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발(현수막)을 내리다!
'정전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라'는
깃발을 내리는 이유 중 하나는
목적이 '달성되어서' 이겠고...
다른 하나는.....
'다른 곳에서 이어가야하기'때문쯤일까?
90년 9월 16일,
예배에 항상 늦는 습관때문에 본당엔 못올라가고 향우실에서 기도하던 내게
사무실 간사집사님이 조용히 다가오셔서
전화를 받아보란다
손전화는 물론 삐삐도 없던 시절,
누나는 그렇게 2층 사무실 전화를 통해 내게 작별을 고했다
순번돌며 병상 옆을 지키던 바로 그날
그 자리에서 말고 사무실 전화로 대신 전했다
그때는 홍목사님도 살아계실 때지만
심야토론 이후 고난의 시절도 예고하기 전이었으니
아마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현수막이 그때도 걸려 있으리라고는 짐작이 안된다
그 홍목사님께서 이후 영어의 몸으로 고초를 당하고서도 굴하지 않으셨지만 돌아가시기 전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이놈의 국가보안법의 망령은 아직도 사라질 줄을 모른다
그때 역사에도 기록되어 있고 다들 기억하지만
홍목사님의 구속에 항의하는 뜻으로 교인들이 십자가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 한 걸 다들 기억한다
그러나 그보다 전에 향린교인들은 십자가마스크 침묵시위를 한번 더 했었다
김성환 목사님께서 행방불명 되셨었는데 남산에 끌려가셨음을 안 교인들이 서슬 퍼런 남산 중정 앞마당에서
그 십자가 침묵시위를 하셨었다
그런데 그 김목사님은...
저 현수막이 내려지는 걸 못보셨다
깃발(현수막)이 내려져 돌돌 말려 이사갈 준비를 한다
누나의 작별인사와 홍목사님의 의지, 그리고 아버지의 아쉬움이 같이 말려 들어간다
다시 펴진 그 곳에서 깃발은 다른 이유로 내려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