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건물에 십자가가 없습니다, 우리 향린교회는. 이것은 우리 향린교인들의 정체성이자 은근한 자랑입니다. 하지만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좀 가난해 보이는 거 외에 고만고만하고 비슷비슷 합니다. 본당의 십자가, 음향과 여러 교회스러운 장식, 성가대 자리, 피아노, 오르겐, 긴의자.
바울에게 십자가는 대속희생의 징표, 부활 영광에 앞선 고난의 상징이었습니다. 예수에게 십자가는 무엇이었을까요. 인류의 죄를 대속해야겠다는 뜻을 가지고 십자가에 못박힌 것일까요, 악한 세력에 저항하고 싸우다가 처형된 것일까요.우리 교우들이 고난의 현장에서 힘써 싸우는 것은 그들의 죄를 대신지기 위함인가요, 그들의 고통을 덜고 악에 저항하는 것인가요.
이제 새로 마련하는 향린의 예배당 건물은 외부에 십자가는 당연히 없겠지만, 내부에도 십자가가 없으면 어떨까요. 단상을 없애면 어떨까요. 200명씩 모여 기도하고 예배하는 거룩한 공간을 굳이 만들어야 하나요. 기도, 찬양, 말씀이라는 도식에 갇혀야 하나요. 그랜드 피아노 파이프 올갠 빼어난 목소리로 높여야만 높아지는 하느님 인가요. 온 몸에 소름 돋우는 음향으로 들어야 감동을 일으키는 성령님인가요, 우리의 하느님은.
갈릴래아에서 냄새나는 민초들을 만나고 부대끼던 예수를 기억하기에 좋은 건물은 어떤 걸까요. 높은 천장과 황홀한 빛, 웅장한 음향의 예배당 보다는 좀 더 친밀하게 서로를 만나고 동지애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현재의 건물에서 뺄 것은 무엇이고 더 할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향린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예배당 공간과 구성에 너무 많이 쓰지 맙시다. 차마 없앨 수 없다면 최소한으로 합시다. 작지만 구분된 여러 공간을 만들어 교회안의 작은 예배공동체들이 지금보다 더 친밀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예배당은 예수의 희생을 거룩하고 웅장하게 기념하는 것보다 그가 살아서 만들었던 만남이 다시 이루어지는 공간을 상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의 교회는 예수가 만든것이 아닌 바울이 예수의 복음을 전하고자 만든 모습이며 많은 이들이 모여 예배와 친교 그리고 복음의 전파를
효율적으로 하려다 보니 시대상에 따라 조금씩 변해오지 않았나 합니다
기독교의 발상지인 유럽에서 성당과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면제부를 주며 천국티켓을 팔아 만든 성당건물과 교회개혁을 외치며
화려한 성당을 비판하며 만들어진 교회건물 역시 화려하고 호화로움에 개혁의 끝은 어디쯤이고 우리가 섬기는 예수는 교회건물을
어떻게 바라볼까? 고민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천국티켓과 면제부를 팔아 만든 성당과 화사로운 성당을 비판하며 교회개혁을 외치며 만든 교회건물이 현재는 문화재가 되고
많은 이들이 이를 관람하기 위해 찾고 지자체들이 보존하려고 예산을 투입 하는것을 보면서 세상은 의도한데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과
그 건물의 모습에 따라 바라보거나 입장하며 마음이 경건해 지기도, 감흥이 없기도 하는것을 보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느껴지며
주어진 여건에서 멋지게(?) 지어졌으면 하는게 제 욕심이다 보니 저는 성찰이 더 필요한 속물처럼 느껴집니다
교회 공동체가 은혜롭고 상처없이 새터전으로 이전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아 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