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모르게 장기화되고 있으며 오늘 팬데믹은 우리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국 팬데믹은 지구적 위기상황으로까지 이르렀으며, 인류 전체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밝히자면, 팬데믹으로 인해 편견과 혐오의 인종차별, 폭력과 차별의 야만적인 행위, 국가주의 및 집단주의 극우화의 확산,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자살율 급증, 악화되는 인위적 기후변화로 인한 천연재해 등으로 인해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에 빠져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팬데믹이 보건의학적 위기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제적 불확실성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으며, 유럽과 북미와 아시아에서 공격적 차별주의와 이것을 부추기는 얄팍한 감정적 포퓰리즘이 사회를 분열과 혼돈에 빠트렸다. 결론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우리는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낡은 과거의 패러다임을 내려 놓고, 우주적인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통합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 특별히 기독교는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는 물론 팬데믹 이후에 도래하는 새로운 시대를 위해 새롭고 비상한 종교적 통찰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유신론적 종교에서 무신론적 종교로, 유신론적 신학에서 무신론적 인간학으로, 초자연적 하느님 없는 종교로 새롭게 거듭나야 우리의 가정과 사회와 세계가 밝은 미래로 향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어떤 형태의 공동체적 위기가 닥치더라도 부족적이고 이기적이고 이분법적인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에 무작정 의존하는 수동적인 믿음을 이제는 포기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 낡고 진부한 유신론적 신학과 믿음은 오늘 지구촌이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체 사회와 국가의 화해와 통합에 해로운 장애물이 될 뿐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팬데믹의 재난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떠한 불안과 공포에 직면하더라도 우리는 이 세계를 버리고 하늘 위 다른 세계로 도피하려는 이기적이고 내세적인 망상을 버려야 한다. 예수는 그런 형이상학적인 내세적 믿음을 가르치지 않았다. 인간의 생명과 삶은 지금 여기에서 일회적이며 인류의 집 지구에 영원히 속해 있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지옥과 같은 이기적이고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세상에서 살 것인지 아니면 천국과 같은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세상에서 살 것인지는 인간의 삶의 방식에 달려 있다.
안타깝게도 팬대믹 위기를 극복하고 팬데믹 이후의 밝은 미래의 비전에 대한 새롭고 비상한 통찰력의 목소리가 기독교인들에게서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편 교회 밖에서 과학자들과 의학자들과 인문학자들은 인류 사회는 인간과 생명과 삶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 도전하고 있다. 오늘 교회에게 팬대믹 위기가 큰 위협이 되고 있는 원인은 과학에 대한 불신과 함께 내세적인 유신론적 하느님을 맹신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는 합리적으로 과학적 사고를 하며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고대 삼층 세계관적 믿음이 현대 과학과 충돌할 때에 과학에 기초한 이성과 지성을 거부하고, 이기적이고 부족적인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을 맹신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이다.
1세기에 예수가 탄생했던 시대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을 신봉하는 유신론적 성전종교가 인간의 존엄성을 완전히 파멸시키고, 98%의 민중들의 인간성은 하찮은 것으로 폄하되고 그들은 종교제도의 노예로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든 사람답지 못한 삶을 살았다. 또한 당시 세계를 정복하고 모든 식민지들을 혹독하게 탄압하고 착취했던 로마제국은 누구라도 로마에 저항하면 무조건 십자가에 처형했다. 이 시기에 나사렛에서 태어난 예수라는 촌부가 가난하고 버림받은 힘없는 민중들에게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불러일으켰다. 예수는 유신론적 유대교의 성전신학과 로마제국의 제국신학을 철저히 반대하고 정면으로 대항했다. 다시 말해 예수는 거룩한 성전을 거부하고 그 대신 하층계급의 민중들의 열악한 삶의 현장에서 인간의 평등성과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비전을 가르쳤다. 예수는 이러한 삶 그 자체가 하느님의 의미라고 선언했으며,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평등한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오늘처럼 지구적 위기 및 국가적 위기에서 인간의 생명과 삶과 존엄성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할 때 참된 종교의 기능은 예수가 살았던 1세기 고대 사회에서나 21세기 과학시대에 서로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휩싸이면 본능적으로 자신보다 더 큰 힘에 의존하려고 한다. 따라서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창조하고 그에 따른 종교제도를 안전장치로 만든다. 인류사의 초기부터 각 문명들은 부족적 수호신을 창조했으며 그 신을 다루는 종교체제는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백성들을 탄압하고 착취했다. 오늘 종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국가적 위기에서 사람들에게 인간의 의미, 생명의 의미, 삶의 의미에 대한 새롭고 비상한 종교적 통찰력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그 위기를 거부하거나 도피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지혜와 희망으로 격려해야 한다. 예수는 1세기 당시에 98% 민중들의 존재와 삶이 종교적-정치적 탄압 아래에서 처절하게 고통과 절망에 빠진 인간의 위기상황을 직시하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회복을 선포했다. 따라서 민중들은 불안과 공포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하지 않고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가졌다.
오늘날 유신론적인 내세적 교회는 불평등의 차별과 경제적 양극화 현상과 기후변화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질문을 금기사항으로 엄격히 통제한다. 보상심리에 심각하게 세뇌된 교회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복종만이 축복과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또한 그런 교회를 악용하는 보수 정치는 국가적 위기가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며 거짓과 은폐로 위기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오늘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 종교와 정치로부터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과 비전을 제시하는 새롭고 비상한 종교적-정치적 통찰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를 맞이하고 있다.
성서를 신중하게 읽으면 오늘보다 훨씬 더 처절한 종교적-정치적 위기상황에서 나약한 민중들에게 삶의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준 비상한 통찰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가장 먼저 복음서를 기록한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 서두(마가복음서 1:9-15)에서 참 사람 예수를 소개했다. 그러나 후대의 복음서들과는 달리 민족의 메시야 예수를 최초로 소개하는 글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간단하다. 적어도 대단히 중요한 인물을 소개하려면 그가 어느 가문의 출신이고 어디에서 어떻게 탄생했고 어디에서 학문을 터득했는지에 대해서 소개해야 하는데 그러한 기록이 전혀 없다. 더욱이 초자연적인 동정녀의 탄생이나 하늘 위에서 천군천사들의 등장이나 태초로부터 계셨던 말씀이라는 등의 거창한 소개를 찾아볼 수가 없다. 마가는 자신의 복음서를 읽는 사람들에게 예수라는 인물에 대한 자서전을 소개하기 보다는 무엇인가 훨씬 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 또한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깊이 감명받고 새 사람으로 거듭난 바울도 복음서들 보다 먼저 최초로 신약성서를 기록하면서 예수의 탄생 이야기와 예수의 인물에 대해서는 물론 예수를 하느님으로 믿어야 한다는 유신론적 교리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고 다만 기독교인은 예수의 정신에 따라서 예수가 산 것처럼 살아야 한다고 선포했다. 당시 로마제국의 혹독한 탄압 아래서 종교적-정치적 위기를 인식한 바울과 마가가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공개적으로 선포한 것은 담대한 통찰력이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세월이 지나면서 성서 원본은 실종되고 수많은 사본에서 사본으로 필사되면서 비상한 통찰력의 목소리는 변질되고, 역사적 예수의 정신은 혼미해지고 그 대신 만들어진 초자연적 예수가 등장했다. 성서는 수많은 사본들 중 극소수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역사적 예수 신학자들은 성서비평학을 통해서 참 사람 예수가 원초적으로 무슨 말을 했고 어떻게 살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예수 세미나 학회>는 역사적 예수 탐구 활동을 전세계 지역 교회로 확장하여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좌를 열고 있다.
오늘 코로나19 팬데믹의 지구적 위기상황에서 교회는 새롭고 비상한 종교적 통찰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의식적으로 극심한 빈부차이와 남성과 여성의 불평등에 항거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기후변화를 막고, 부족적이고 차별적인 극우화를 막고, 종교차별과 인종차별을 폐기하고, 동성애자들을 존중하고,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실천하고, 폭력에 대항하여 비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악을 악으로 대하지 않으며, 악한 세력에 동조하지 않는 종교적 통찰력이 자신의 신앙과 삶에 필수적인 것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참된 종교의 기능은, 사람들이 자기만족과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게 깨어 있도록 도전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죽음의 두려움과 온갖 불안을 극복하고 지금 여기에서 생명이 풍성한 삶을 자유하게 살도록 도와주는 것다. 종교인이 되는 것은 외형적으로 성공하여 갑부가 되고, 병들지 않고 장수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종교의 기능은 이 세상을 멸망하도록 버려 둔 채 죽은 후에 다른 세계로 이주하는 길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다. 종교는 오늘 이 땅 위에서 하루를 살아도 참된 인간으로 사람답게 스스로 자율적이고 창조적으로 만족스럽게 생기가 넘치게 살도록 돕는 것이다. 21세기 과학시대에 종교의 기능은, 사람들에게 인간의 생명은 일회적이며, 우주세계를 구성하는 개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소외시킬 수 없으며, 어느 하나라도 소외되면 전체가 파멸되며,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시작이며, 이 세계 이외에 다른 세계는 없으며, 지금 여기에서의 순간이 영원함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성서 저자들은 역사적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정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그 예수 체험을 기록했다. 그들은 성서를 역사책이나 자서전이나 과학책이나 심지어 백과사전으로 기록하지 않았다. 성서는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 교리책이나, 그렇게 믿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마술책이 아니며, 원초적으로 그런 교리와 초자연적인 기적을 위해 기록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지구적 위기상황에서 불공정한 분배로 인한 불평등과 양극화로 힘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절망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이 시기에 종교인들과 정치인들에게 새롭고 비상한 종교적 통찰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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