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마태, 누가, 요한 복음서에 서로 다르게 독특하게 기록된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을 한 묶음으로 뭉쳐서 마치 하나의 이야기로 창작하면서 설상가상으로 저자들의 원초적인 의도와 목적을 왜곡하고 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고대 성서에 솔직해야 하며 또한 신중하게 읽어야 한다. 1세기말에 기록한 예수 탄생 이야기들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성서비평학적 해석이 필수적이며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탄생 이야기들은 도대체 어떤 종류의 이야기들인가? 이런 이야기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 저자들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도로 이런 이야기들을 기록했는가? 이런 탄생 이야기들의 문학적인 장르(문학작품의 그룹 또는 범주 별 분류)는 무엇인가?
역사적 예수 학자들의 성서비평에 따르면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초자연적 기적이 일어났다는 사실적 보도가 아니며 그렇다고 교리적 믿음을 강화하는 우화도 아니다. 성탄절 이야기는 1세기의 참담한 종교적-사회적-정치적 상황에 도전하는 체제전복의 비유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성탄절 이야기를 읽을 때 그 이야기가 기록되었던 당시 초기 기독교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으며, 탄생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했는지에 대해서 왜곡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초대 기독교인들에게 참 사람 예수의 의미는 현대 기독교 신자들이 맹신하는 원죄론과 구속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늘 많은 기독교 신자들은 성서를 읽을 때, 아동기 초기 비판 이전 단계의 미성숙한 정신 상태에서 문자적으로 읽고 직역적으로 믿는다. 그 단계에서는 중요한 권위를 지녔다고 생각되는 인물이 참된 것이라고 주장하면 아무 의심과 질문 없이 무작정 무엇이든지 받아들인다. 즉 어린이들은 동화책을 읽을 때 그 내용들을 사실적으로 이해한다. 예를 들자면 많은 어린이들은 성탄절에 등장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 대해서 비판 없이 듣고 읽는 그대로 실제 인물로 믿는다. 그러나 성서의 이야기들을 이처럼 비판 이전 단계의 순진한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21세기 현대 세계에서는 위험할 뿐만 아니라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 원인은 계몽주의의 영향인데, 계몽주의는 17세기에 현대 과학과 더불어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등장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과학혁명과 인식혁명이라고 한다. 계몽주의는 서양문화사에서 흔히 현대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를 태동 시켰다. 계몽주의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과업들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계몽주의의 현대가 인류의 세계관과 가치관과 윤리관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깨어난 계몽주의는 인류사회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을 일으켰다. 계몽주의와 더불어 전근대적 삼층 세계관과는 매우 다른 새로운 우주진화 세계관, 즉 상호의존관계의 새로운 존재론이 등장했다. 현대의 세계관에서는, 의심의 여지없이 실재하는 것은 물질과 에너지의 시공간적 세계로서, 이 세계는 원인과 결과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운행하는 세계이다. 현대의 우주진화 세계관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지어 이런 세계관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쳐왔다. 이런 사고구조에서 비물질적인 실재, 영적인 실재, 하느님 또는 하느님의 영(성령)은 인간과 분리된 타자적-외계적-객체적 존재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새로운 세계관에는 그런 실재에 대해 억지로라도 믿어야 한다는 수동적이고 강압적인 믿음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계몽주의 이전까지는, 하느님의 유신론적 존재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하느님은 초자연적이고 전지전능한 존재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계몽주의적 세계관은 이것을 뒤집어엎었다. 이 세계, 즉 물질과 에너지의 시공간적 세계는 의심의 여지없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며, 하느님의 실재는 의심스러운 것이 되어 버렸다.
한편 역설적으로 계몽주의로 인해서 사실적인 것이 아니면, 그것은 참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근본주의가 생겨났으며, 교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성서를 문자 그대로 사실적으로 맹신하는 문자근본주의는 기독교를 분열과 혼돈에 빠트렸다. 성서근본주의자들은 과학이 발견하고 밝히는 공개적 계시의 사실은 거부하면서 자신들의 근본주의 믿음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은유적으로 기록된 성서의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억지주장을 늘어놓는다. 따라서 한국과 북미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특히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와 예수 탄생 이야기들을 포함해서 성서 전체의 이야기들을 문자적으로 사실적인 이야기들로 맹신한다. 그들은 고집하기를 만일 그 이야기들이 사실적이지 않다면 참된 것이 아니며, 성서 자체도 진실한 것이 아니라고 우겨 대는 아동기 초기의 비판 이전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성서에 솔직하고 신중하게 읽어야 하는 큰 이유는, 고대 사회에서 지극히 제한된 극소수의 어휘로 인간의 경이로운 체험과 깨달음을 문자적으로 온전히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따라서 고대인들은 서사시와 신화를 창조했다. 결국 고대 문서들은 시와 신화를 문학적인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하여 은유적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성서는 원초적으로 은유적이고 서사시적이고 신화적인 책이기 때문에 성서문자근본주의는 대단히 비성서적이다. 물론 성서의 저자는 하느님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들이었다.
현대의 과학이 발견한 우주진화 세계관은 예수 탄생 이야기들에 나오는 기적적인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하느님의 초자연적인 개입, 동정녀 탄생, 특별한 별들, 천사들의 방문과 같은 일들은 인류사에서 단 한번이라도 일어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일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성서의 진리는 문자적 사실성에 있지 않다. 초등학교에서부터 현대과학을 배우고 성장하며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살아내는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예수 탄생 이야기들의 사실성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심지어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사건들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신적인 잉태 이야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고대 세계에서는 비교적 일반적인 이야기였으며 고대인들은 매우 중요한 인물에 관해 말할 때 신화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계몽주의가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에 끼친 영향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몇 가지 방식으로 대응한다. 특히 복음주의 보수적 신자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대응을 의식적인 문자주의 혹은 고집부리는 문자주의라고 부른다. 의식적인 문자주의자들은 예수 탄생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사건들이 믿기는 어렵지만 사실적인 이야기들이라고 강압적으로 억지로라도 믿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들은 성서의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성서와 기독교는 참된 진리가 아니라는 미성숙한 착각에 깊이 빠졌다. 그러나 기독교의 진리는 성서에 대한 사실적 이해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오늘 주류 신학계는 물론 사회의 모든 영역들을 이끌어 가고 있다. 사실상 오늘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성서의 사실성을 확신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우주진화 세계관을 살아내는 그들의 우주적인 신앙과 통합적인 삶이 확대되는 것에 성서의 문자적 사실성은 장애물이 될 뿐이다.
결론적으로, 현대 기독교인들이 고대인들의 예수 탄생 이야기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석이 필수적이다. 이 이야기들을 읽는데 해석을 통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어떤 방식으로 읽든지 간에, 이 탄생 이야기들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이야기들인지에 관해 해석상의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해석상의 결정을 내린다는 말은, 이 이야기들을 무엇으로 보는가?이다. 다시 말해 그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일 때 발견하는 것들을 얼마나 적절하게 설명하는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리가 탄생 이야기들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우화로 읽을 것이 아니라 비유로 인식할 때이다. 비유는 의미를 전달하려는 표현의 한 형식으로서 서사시 또는 신화가 표현의 한 형식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비유는 언어를 사용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현대 기독교인들이 예수 탄생 이야기들을 비유로 이해하는 방식의 모델은 예수의 비유들이다. 그 비유들은 예수가 가르친 가장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유대인 전통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예수는 많은 비유들을 가르친 사람이다. 오늘날 예수의 비유 이야기들 속의 사건들이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비유는 표현의 한 형식으로서 관건은 그 의미에 관한 것이지, 사실성 여부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유의 의미, 즉 비유 속에 들어 있는 진리는 그 사실성에 달려 있지 않다. 비유들은 은유적인 표현 형식이다. 은유적인 의미는 그 문자적인 의미 이상으로서 그 문자적인 의미를 뛰어넘는 심층적인 의미들을 담고 있다. 비유는 이야기로 표현된 은유, 은유적인 이야기로서, 그 진리는 그 의미 속에 들어 있다.
이렇게 현대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비유들을 의미가 넘치며 진리가 가득한 이야기들로 이해해야 한다. 그 비유들이 문자적으로 사실적인 이야기들인지 아닌 지에 대한 논쟁은 헛발질하는 것이며 시간 낭비이다. 예수는 98%의 민중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체제들을 전복하고 평등과 공정이 실현되는 새로운 세상 곧 이 땅 위에 하느님이 통치하는 나라에 대한 비유들을 만들어냈다. 예수가 가르친 비유들은 이분법적이고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불평등의 종교적-정치적 체제를 개혁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예수의 비유들은 인간과 하느님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습적인 방식을 180도로 뒤집어엎었다. 다시 말해 과거에 이 세계와 현실을 바라보았던 당연한 방식 곧 과거의 패러다임을 무너뜨렸다. 예수의 비유들은 사람들이 이 세계를 다르게 보고,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 지를 깨닫도록 만들었다. 예수는 이 세계를 버리고 죽은 후에 다른 세계로 이주해가는 내세적 믿음을 가르치지 않았다. 예수의 비유는 지금 여기의 현실을 새롭게 다르게 보도록 인도함으로써 불공정한 체제를 뒤집어엎는 이야기들이었다. 실제로 현실을 다르게 보는 것은 체제전복의 기초이다. 예수의 비유들처럼, 예수의 탄생 이야기들도 체제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예수와 초기 기독교가 살았던 세계를 뒤집어엎었다.
첫 번째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을 기록한 복음서 저자들은 문자적인 사실성을 보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수로부터 철저히 배운 비유의 표현 방식을 사용했다. 예수가 비유로 가르친 것들은 인간과 생명의 의미와 하느님의 의미와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 건설에 관해 내용들이었다. 예수의 제자들이 탄생 이야기들을 비유로 표현한 목적은,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으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수 탄생 이야기들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 관한 비유들이다.
[필자: 최성철,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이 책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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