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기록한 사람들은 역사적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자신들의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이 180도로 변화된 사람들이다. 성서는 성상의 자리에 화려하게 앉아 영광을 강요하는 “하느님 예수”에 대한 책이 아니다. 성서는 생선 비린내가 물씬거리는 바닷가와 악취가 풍기는 시장터에서 가난하고 병들고 버림받은 사람들과 어울려서 먹고 마시면서 완전한 인간성과 새로운 의미의 하느님에 대해서 가르치고 몸소 살아낸 “참 사람 예수”에 대한 책이다.
예수가 비인간화시키는 종교적-인종적-성적(性的) 편견에 철저히 반대하던 당시 1세기 유대 사회는 사마리아인들을 불결하고 더럽고 버려진 쓰레기라고 불렀다. 그들은 유대 조상들이 이방인들과 결혼하여 혈통의 순수성을 잃은 혼혈아였다. 이처럼 사마리아인들의 조상 가운데 이방인들 곧 비유대교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유대인들의 제도적 종교는 사마리아인들의 하느님 예배가 진정한 예배가 아니라고 비판하고 그들을 이단자로 여겼다.
성서는 예수가 종교적-인종적-성적 편견을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밝힌다. 역사적 예수가 당시의 이런 저런 비인간화의 현실들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에 대해서 복음서들의 기록은 복잡하지 않으며 빙 둘러 말하지 않고 직선적이다. 편견에 관한 예수의 반응에 대해 가장 강도 높게 묘사하는 누가 복음서의 저자 누가는 사도행전에서도 예수가 가르치기를 복음의 메시지는 사마리아인에게도 전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도행전 1:8). 또한 바울도 ‘그리스도 안에는’(In Christ) “노예나 자유인이 없다(갈라디아서 3:28)고 선언하면서, “사마리아”나 “사마리아인”이란 부족적이고 이분적인 색채의 말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편견에 반대하는 메시지는 마가 복음서와 마태 복음서에서도 선포되었다. 예수의 복음은 지극히 현세적이며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참된 인간의 완전한 인간성에 대한 것이다. 예수의 복음은 교회가 만든 보상심리의 형이상학적이고 내세적인 가짜 복음과는 현저히 다르며, 세상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게 공정한 분배의 정의 속에서 사람 답게 살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다. 하느님의 축복과 보호와 구원의 의미는 어느 특정 종교와 교리와 믿음에 부족적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살아가면 체험하고 누릴 수 있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이다.
성서는 예수가 전하는 복음의 빛은 편견의 경계선을 넘어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가복음서는 예수가 두 개의 의미심장한 이야기에서 사마리아인을 만난 것을 기록했다. (1) 누가의 첫째 이야기(10:29-37)는 예수가 강도 만난 사람에 관해 말하는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이다. 이 비유는 부족의 배타성과 종교적 의무의 상관관계에서 시작한다. 토라(모세오경)는 종교의 궁극적 의무에 대해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토라는 이방인들 및 사마리아인들 만이 아니라 죽었거나 또는 죽을지도 모를 사람은 불결하다고 규정하는 모순을 보인다. 예수의 이 비유가 전하는 메시지는, 토라에 충실한 유대교의 두 대표자 곧 제사장과 레위 사람은 성서에 따라서 마땅히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데 소위 그들의 거룩함과 깨끗함은 가식적이고 위선적이며, 자비를 베푸는 데에는 성속(聖俗)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복음서 이야기는 세칭 거룩하다는 이 두 사람에게는 자비가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은 다른 부족들의 인간성을 폄하하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종교 곧 오늘의 교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다. 또 한편 혼혈족이고 이단적이며 불결한 사마리아인들, 아마도 성서를 공부할 수 있는 혜택을 받지 못한 이들 사마리아인들은 부족적 종교의 믿음체계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그 사마리아인은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자신을 경멸하는 유대인이든 누구이든지 간에 부족적 경계와 편견의 경계 넘어 그 사람의 곤경만을 볼 수 있었으며 자신의 시간, 관심, 재물을 줄 수 있었다.
예수의 비유의 핵심은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에는 종교적 내지는 부족적 한계선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교회가 가장 흔하게 말하는 “하느님의 구원”이란, 종교와 인종과 성(性)의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자비와 정의가 골고루 베풀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수가 이렇게 말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급진적이고 도전적인 요청이다. 예수의 말은 편견을 가지고 인간이 될 수 없고 편견은 항상 인간성을 파괴한다. 편견은 우리의 생존욕구를 잠시 충족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온전하게 되는 것 곧 참 사람이 되려는 우리의 욕구를 심층적으로 충족시키지 못한다. 만일 우리가 허약한 인간성에서 벗어날 수 없고 다른 사람을 파멸시켜서 우리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공포의 경계선을 넘을 수 없다면, 우리는 결코 참 사람이 될 수 없다. 이것이 역사적 예수의 정신이다. 예수의 구원은 생존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부족과 편견을 포기하고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인간성을 살아내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탈을 쓴 하느님이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음으로써 성취할 수 있는 구원이 아니다. 예수의 구원은 교회가 만든 창조론과 원죄론과 신성론과 구속론의 교리를 입술로 인정하는 믿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참 사람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서만 누릴 수 있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이다.
(2) 누가의 두 번째 사마리아인 이야기(17:11-10)에서도 궁극적인 의미는 첫째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예수가 갈릴리와 사마리아 지역 사이로 지나갈 때 나병환자 열 명이 그에게 다가와서 자비를 구했다. 나병은 문자 그대로 육체를 썩게 만드는 피부병으로서 중동지역의 재앙이었다. 나병환자들은 버림받고 불결하고 접촉해서는 안되며 주민의 거주지 밖의 나병환자 촌에서 살도록 규제되었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기적적으로 치유되었으며, 세상에서 거부당하던 사람들이 이제 육신적으로 온전한 사람들이 되었다. 열 명 중 아홉은 뒤를 돌아 보지도 않고 그들의 새로운 신분을 되찾기 위해 제사장에게 달려갔다. 예수는 한 사람만이 자기가 깨끗해진 것을 알고 예수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돌아왔다고 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다른 아홉은 아마도 신앙이 돈독한 유대인이었던 반면에 이 사람은 불결한 혼혈아, 이단자, 이방인 사마리아인이었다. 예수가 그에게 “일어나 가라. 너의 믿음이 너를 온전하게 했다”고 말한 것은 “가서 네 자신이 되라”는 뜻이었다. 이 비유의 메시지는 초자연적 기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완전한 인간성에 대한 것이다.
예수는 사람들이 공포와 부족적 안전체계, 상투적 편견과 경계선들 뒤에 숨어서 안전을 위해 망상적인 믿음을 추구하는 제도적인 종교의 믿음체계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모든 인간에게는 자율성과 창조성과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예수는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인식할 수 있도록 각 사람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깨워주었다.
요한복음서에서도 사마리아인이라는 의미와 여인이라는 의미를 결합시킴으로써, 종교적-인종적-성적 편견의 문제를 제기했다. 요한은 자기중심적이며 생존지향적인 인간들이 편견을 드러냄으로써 자신들이 얼마나 무능한 존재인지에 대한 충격을 감추려고 하는 비겁한 행태를 폭로했다. 요한은 당시 가부장 사회의 이중적인 편견을 분명하게 기록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4:7-42).
사마리아 여인은 물 길러 우물가로 갔다. 그녀가 도착할 때 우물가에 홀로 있던 예수는 그녀에게 물을 달라고 청했다. 그녀는 예수가 유대인 남성이면서 사마리아 여성에게 물을 달라고 했으므로 관습을 어겼다고 대답했다. 예수는 매우 의도적으로 그 여인과 대화를 계속함으로써 유대인들이 이분법적으로 규정한 문화적 금기를 계속 범했다. 예수 시대에는 인류의 절반에 달하는 여성들이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남성들의 재산항목들 중의 하나 정도로 취급되었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남성은 때때로 여성에 대해 생사의 권리마저 행사했다. 여성은 남편이 아무리 잔인하다고 할지라도 결혼생활을 피할 수 없었다. 여성에게는 인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에 대한 문화적 이해에 여전히 깊게 자리잡고 있는 비인간적 행태의 근원은 무엇인가? 인류 역사를 통해서 여성들은 2등급 신분으로 격하되었는데, 교회는 이런 조치를 하느님이 영감을 주고 정한 것으로 정당화시켰다. 따라서 여전히 여성의 살 권리를 박탈하고 낙태를 금지시키는 유치한 성차별을 비겁하고 옹졸하게 하느님의 이름을 빗대어 자행하고 있다. 여성들을 의존적인 존재로 만든 것은 남성들이 지니고 있는 영원한 생존 욕구에 부응하는 것이다. 인간 사회의 가장 기본적 관계에서 남성들은 여성들의 낮은 신분이 하느님의 창조 계획에 의한 것이라고 착각함으로써 자기들의 생존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한다. 여성이 이것에 반대한다면 그녀는 교회의 하느님과 싸워야만 하고, 그런 하느님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의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며, 이것이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따르는 일이다.
모든 생존지향적 관계에서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폄하하고 거부함으로써 권력을 장악한다면 그는 인간이
될 수 없으며 짐승처럼 사는 것이다. 성차별은 인간성을 강탈하는 또 하나의 편견이다. 성차별은 여성을 인간 이하로 취급함으로써 여성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예수는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성차별과 편견은 여성의 인간성을 파괴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인간에 대한 비인간적 취급을 자행하는 가해자는 자신을 스스로 비인간화하는 것이다. 어떤 인간도 다른 어느 누구의 희생 위에 자기를 올려놓을 수 없다. 그렇게는 되지도 않는다.
남성 아버지 하느님을 믿는 교회는 성차별이 가능하고 정당하다는 망상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그런 교회는 인간을 타락한 2등급 존재로 간주하는 초자연적이며 인간세계에 개입하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하느님을 남성으로 호칭하는 것을 훌륭한 믿음으로 착각하고 있다. 교회의 아버지 하느님은 인간을 타락하고 죄 많고 무능하고 나약하고 의타적이며 어린 아이와 같아 하느님의 보호와 구원이 필요한 존재로 간주한다. 남성들은 마치 하느님의 대리인이 된 것처럼 여성들을 타락하고 죄 많고 무능하고 나약하고 의존적이며 어린아이와 같고 또한 남성의 보호와 구원이 필요하다고 착각하며, 더욱이 여성 혐오적 행태를 정당화한다.
복음서들은 예수가 인간의 온전함과 인간성을 옹호하기 위해 기존의 종교적 및 사회적 정의를 철저히 부정한 또 하나의 사례를 제시한다. 즉 예수에게는 여성 제자들이 있었다. 마가, 마태 및 누가는 모두 이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남성지배적 기독교 교회는 역사적으로 하느님의 자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 전혀 인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성차별을 반대하는 예수를 이해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 예수의 여성 제자들은 복음서 안에서 대체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예수의 생애 마지막 순간인 그의 죽음과 부활에 이를 때 비로서 눈에 띠게 되는데, 그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가복음서는 기록하기를 예수가 체포되었을 때 남성 제자들은 모두 “예수를 버리고 도망갔다”(14:50). 다만 십자가 앞에 있는 여성들은 예수의 공생애 시작부터 끝까지 그를 따랐다(15:40). 마태복음서는 많은 여성들이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기록했다(27:55-56). 누가복음서는 십자가 앞에서 애통하는 여성들은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라고 기록했다(23:49). 또한 여성들은 “자기들의 재산으로 예수의 일행을 섬겼다”(8:3). 성서학자들에 따르면 예수에게 열두 남성 제자들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여성 제자들도 그의 공적 목회활동에 동참했다. 1세기 상황에서는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차별과 우월의 부족적 장벽을 파괴하고 완전한 인간성을 저해하는 모든 한계를 극복한 참 사람 예수의 정신과 그의 삶의 모습을 밝혀주는 것이다.
성서가 선포하는 예수는 인간의 생존 욕구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드러냈으며, 다른 사람을 폄하함으로써 자기를 높이는 안전지향적 편견을 거부함으로써, 그의 완전하고 자유로운 인간성을 온몸으로 살아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만들어진 예수의 신성을 교리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참 사람 예수의 인간성을 살아내는 것이다. 예수가 가르친 하느님의 의미는 완전한 인간성을 살아내는 삶의 비전이며 구체적인 방식이다.
결론적으로, 성서는 예수가 종교적-인종적-성적 편견을 파괴했다고 증거하는데 교회는 성서를 왜곡하고 온갖 편견과 차별의 온상지가 되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제도적인 교회가 상업적이고 정치적으로 만들어 놓은 편견과 오만의 “예수상” 곧 죄인들의 타락한 세상을 구출하기 위해 외계에서 오는 인격신론의 유신론적 하느님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된다. 21세기에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기적적인 구출이란 없으며 구원도 없다. 예수의 구원은 종교적, 인종적, 성적 편견과 차별을 철저히 파괴하고, 완전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구원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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