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신학계의 역사적 예수 학자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끊임없이 종교 문맹퇴치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 왔다. 그들은 특히 성서문자근본주의의 노예가 된 교회를 향해 문자적 성서에 감금된 역사적 예수를 해방시키라는 예언자적 메시지를 보냈다. 필자도 신학교에서 역사적 예수 탐구방식을 철저히 배우고 목회지에서 설교와 교육에 구체적으로 적용했으며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나는 교인들이 만들어진 예수 앞에 엎드려 축복과 구원을 구걸하는 것을 중단하도록 촉구했으며, 참 사람 예수 곧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실천적으로 살아내도록 격려하고 도왔다. 나의 역사적 예수 탐구는 은퇴 후에도 오늘까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역사적 예수 학자들이 실행하고 있는 연구방법론은 다음과 같다: (1) 첫째 방법은, 예수가 살았던 사회적 상황에 관해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이해하려고 예수의 사회는 물론 그와 유사한 다른 사회들의 역사를 관통하는 교차문화적 연구이다. 사실상 예수 당시의 사회는 중산층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예수 자신의 출신인 98%의 농민계급은 대부분 문맹자였으며, 대다수의 가난한 민중들과 극소수의 2%에 해당하는 귀족들과 종교제도의 권력자들 사이의 불평등은 마치 하늘과 땅 차이 같았다. 이러한 상황은 인격신론의 이분법적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의 하느님을 철저히 반대하고 무신론적 하느님의 의미 곧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을 가르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릴 수 있게 한다. (2) 둘째로, 예수 당시의 그리스-로마 및 유대인들의 사회적 내지는 정치적 상황에 관한 역사적 연구이다. 예수는 사회 바닥으로부터 민중 혁명이 일어나려고 마치 활화산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과 같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빈곤과 질병이 들끓는 처절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농민들의 불안과 동요 속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은 성서가 밝히려는 예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준다. (3) 셋째로, 성서의 본문연구는 가장 어려운 방법인데, 필자도 학교에서 이 연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성서가 기록된 고대 그리스어를 필수적으로 공부했다.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신약성서 안에 기록된 것들은 물론 성서 밖의 복음서들까지 포함해야 한다. 또한 예수 전승은 세월이 흘러가면서 마치 퇴적층이 쌓이듯이 옛날 이야기들 위에 창작된 새로운 이야기들이 첨가되었으며 마치 예수가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것처럼 보인다. 결국 현대 기독교인들이 심하게 혼돈하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학자들은 여러 가지 복잡한 방법들을 동원해서 참 사람 예수 위에 덮여진 만들어진 예수의 여러 퇴적층들을 벗겨내고, 보이지 않게 숨겨진 원초적인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려고 한다. 필자는 신학 이전의 전공인 지질학 연구방식이 성서 본문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오늘날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시들시들 죽어가는 교회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내세적 망상의 기복 신앙을 당장 포기하고, 예수와 성서와 인간성에 대하여 솔직하게 사는 길 밖에 없다. 다시 말해 기독교인들은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와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거짓된 보상심리에 세뇌되어서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예수를 맹신하는 유신론적 불량 신학과 내세적 불량 믿음을 아낌없이 폐기처분해야 한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예수를 따르는 기독교의 핵심이며 정체성이다. 엄밀히 말해서, 만들어진 신적 예수 곧 하느님 예수를 맹신하는 것은 예수를 배반하는 비상식적인 반역 행위이다.
성탄절은 기독교 교회에서 가장 경축하는 절기들 중에 하나이다. 예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와 함께 그의 탄생 이야기들은 기독교인에게 예수의 의미를 형성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되어왔다. 1세기에 복음서 저자들은 처음으로 각자 나름대로 다양하게 첫 번째 성탄절 이야기(마태복음서 1-2장, 누가복음서 1-2장, 요한복음서 1:1-14)를 기록했다. 현대인들은 고대 이야기들을 어떻게 읽고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예수의 의미는 물론 기독교인들의 삶의 모습이 달라진다. 따라서 신약성서에 기록된 성탄절 이야기는 한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복음서들이 기록될 때에 이미 다양한 예수 전승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으며 마태, 누가, 요한은 성탄절 이야기를 각각 다른 시대와 상황에서 서로 다르고 독특하게 기록했다.
또한 예수가 신비스럽게 탄생했다고 전해지는 구전(口傳)은 기독교 교회가 탄생한 후에 비교적 후대에 창작된 전승이다. 성탄절 이야기들은 오직 마태와 누가의 처음 두 장에서만 발견되는데, 이 이야기들은 예수가 죽은 후 70-80년이 지난 1세기 말엽에 기록된 것들이다. 마태와 누가 이전의 최초의 성서 저자들은 예수의 특별한 탄생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즉 신약성서의 최초의 저자인 바울과 최초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서는 예수 탄생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요한복음서는 마태와 누가보다 더욱 후대의 것이지만 성탄절의 의미를 동정녀 잉태없이 신학적으로 설명했다.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최소한 예수의 특별한 탄생을 언급하지 않고도 신약성서를 기록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최초의 신약성서 저자와 최초의 복음서 저자가 예수 탄생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예수의 의미에 대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성서비평은 복음서 저자들이 소개하는 역사적 예수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다.
성서가 기록된 시대의 역사적 배경과 당시의 사회적 환경을 이해하면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처음으로 기록한 사람들의 목적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그들은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 예수를 증거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원초적으로 성서 저자들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깨닫고,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살아내려는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종교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하찮은 것으로 폄하하고, 이분법적으로 인간을 차별하는 행태를 반대하고, 유신론적 성전종교와 완전히 결별하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참 사람 예수가 살았던 것처럼 살려는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도 예수가 가르친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살아내려는 그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로마제국의 탄압과 착취에 굴복할 수 없기 때문에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선포하며 불평등에 철저히 항거하기 위해 성서의 서두에 예수 탄생 이야기를 기록했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성서를 기록할 당시에는 원죄론과 구속론(대속론) 따위의 이분법적 교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첫 번째 성탄절 이야기는 예수의 생일잔치에 대한 것도 아니고, 인간의 죄를 용서하기 위해서 하늘로부터 하느님이 땅으로 내려와 동정녀에게서 탄생한 기적도 아니다. 성서 첫머리에 기록된 예수 탄생 이야기는 성서 전체의 서론으로써 불의한 사회를 개혁하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대접받는 하느님 나라를 이 땅 위에 건설해야 한다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대한 비유이다.
성서 전체의 모든 저자들이 그랬듯이 마태, 누가, 요한이 각자 독특하게 성탄절 이야기를 기록한 목적은 역사적으로 일어난 사건을 문자적으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생명의 심층적인 의미를 시적이고 신화적으로 표현한 창작품이다. 이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동정녀 잉태와 이상한 별과 동방박사들, 목자들, 베들레헴 말구유의 출생은 실제로 없었지만, 특별한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증거하는 고대 사회의 보편적인 문학적 표현 수단들이다. 특히 동정녀 잉태와 특별한 별은 고대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신화들의 주요한 요소들이다. 더욱이 복음서 저자들이 소개하려는 참 사람 예수의 의미는 복음주의 신자들이 맹신하는 대로 온 인류가 반드시 믿어야만 하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참 사람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 즉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통해서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자신들의 삶을 180도로 전환시킨 경이로운 체험을 예수 탄생 이야기로 기록한 것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원초적으로 기독교 성서가 기록된 목적과 성서의 기능은 하느님의 절대적인 계시와 권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기독교 보다 500여 년 전에 탄생한 불교와 힌두교의 경전을 무시하고 성서 만이 온 인류에게 유일한 경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었다. 성서는 고대 히브리인들과 유대인- 기독교인들이 기원전 10세기부터 약1천년 동안 암담한 시대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내면으로부터 체험한 자신들의 삶의 지혜와 용기와 희망과 비전을 선포한 인간적인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대 성서를 재해석해서 21세기의 이야기로 전환해야 한다.
현대인들이 이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사실적이고 과학적인 보고서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으면 오늘 절실히 필요한 예수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의미를 찾을 수 없다. 예수의 가르침과 그의 삶을 비유로 은유화한 성탄절 이야기들은 예수의 신성이나 내세적 믿음을 증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개혁적인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밝히려고 했다. 초대 기독교인들은 온전한 인간으로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하면서 초자연적인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들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것이 자신들에게 훨씬 더 큰 용기와 희망이 되었다.
1세기에 기록된 성탄절 이야기들의 핵심은 로마제국의 혹독한 탄압과 성전신학의 이분법적 차별 속에서 암담하게 살아가는 98%의 민중들에게 캄캄한 절망 속에 비추는 희망의 빛이었다. 예수는 하느님 나라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2%의 귀족들과 종교 지도자들 편에 서기 보다는 가난하고 힘없는 98%의 민중들 편에 섰다. 예수는 그들에게 고통과 절망의 어두움 속에서 비추이는 빛이었다. 마태복음서는 별이 어두운 밤하늘에 밝게 빛나서 이방인 박사들을 예수가 출생한 장소까지 인도했다고 시적으로 기록했다. 누가복음서는 목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양떼를 지키고 있을 때에 ‘주님의 영광의 빛이 그들에게 두루 비치면서,’ 천사가 그들에게 예수 탄생에 관해 말해 주며,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밤하늘을 메우고, ‘하느님께 찬양!’을 노래했다고 은유적으로 기록했다.
오늘 21세기 현대인들은 인류역사 상 유래 없는 지구적 위기상황에 처했다. 우리는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속에서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천연재해와 생태계의 위기와 함께 성차별과 성적본능차별, 인종차별과 종교차별, 빈부차별 등으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은 불안과 혼돈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은 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극도로 미약한 결과로 수퍼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하여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하루에 수 천 명의 어린이들이 홍역과 파상풍과 디프테리아로 죽어가고 있으며 (www.poverty.com),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수십만 명이 빈곤으로 죽어가고 있다. (www.worldhunger.org)
이러한 지구적 위기상황에서 예수 탄생 이야기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가? 예수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기독교인들은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희망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바이러스 감염 확산을 무시하고 집단적으로 모여서 하느님께 예배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참된 믿음인가? 여성을 차별하고, 동성애를 폄하하고, 타종교들과 타인종들을 차별하고, 가난한 사람들과 AIDS 환자들을 더러운 죄인으로 정죄하고 그들은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을 받지 못하고 마땅히 징벌을 받았다고 배척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이 기독교로 개종해야 구원받을 수 있다는 거짓말을 뻔뻔스럽게 늘어놓을 수 있는가? 성서에 기록된 예수 탄생 이야기의 메시지가 그런 이분법적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에 대한 것인가?
결론적으로 1세기에 기록된 첫 번째 성탄절 이야기들이 21세기의 기독교인들에게 도전하는 메시지는, 모든 인간과 생명은 순결하고 성스러우며, 모든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의미를 드러내며 살 수 있다는 역사적 예수의 정신을 선포하는 것이다. 성탄절을 경축하는 것은 역사적 예수의 정신에 감사하는 것이다. 또한 예수의 정신에 보답하기 위해서, 나의 생존과 이익 때문에 동료 인간을 탄압하고 착취할 수 없으며 다른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고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기독교인들이 진심으로 예수를 따른다면 경계 넘어 타종교인들과 타인종들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어야 한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만인평등과 공정한 분배의 정의가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 운동을 전개했던 역사적 예수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맹신하는 유신론적 종교체제로부터 추방당했으며, 예수는 그 믿음체계로부터 버림받은 98%의 민중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고통과 절망을 감싸주고, 칠흑 같은 암흑 속에 빠져 있는 그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고, 새로운 생명의 길이 되었다. 따라서 21세기의 현대 기독교인들에게 성탄절 이야기의 의미는 죽은 후에 천국 가는 꿈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 성탄절은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영원히 예수처럼 절망과 암흑 속의 빛이 되어 살 수 있다는 결단과 용기와 희망을 인식하는 절기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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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____.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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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스 보그, 새로 만난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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