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자유게시판

읽기의 신경적 기초

by 수박이필요해 posted Oct 02, 2019 Views 1685 Replies 0

인간은 어떻게 글을 읽는가

 

우리는 지치지 않고 글자를 빨아들인다. 취미가 독서가 아니어도 상관 없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서 글을 읽고, 길거리 간판을 볼 때도 글을 자동으로 읽는다. 심지어 우리가 글을 읽고 싶지 않아도 글은 우리에게 읽.힌.다. 우리가 글을 읽는 일은 마치 그 작동원리를 생각하지도 할 필요도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숨쉬는 것 같은 일이다. 우리는 그 메커니즘에 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읽는다.

 

프랑스의 신경학자 스타니슬라스 드앤(Stanislas dehaene)의 [글 읽는 뇌] (학지사, 2017)는 우리가 어떻게 글을 읽을 수 있는지에 관해 탐구하는 책이다. 드앤은 우리가 눈을 통해 글을 읽는 행동에서 시작하여, 뇌에서 문자를 인식하고 그것을 발음하는 일, 그리고 그 문자의 의미와 연결시키는 법, 문자의 진화적 기원과 역사적 기원을 추적하고 아동의 문자 학습과 난독증까지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 중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 하나만 소개해본다.

 

인간은 어떻게 글을 읽을 수 있지?

먼저 읽기의 신경적 기초는 제법 간단하다. 뇌 영상 기술이 발전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공통적으로 활성화되는 부위를 대략적으로 읽기에 관여하는 곳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좌뇌의 후두측두부(left occipitotemporal region)에 위치한 이 곳은 추상화된 문자 기호를 판별하는 역할을 하는데, 드앤은 이를 ‘문자상자(letter box)’라고 부른다. 이 문자 상자는 놀랍도록 문자를 잘 기억해서, 서체나 크기의 차이를 모두 무시하고 핵심적 형태만 파악하여 음소와 의미를 담당하는 뉴런을 활성화시킨다.

 

만약 뇌졸중 등의 사고로 문자상자가 손상되거나 절개될 경우, ‘실독증’이라고 하는 읽기 장애가 생기는데 흥미로운 것은 숫자를 읽고 쓰는 작업은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종이에 아무거나 쓴다고 다 같은 게 아니고, 우리 뇌는 숫자와 글자를 분명히 다르게 처리한다는 증거다.

 

안구가 글자를 인식해서 문자상자가 점화되면, 뇌는 빠르게 두 가지 경로로 지금 읽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숙달된 성인의 읽기 능력은 굉장히 빨라서 단어를 그 철자로서 병렬적으로 동시에 파악하여 한 번에 인지한다. 예컨대 ‘병렬적인’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병.렬.적.인.’으로 읽지 않고 동시에 네 글자를 처리하여 ‘병렬적인’이라는 통합된 단어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9 [교회동창회 139] 예수는 초자연적인 신(神)이 아니라, “고난받는 종”이라는 “참 사람”이었다! 최성철 2021.08.20 1766
598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이재호님 편 file 도임방주 2019.02.02 1764
597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 이정임님 file 도임방주 2019.04.05 1763
596 나는 그 따위 민주주의 안 한다 풀한포기 2023.09.06 1761
595 생선요리어렵다vs쉽다.gif 밍밍ssong1 2019.06.05 1761
594 [교회동창회 10] 교회는 예수의 포월적인 하느님을 배척하고, 부족의 신(神)을 쫓고 있다! 최성철 2019.04.07 1761
593 중·미 정상회담, 건강·안정·지속가능의 발전을 추동해야 통일둥이 2023.11.24 1760
592 한국의 대중국 정책, 미·서방 맹목적 추종 안 돼 통일둥이 2022.07.24 1760
591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최영미님 편 file 도임방주 2019.02.07 1760
590 [교회동창회 70] 문자적 성서는 바이러스 팬데믹을 막지 못한다. 그보다 과학을 신뢰해야 한다! 최성철 2020.05.22 1759
589 미국의 기술수출 제한 확대구상에 중국은 침착해야 통일둥이 2018.11.26 1759
588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1 file 도임방주 2019.01.25 1758
587 [교회동창회 133] 장황한 “십자가 처형”은 없었다! 예수는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죽지 않았다! 최성철 2021.07.09 1758
586 무감어수 감어인 제23호 2 file 흐르는물처럼 2019.11.12 1758
585 공동부유를 확고히 추진하자 통일둥이 2023.06.13 1758
584 노숙인을 위해 클릭한번 부탁드립니다. 노숙인 2019.08.02 1757
583 2023년 10월 교육부 소식지 file 이민하 2023.10.05 1757
582 자유인의 하늘 뜻 펴기 -김부숙님 편 file 도임방주 2019.03.04 1756
581 한백교회 이상철 목사 글-<기생충>이 내게는 종교영화인 이유 : 텍스트 읽기의 전복성과 '종교적인 것'에 관한 에세이 출처: [웹진 <제3시대>] che_guevara 2020.02.10 1756
580 신시대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려면 통일둥이 2019.06.05 1756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39 Next
/ 3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