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캐나다의 맥길 대학(McGill Univ.)의 종교학부에서 신학을 공부하기 전에 같은 학교 공과대학에서 지질학 박사과정을 밝고 있었다. 한국에서부터 대학원과 전문분야에서 15년간 지질학과 그와 관련된 학문을 연구하고 이 분야에서 일했다. 지금도 지질학에 대한 나의 열정은 변함이 없다. 나의 전문적인 경험에 의하면 과학의 기능과 목적은 지식과 정보를 조직화 하고 사유화 하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공개하는 것이다. 과학은 현실적인 지식과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실험하고, 재구성하고, 다른 의견들과 솔직하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수정하고,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고 발전시킨다. 결과적으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들이 세상에 알려진다. 따라서 과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과 목적은 지식과 정보를 사유하기 보다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돕는다. 과학은 종교와 인종과 성과 성적본능과 빈부의 차별과 우월 없이 사회가 높이 쌓아 올린 경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한다. 나는 지질학에서 신학으로 방향을 돌려 기독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면서 종교도 과학처럼 부족적 경계 넘어 공개적이어야 고립되지 않는 참된 종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오늘날 현대 종교는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이고 사적인 믿음의 경계선 안에 안주하기 보다는 척박한 세속적 세상의 다양한 문화들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우주적이고 공개적인 종교가 되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우리만 구원받고 다른 사람들은 징벌의 대상이라고 폄하하는 이기적이고 유치한 개인적 믿음은 망상에 불과하며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해치는 바이러스와 같다.
오늘 우리는 인류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우리는 과학의 덕분으로 우주세계와 인류의 영원한 집 지구와 생명과 인간의 출현 및 진화 과정을 포용하는 우주 이야기의 심층적인 의미를 인식하고 살아내는 과학시대에 살고 있다. 우주진화 역사는 우리의 역사이며 부인하거나 왜곡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구상의 인류 역사의 근원인 우주는 창조론을 주장하는 성서문자근본주의 신자들이 믿는 대로 단지 6천 년이 아니라 138억 년이다. 그들의 내세적 믿음에 따르면 지구는 최후의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 때가 언제인지 그저 막연하게 곧 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주류 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지구의 미래는 태양계가 수억 년에서 수십 억년 후에 폭발해서 사라질 것이다. 아마도 그 때가 신자들이 맹신하는 지구의 종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가 폭발하면 모든 개체들은 우주먼지가 된다. 그때에 기독교인만의 구원과 천국과 영생이라는 이분법적이고 이원론적인 내세적 믿음은 너무나 유치하고 몰상식한 발상이다. 오늘도 광활한 우주세계에서는 별들이 폭발해서 사라지고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 우주에서 죽음은 새로운 시작이며, 죽음 없이 새로운 시작은 없다. 이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지구가 죽으면 새로운 별의 시작이 일어난다. 138억 년 전 빅뱅으로부터 시작한 우주와 지구와 생명들과 인간의 진화 여정은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다. 과학은 눈으로 보고 느끼는 실제적인 현실의 본질을 더욱 깊이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따라서 과학에 근거한 새로운 패러다임 또는 새로운 진리는 더 이상 과거의 패러다임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의 물결을 타고 앞으로 진보해 간다. 오늘 우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미래에 후손들에게 과거의 패러다임이 될 것이며 그들은 새로운 진리를 탐구할 것이다. 과학적인 새로운 진리는 주관적이거나 특정 종교와 문화에 국한하지 않고, 공개적이고 우주적이다. 과학은 특정 부족과 민족과 국가에 편향되지 않는다. 과학은 이분법적이거나 이원론적일 수 없다. 과학은 발견된 사실을 숨기거나 특정 종교제도의 맞춤형으로 왜곡되지 않고, 사실을 공개적이고 일반적인 계시(啓示 Revelation)로 밝힌다. 과학은 온 인류가 이해할 수 있고, 공유할 수 있는 사실을 소개한다. 과학은 과학자들의 독점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공개적인 생활양식이다.
반면, 과학의 새로운 사실의 발견이 공개적 계시(Public Revelation)라면, 개인적이고 부족적인 종교적 체험을 사적 계시(Personal Revelation) 라고 한다. 사적 계시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찬반의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주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리다. 따라서 사적 계시는 오직 개인적으로 믿을 수 있거나, 믿을 수 없거나 둘 중에 하나다. 또한 특정 종교제도 내부에서는 통용이 될 지 몰라도 종교 외부에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몰상식한 행태이다.
계시(啓示 Revelation)라는 말은 나타남 또는 드러남을 뜻하는데 전통적인 종교인들은 인간이 자율적으로 계시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신에 의해서 수동적으로 신적지식을 받는 것으로 믿는다. 다시 말해 고대 사회에서 계시는 일방통행으로 신이 인간세계에 개입하여 명령을 하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 과학시대에 하늘 위에서 인간세계에 계시를 내리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은 없다. 특정 종교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신의 계시를 외부세계 전체에 대한 계시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계시의 의미는 종교의 특허품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과 인간성으로부터 스스로 인식하는 생명과 삶의 체험이며 비전이다.
과학이 밝히는 공개적 계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현실의 본질에 대해서 공평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잘못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인식하고 수정할 기회를 준다. 공개적 계시를 통해서 철학적 또는 종교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은 서로의 이해를 나누면서 각 자의 해석이 다를지라도 기본적으로 동일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오늘 종교인들은 더 이상 공개적 계시 곧 과학적 발견을 자신들의 사적 계시 곧 종교적 믿음의 맞춤형으로 변형시키는 유치한 짓을 중단해야 한다.
과학의 새로운 발견 즉 공개적 계시를 환영하는 사고방식은 자율적이고 개방적이며 호기심이 많다. 이 사고방식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무작정 믿지 않고, 타자의 체험을 자신의 체험인 척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적 계시가 종교체계의 공식적인 교리가 된 것에 맹종하지 않는다. 공개적 계시를 환영하는 것은 실제적인 현실 즉 과학이 공개하는 현실적인 사실들을 신뢰하는 것이다. 공개적 계시는 우주적이기 때문에 부족적 이원론 곧 육체와 영혼, 천당과 지옥, 축복과 징벌의 분리를 거부한다. 필자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 하느님을 종교적으로 믿지 않고 그 대신 무신론적 하느님의 의미를 신뢰하고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아내려고 한다. 나의 하느님은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 그 자체를 의미한다. 과학은 새로운 발견을 통해서 우리의 집 지구촌을 구성하는 각 개체들과 통합적인 전체에게 생명력을 부여한다. 나와 다른 모든 개체들은 과학이 새롭게 발견한 사실들을 해석할 능력과 창조성과 자율성이 있다.
사적 계시의 예를 들자면, 기존 종교들의 고대 경전은 북아프리카와 중근동 지역과 인도와 중국, 등의 다양한 지역에서 시대와 환경의 변천 속에서 현자들이 터득한 개인적 또는 부족적인 체험들의 모음집이다. 그러나 어느 특정 개인의 사적인 체험을 문자적으로 읽고 심지어 온 인류가 반드시 믿어야 한다고 억지로 주장하면서 종교체계의 불변의 경전으로 고정시키면 순진한 사람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반드시 믿어야 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물론 종교의 기능은 교리를 암송하고 의심과 질문 없이 무작정 수동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그 깨달음을 살아내는 것이다. 종교적 경전은 문자적으로 믿어야 하는 교리책이 아니라 삶의 지혜서이다.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 따르면, 예언자 마호메트의 가르침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교리를 따르지 않으면 영원히 지옥불에 떨어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과 다른 모든 비이슬람교도들은 지옥으로 떨어질 것인가?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은 이것을 믿는다. 그러나 수많은 비이슬람교도들과 진보적인 이슬람교도들은 이것을 믿지 않는다. 한편, 기독교에서는 어거스틴의 개인적인 체험에 근거한 원죄론과 구원론을 기독교의 핵심교리로 채택하여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기 때문에 예수가 인류의 죄를 ‘대신해서’ 죽은 것을 믿지 않으면, 다시 말해 예수가 하느님인 것을 믿지 않고 교회에 다니지 않는 비기독교인들은 최후심판 때 지옥으로 떨어진다고 맹신한다. 그러나 실제로 수많은 기독교인들과 비기독교인들은 이것을 믿지 않는다. 또한, 많은 불교도들은 선한 일을 많이 할수록 죽은 후 다음 생애에서 훌륭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쁜 일을 하면 다음 생애에서 무생물이나 동물로 태어난다는 윤회론과 인과응보를 믿는다. 그러나 많은 진보적인 불교도들과 비불교도들은 이것을 믿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자신의 사적 계시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관계들이 이원론적으로 양분되는 것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테러와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는 사적 계시의 횡포로 인해 종교적-정치적 극우화 경향이 득세하면서 양분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적 계시의 폭력으로 인간과 생명의 존엄성이 폄하되고, 불평등이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사적 계시의 가장 모순된 사례들 중에 하나를 들자면, 오늘날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맹신하는 근본주의자들과 보수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요한계시록을 왜곡하여 다가올 세상의 종말과 예수의 재림을 예고하는 신의 계시라고 착각한다. 요한계시록은 1세기 말엽 소아시아 해안의 외딴 밧모섬에 살고 있던 요한이란 사람이 자신의 환상적 체험을 이야기로 쓴 것이다. 현대인들이 요한계시록을 바르게 읽고 이해하려면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 요한에게 얼마나 심각한 위기상황이었는지 알아야 한다. 요한이 살았던 시대는 로마제국의 혹독한 통치가 극에 달했던 때였다. 21세기 현대인들은 요한의 메시지를 당시의 정치적-사회적 상황 속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요한은 온 인류에게 지구의 최후 종말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자신이 살았던 시대에 로마제국의 지배제도가 정당화하는 불평등과 불공정한 분배의 불의에 항거하는 도전장이며 지배제도의 개혁을 기록한 것이다. 요한이 선포하는 새 예루살렘, 새 하늘과 새 땅 곧 새 창조는 지금 여기 현세에서 예수가 가르친 하느님 나라가 건설되어야 한다는 완전한 혁명적 비전이다. 따라서 요한계시록은 제국의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지배 제도를 거부하고 항거하는 외침이다. 사실상 이미 예수와 바울과 초대 예수 운동이 지배 체제에 철저히 반대했다. 98%를 통제하는 2%의 지배체제는 고대에나 현대에나, 또 어떤 모양을 갖추었든지, 역사적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서 나타난 이 땅 위의 현세적 하느님 나라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렇듯 요한계시록에서 로마제국에 대한 요한의 비난은 성서 전체를 통해 들려오는 외침이다. 요한계시록은 기독교 공동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사적 계시이다. 다른 종교들과 온 인류에 대한 공개적 계시가 아니다.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지구가 평평하고,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적 계시의 삼층 세계관을 떠나 보내야 한다. 공개적 계시의 우주진화 세계관은 우주는 하나의 생명의 망을 이루는 한 몸이기 때문에 우주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 중에 어느 하나도 소외되어서는 안되며 개체들이 평등하게 존중되어 온전한 전체를 이룬다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비전이다. 공개적 계시는 인간과 생명에 대해 심층적인 의미를 탐구하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현대인은 모든 삶의 영역의 기초가 되는 과학을 구체적으로 살아내기 때문에 자신들의 삶은 과학이 전부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원초적으로 종교(religion)라는 말의 어원은 관계(relation)이다. 종교인이란 초자연적인 신의 존재를 맹신하는 종교체제 곧 내세적인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에 소속하거나, 그 종교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부족적인 믿음체계 곧 교리와 전통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종교는 하느님의 존재론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관계론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종교는 사람들이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공동체적으로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다. 반드시 제도적인 종교에 속해서 교회나 사찰에 다녀야 종교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광범위하게 말해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의식과 인간성을 공동체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은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진화하는 우주세계에서 부족적이고 이기적이고 내세적인 종교와 사적인 믿음을 넘어서야 온 인류가 화합하여 평화롭게 살 수 있다. 교리적이고 개인적이고 사적인 믿음 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138억 년의 우주진화 이야기가 종교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는 우주 이야기는 공개적 계시로써 이원론과 내세론을 초월하여 다양한 종교들과 문화들을 포용한다. 모든 사람들의 공통 이야기는 인류가 두려움과 욕심없이 평등하고 공평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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