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다른 종교와 인종을 폄하하고 여성을 차별하는 “편견”을 철저히 반대했는데 괴상하게도 교회에서 예수는 편견의 괴수로 변질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 말은 대단히 도전적인 의미를 지닌다.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피부색과 종교와 출신이 다른 사람들을 거부하거나 또는 증오하는 편견과 오만을 버리지 못하면 결코 참되고 온전해 질 수 없으며 더욱이 공동체적으로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유할 수 없다. 오늘날 내세지향적 교회가 드러내고 있는 온갖 편견과 오만은 모든 인간에게 있는 고질적인 질병이며, 그것은 단지 부족적인 생존의 유치한 수법일 뿐이다. 사실상 부족적 정체성은 인간 생물종의 진화과정에서 새롭게 자의식을 갖게 된 이성적 인간이 이기적인 생존수법으로 개발한 무기들 중에 하나이다. 자연 발생적으로 출현한 자의식의 인간은 생존을 삶 전체의 기본 목표로 삼았다. 따라서 편견과 오만은 초자연적인 신을 숭배하는 부족적 종교가 발전하는 기초적 방식이 되었다.
자기중심적 생존의식은 인간 생물종의 특징인 이기적 자기중심주의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다시 말해 부족적 종교는 자신의 종교만이 진실하고, 자신의 종교만이 하느님의 구원과 축복과 보호가 있으며, 나머지 모두는 미신이고 가짜라고 고집하는 어리석은 종교에 불과하다. 그러나 종교 (Religion)의 어원이 원초적으로 신의 형이상학적 존재론이 아니라 인간 관계론(Human Relation)이기 때문에 타인을 거부하거나 또는 증오하는 것으로 결코 진실하거나 온전해 질 수 없으며, 이것 때문에 오늘날 이기적인 생존의 부족 종교들은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 또한 21세기에 주류 사회의 모든 영역의 기초가 되고 있는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세계관을 무시하거나 거부하면서 여전히 고대 삼층 세계관에서 허우적거리는 내세지향적 교회는 부족적 사고방식의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이기적인 부족 종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기중심적 생존의식은 내세지향적 교회가 주장하는 대로 타락의 결과이거나 인간의 원죄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진화적 갈등 곧 적자생존을 위한 투쟁의 실체이다. 자의식의 인간은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지 간에 적수들을 패배 시키며 다른 사람들과 차별하여 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을 소비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편견이 깊숙이 깃들여 있다는 말이다. 모든 형태의 편견은 모든 인간에게 있는 고질적 질병이다. 그것은 생존의 수법이다. 그러므로 참 사람이 되는 길은 편견을 버리지 못하는 한 불가능하다. 편견은 부족주의와 마찬가지로 참 사람의 길을 가로막는 심각하게 왜곡된 힘이다. 따라서 예수는 이기적 편견을 부추기는 제도적 종교를 철저히 반대하고, 편견과 오만에서 온전히 자유해지는 새로운 길을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 내었다.
편견은 인간의 노골적인 행태로 드러나는데 거기에는 세 단계가 있다: (1) 첫째로, 우리는 희생자를 지목하는 가해자 곧 피해자를 자처한다. (2) 둘째로, 우리는 그 희생자에게 사실적이거나 상상적이거나 간에 관계없이 우리의 모든 무능, 고통, 공포를 투사한다. (3) 셋째로, 우리는 이런 인간적 감정의 투사 대상인 사람들을 폄하하고 거부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무능과 고통과 공포로 인해 받게 될 비난을 면하게 된다. 단순히 그 희생자를 비난하는 것으로 나의 무능과 공포를 은페하면 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이런 편견과 은페의 논리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해왔다. 예를 들자면, 예수가 로마인들에 의해서 처형된 것은 유대인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반유대주의의 편견이다. 즉 유대인들은 예수를 구세주로 믿는 구원의 메시지를 배척함으로써 기독교가 세계지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기독교인들의 분노를 사기에 마땅하다는 논리이다. 남한 교회는 한국전쟁의 책임을 전적으로 북한에 전가하면서 북한이 한반도에 쏘련 군대을 불러들였다는 편견을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주요 동기는 미국과 쏘련이 힘겨누기의 전투장을 한반도로 삼고 남북한 국민들은 전쟁의 희생양이 되었다. 오늘도 그 편견이 한반도 평화통일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한 미국이 보수와 진보의 갈등으로 국가적 분단의 위기상황에 빠진 것은 편견의 결과이다. 즉 남북전쟁이 미국 남부에서 벌어진 원인을 흑인들에게 돌리는 편견이다. 1930년대에 경제공황이 세계를 강타한 것은 공산주의자들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케케묵은 편견과 가족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여성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편견과 경제성장의 둔화는 여성들이 동등한 직업, 동등한 임금 및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편견이 여전히 가정과 사회에 만연해 있다.
편견은 인간이 반드시 치유해야만 하는 고질적인 질병이며, 언제나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의 무능, 고통 및 공포가 공공연하게 드러나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편견은 사람들이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또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만일 사람들이 그 희생자에게 자신의 무능을 성공적으로 발산하고 자신이 지니고 있는 자기혐오를 그에게 떠넘기고, 또한 지목한 희생자를 혐오하는 것으로 편견을 정당화한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감정적인 합리화를 습관적으로 자행한다. 대개 이러한 방식의 전형적인 편견은 보수성향의 종교인과 정치인들의 유치한 짓거리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 한반도의 평화통일 정책과 차별주의 법안을 반대하는 교회와 정당들 그리고 미국에서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과 여성과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거부하는 공화당이 편견의 좋은 사례이다.
종교와 정치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지목한 희생자를 혐오하고 거부하는 것이 마치 자신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깔아뭉개서라도 자기의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 사람들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종교, 인종, 성, 성적본능의 성향 등이 편견의 주요 투기장이 되었다. 필자는 신학교에서 역사적 예수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실상 이러한 편견의 희생자였다. 타락하고 무기력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외부 세계로부터 구원자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그는 우리의 죄를 “대신해서” 죽었다는 교리를 믿지 않고, 교회에 다니지 않고, 기독교인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의 진노와 징벌을 면치 못한다고 가르치는 교회의 편견 속에서 나는 성장했다. 어린시절부터 교회에서 배운 이분법적 믿음은 나의 낡은 편견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었다. 그러나 천만 다행히도 신학교에서 역사적 예수를 만나면서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예수의 의미, 하느님의 의미, 그리고 인간과 생명의 의미에 대해 전적으로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이제 나의 예수 이해는 하늘에서 땅으로 인간 세계에 개입하는 초자연적인 신이 아니다. 내가 새롭게 이해하는 예수는 우리를 새로운 인간성으로 초청하는 참 사람이다. 구원은 우리의 편견과 오만을 폐기 처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원은 죄 많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무력감과 공포심과 이기심을 극복하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로 진입하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부여 받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서구 기독교 교회는 지구촌의 곳곳에서 인종차별의 편견을 정당화했다. 기독교 국가들은 식민지 정책으로 세계 곳곳에서 비기독교인 토착민들을 야만인으로 취급하며 그들을 기독교인으로 개종 시키는 것이 마치 하느님의 뜻이라는 편견의 노예생활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예를 들자면, 미국과 남아프리카에서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정의는, 의존적이며 유치하고 무능한 멍청이들이다. 특히 교육받지 못한 백인들의 열등감은 무지와 빈곤에 찌든 흑인들에 대한 편견으로 극복하려고 했다. 백인들의 흑인들에 대한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대접을 정당화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뿌리내리고 있는 공포와 무지와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특히 캐나다 원주민 기숙사학교에서 원주민 아동들을 부모들과 떼어놓고 기독교 교육을 강제로 시행하는 인종분리 교육제도는 잔인한 편견과 오만의 행태였다.
엄밀히 말해서, 편견은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에 뿌리내리고 있다. 편견은 인간의 생존 신드롬(증후군)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편견의 가해자를 패배자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편견을 거부하는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승리자가 된다면 우리 자신의 무력감, 곧 애당초 생존 문제를 우리의 생활 중심에 자리잡게 한 무능과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편견은 자신이 무능하다는 또 하나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주장하는 성서문자근본주의 “예수 이야기”는 인간성의 자기 멸시이다. 다시 말해 인간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하늘에서 하느님이 인간의 삶에 개입해 들어오는 “하느님 예수” 이야기는 공포와 불안을 가증 시킬 뿐 편견을 내려 놓게 하는 설득력과 신빙성이 없다. 신적인 예수, 초자연적인 하느님 예수, 예수의 신성 따위는 오히려 우리의 고전적인 열등감을 확인하고 증폭시킬 뿐이다. 이것은 “참사람 예수”가 이해했던 사실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타인을 거부하거나 또는 증오하는 것을 통해서는 결코 참되고 온전한 인간이 될 수 없다. 예수를 따르고, 기독교인이 되고, 교회에 다니는 목적은 편견의 노예가 되어 이기적이고 수동적이고 굴종적 신앙인이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긴 성서 저자들은 예수의 신성 곧 인간과 분리된 외부적인 초자연적 존재를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인식하고 자신들의 삶에서 편견과 오만을 떠나 보내는 지각변동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 계속해서 다음 주에 “예수는 인종적 편견과 성차별을 어떻게 대처했나?”에 대해 성서를 근거로 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다음의 서적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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