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
2019년 3월 1일(금) 제5호
‘無鑑於水 鑑於人(무감어수 감어인)’은 묵자에 나오는 말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비추지 말고 사람들에게 자기를 비추어 보라는 말입니다. 표면에 천착하지 말라는 자기경계인 동시에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라는 반성이기도 합니다.
(우편번호 : 02704) 서울시 성북구 보국문로35길 49-12, 희남신도회장 김종일
E-mail : jaju58@hanmail.net, 전화 : 010-9972-1110
1. 기쁨 한 수저
2019년 희남신도회장으로 선출된 김종일입니다.
올해에도 희남회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5번째 서신을 보냅니다.
오늘은 뜻 깊은 3.1절 100주년이 됩니다.
서울시내 일대에서 다양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시민사회진영에서는 전국적으로 1만5천 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참가하여 탑골공원에서 기념식 후 서울시청광장까지 행진을 했습니다. 만북 울림이란 이름에 걸맞게 행진에 참가한 풍물패만 전국적으로 7-8천명이 족히 되었습니다. 향린교회는 향린공동체(명동, 강남, 들꽃, 섬돌) 차원에서 수십 명이 참가하여 3.1절 산상예배를 진행했습니다. 조계사 뒤편 수송공원에 모여 예배드린 후 수송공원->미국대사관->일본대사관->종로경찰서->수운회관->태화관 터->승동교회->탑골공원까지 행진하면서 3.1운동 유적지를 탐방했습니다. 희남 배기봉 교우의 구수한 해설이 일품이었습니다. 행진 후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조은화 목사님 생일파티 겸 뒤풀이가 이어졌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치러진 각계각층 3.1절 행사가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에서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3월 희남 월례회는 3월 10일에 개최합니다.
예배 후 향우실에서 모입니다. 장소가 변경될 시 사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교회에 출석하신 희남 교우님들은 꼭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3월 생일자 파티와 생활 나눔을 진행하고, 장남과의 공동수련회 프로그램 및 준비사항들을 논의하게 될 것입니다.
3월 10일은 사순절 첫 주입니다. 예수님의 고난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2. 성경 한 구절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 하셨느니라”(롬 5:8)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니던 동네교회에서 고등부 회장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예배시간에 제가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기도를 하러 단상에 올라갔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쓴 기도문을 펼치니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까지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려고...”란 기도문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순간 의문이 들었고, 저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정말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죽음이 우리들의 죄 때문이란 말인가? 도대체 무슨 죄 때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기도문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 모두 사하여 주옵시고...” 저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고 멍해졌습니다. 기도하시는 분들의 단골 메뉴가 제 기도문에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당시 모범적인 기독학생이라고 교회 내에서 교인들에게 칭찬을 받았지만 실상 제 본 모습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교회 중고등부가 주최하는 문학의 밤을 준비한답시고 교회에서 살았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교회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결국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시험을 망쳐 반에서 58명 중 57등, 이과 전체 420명 중 380등을 했습니다. 하필 그런 시점에 예배시간에 기도를 하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기도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왔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습니다. 순간 하나님과 예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저는 하나님과 예수님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겉모습과 속모습이 다른 저를 위해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서 죽으셨나요? 그렇게 까지 해서라도 하나님은 우리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증하고 싶으셨나요?” 당시 예수님과 하나님은 저의 항변을 들으시고,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셨을 겁니다.
저는 기도사건 이후 저 자신에 대하여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자신에게 솔직 하자’, ‘주일 예배 대신에 새벽기도회를 갔다가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한다’, ‘하루 14시간 이상 매일 공부한다’, ‘앞으로 자신에게 납득이 안 되는 거짓기도는 하지 말자’, ‘교인들의 칭찬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자’, ‘내 자신에게 부끄러운 것은 죄다. 그런 모습을 하나님과 예수님은 다 알고 계신다’ 이런 특단의 조치를 실행에 옮기면서 저는 조금씩 자신을 성찰해보는 사람으로 변해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시간을 빌어 하나님과 예수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 4:16)
3. 세상만사
2월 27-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습니다.
트럼프는 예정보다 일찍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2월 27일 트럼프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미국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 청문회 증언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증언 하루 전인 2월 26일, 마이클 코언의 모두발언 전문을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집사라 불리며 트럼프의 여러 가지 업무를 보좌해온 최측근 중에 최측근입니다.
마이클 코언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타격을 입힐 트럼프 타워 프로젝트를 위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 ‘위키리크스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해킹 파일을 폭로할 것을 알고도 묵인한 것’, ‘불륜 관계를 맺었던 여성들에게 ‘입막음 돈’을 주라고 지시한 것’, ‘트럼프가 재산을 부풀리고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 ‘참전 군인을 비하하고 본인은 허위로 베트남 전쟁 징집을 피한 것’, ‘대선 출마를 ‘사업 홍보’로 여긴 것’ 등의 사실을 폭로 했습니다. 트럼프타워 회동은 트럼프 캠프 고위 관계자들이 러시아 측 인사들로부터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에 ‘해를 입힐 정보’를 약속 받고 2016년 6월 뉴욕 트럼프타워 25층에서 러시아 인사들을 만났던 것을 말합니다.
마이클 코언의 폭로로 현재 미국에서는 반트럼프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심지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당일에도 미국 언론의 최고 이슈는 북미정상회담이 아닌 마이클 코언의 미국 하원 증언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대북제재를 풀고 양보할 시 트럼프는 매국노 이미지가 형성되어 큰 궁지에 몰릴 수 있다고 트럼프와 측근들이 분석을 한 모양입니다. 이런 연유로 트럼프는 궁여지책으로 북미정상회담 결렬카드를 택한 걸로 전문가들이 분석합니다.
4. 오늘 이야기
3.1절 100주년 범시민추진위에서 제2독립선언문을 공모했습니다. 20여 명이 응모했고 탑골공원 기념식에서 3명의 선언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제 발표문을 게재합니다.
3.1혁명운동 발발 100년이 되었다. 여전히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은 실현되지 않았고, 남과 북은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으며, 한반도는 세계 최대의 화약고로 변했다. 참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제2독립선언문을 발표한다.
1905년 미국과 일본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체결하여 조선과 필리핀을 점령하였다. 1919년 윌슨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는 강대국의 이권놀음에 지나지 않았다. 1945년 일제의 식민지배가 끝나고 해방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정부 수립은 실현되지 않았고, 미국의 한반도 분할지배정책에 따라 ‘분단의 질곡’이 자리 잡았다. 1950년 한국전쟁은 분단을 철벽으로 만들었고 남과 북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전락시켰다.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중단된 지 66년이 지났다. 긴 시간 동안 남과 북은 군비경쟁, 도발과 응징을 반복하며 7천만 겨레의 생존을 외줄 위에 올려놓았다. 남의 민중은 잔인한 독재 체제에 피눈물을 흘렸고, 북의 인민은 수십만이 굶어죽는 참극을 겪었다. 이 모든 역사는 분단이 초래한 전쟁의 유산이며, 휴전 이후 지속되어 온 전쟁 재발의 공포에 뿌리를 둔 비극이었다.
미국 대북적대정책에 맞선 북의 핵 개발은 새로운 위기를 초래했으며, 그 와중에 여러 차례 전쟁 위기가 있었고 우리는 전쟁의 공포에 질려야 했다. 그러나 2018년 봄 판문점에서 만난 남북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2018년 4.27 판문점선언은 남북 간의 대립과 갈등을 청산하고 평화와 상생의 서막을 열었다. 위협적 탄도 대신에 희망의 축포가 국제사회에 울려 퍼졌다. 4.27 판문점선언은 6.12 북미정상회담의 견인차가 되었다.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온 겨레가 떨쳐나서길 호소하며 우리는 오늘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우리는 한반도의 종전을 선언한다. 서로를 증오하며 살아온 지난 66년의 세월을 참회하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남북대결 청산을 선언한다.
또한, 우리는 한반도가 평화통일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선언한다. 대결과 증오, 전쟁과 학살이 아닌 화해와 상생, 평화통일의 시대로 나아갈 것임을 엄숙히 선언한다.
2019년 3월 1일
3.1혁명 10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사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