기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보여준자. 바울이 말하는 부활은 자신을 포함해서 예수의 제자들의 감겼던 눈과 귀와 입이 활짝 열린 것을 뜻한다. 즉 자신의 존재와 삶에 관해서 옛 것이 지나가고 새 것이 되었다는 의미이다. 바울은 초자연적인 기적 이야기에 대한 진술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참 사람 예수 안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삶의 방식으로 인식했다. 바울은 하느님을 인간과 분리된 외부의 타자적 존재로 이해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예수와 관련된 기적 전승은 원초적인 예수 전승이 아니라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기적 이야기는 70년대의 마가와 80년대 및 90년대의 기타 복음서들에서 처음 등장했다. 따라서 기적은 복음서가 문서화되던 기원후 70년-10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능한 성서비평학의 전문학자들은 왜 이 기간에 기적이 예수 이야기에 첨가되었는지에 대해 밝혔다. 기적들은 예수에 대한 기억에서 원초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또한 예수의 생애와 목회에서 발생한 전승에서도 본래적인 것이 아니었다. 예수는 기적과 초자연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따르는 것은 그가 기적을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정신이 사람들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신약성서 복음서들에 등장하는 기록들은 원초적인 예수 체험이 아니라, 후대에 만들어져 첨가된 것이다. 예수의 처음 제자들이 그를 따랐던 것은, 기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예수는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다. 기적 이야기들은 예수의 신성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대한 기이함과 경이로움을 표현하기 위한 고대의 신화적인 문학형식이었다. 다시 말해, 예수의 기적 이야기는 그를 따르던 사람들이 성전종교와 로마제국의 비인간적인 탄압과 착취로 인해서 박탈당한 인간의 존엄성을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으로부터 되찾을 수 있었고, 자신들의 삶이 비겁함에서 담대함으로, 부족적인 생존의식에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예수 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늘 우리에게도 진정한 기적은 새로운 존재 곧 온전한 인간, 참된 인간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가 자연 기적과 치유 기적과 죽은 자를 살리는 능력을 지녔다고 역설하는 것은,
역사적 사건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예수의 가르침과 삶의 모습에서 무엇인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고, 들어보지 못했고, 보지 못했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을 깨달아 알았을 뿐만아니라, 자신들이 예수의 정신을 살아 내겠다는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서 저자들은 참 사람 예수로부터 얻은 궁극적이고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현세적 삶의 체험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인간의 제한적인 언어로 부적절하였기 때문에, 신화적인 기적들을 사용하여 그 궁극적 체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은 예수의 말과 행동에서 하느님의 새로운 의미를 체험했다. 다시 말해, 생존의 두려움으로 높이 쌓아올린 경계를 넘어설 수 있었고, 이분법적 차별과 우월과 편견 없이 다른 사람들과 생명들을 포용할 있었다. 즉 인간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삶의 체험이었다. 기적 이야기들은 객관적인 의미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참 사람 예수에게서 본 하느님에 대한 강렬한 내적 체험을 그들의 종교 전통에 속한 외적 언어로 표현하려고 한 것이다. 내적 체험을 서술할 수 있는 언어는 없으며,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외적 언어뿐이다. 따라서 자율적인 깨달음과 인식이라는 내적 체험의 심층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외적 언어(신화적인 성서 기록)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근본주의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구약성서의 고대 히브리인들에게 삼층 세계관의 하느님은 민족 구원의 원천이었던 것처럼, 참 사람 예수는 초대 기독교인들에게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완전한 인간성의 원천이었다. 그들이 기록한 복음서의 기적들은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개입에 관한 것이 아니다. 기적 이야기들은 그들이 예수의 정신과 삶으로부터 스스로 깨닫고 인식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표현하기 위한 신화적인 문학형식의 전달수단이었다. 예수의 기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다. 21세기에 교회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하느님과 예수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것만이 가정과 사회와 세계에서 온갖 차별주의와 우월주의를 추방하고 모든 사람들이 경계 넘어,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이다. 교회가 이것에 실패하면 그것은 예수의 교회라고 할 수 없다. 예수는 기적을 만드는 마술사 또는 초자연적인 신이 아니었다. 교회에서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예수의 교회가 아니라 예수를 팔아먹는 상업적인 집단이며, 거짓으로 회칠한 무덤이다. 교회에서 기도하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거짓말이 들리면 당장 그곳을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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