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폴 틸리히는 신학자들이 흔히 사람들이 묻지 않는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느라고 많은 시간을 탐구에 보낸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그는 학생들의 질문들에 대해 대답하기에 앞서서 그 질문들을 다른 형태의 질문으로 바꾸곤 했다. 어린이들은 물론 젊은이들이 질문을 올바르게 하는 것이 이성과 지성의 성장에 출발점이 되며,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기초가 된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성서근본주의 교회의 권위에 억눌려서 자율성과 창조성을 상실하고, 의심과 질문은 불신앙이라는 수동적이고 굴종적인 믿음에 심각하게 세뇌되었다. 교회에 습관적으로 열심히 나가는 신자들은 이미 만들어진 교리적 해답을 무작정 암기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것이 구원받는 믿음이라는 거짓말에 익숙해졌다. 오늘 현대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양심적인 의심과 이성적인 질문에 대해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불신이 아니라 참된 인간이 되는 구원의 길이다.
종교는 하느님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관한 것이듯이,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강압적인 믿음에 관한 것이 아니다. 종교는 인간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에 대한 진리를 탐구하는 길이며, 깨달은 진리를 공동체적으로 상호의존관계 속에서 살아내는 삶의 방식이다. 종교의 진리들은 경험과학의 진리들보다는 시적(詩的이고 신화적이고 은유적인 진리에 가깝다. 간단한 예를 들자면, 삼위일체는 예수의 신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란 말의 우주적인 의미를 묘사하는 시적이고 문학적인 표현이다. 지옥이란 신화적 세계관이나 상징적 우주관에 속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삼층 세계관은 고대 지중해 연안에 살던 사람들의 일반적인 세계관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관은 21세기 과학시대에는 무용지물이 되었으며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천국은 고대인들이 상상했던대로 평평한 땅을 덮고 있는 둥근 천장(하늘) 밖에 있는 장소가 아니며, 지옥 역시 땅 아래 어디에 있는 불타는 장소가 아니다. 오늘날 지질학과 우주공학과 천체학을 통해 현대인들은 고대의 신화적 세계관이 쓸모 없는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 종교의 진리와 과학의 진리를 별개의 것들로 분리하여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마찬가지로 역사의 진리와 종교의 진리를 떼어놓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종교가 과학과 역사를 왜곡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다. 종교는 과학과 역사의 기초 위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필자의 멘토이며 <예수 세미나 학회>의 창설자인 로버트 펑크 박사는 일반 기독교인들을 격려하기를, “진정한 배움이란 고뇌이며, 자신과의 싸움이며, 피상적이고 요지부동인 생각들과의 싸움이며, 주변의 문화로부터 흡수한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지식들과의 싸움이다. 기독교 전통에 관한 진리를 배우는 것은 가장 큰 고뇌가 뒤따르는 것일 수 있다”. 다시 말해 기독교인들은 과거의 패러다임이 이제는 비상식적이며 생명력도 없는 것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탐구하는 배움의 길을 나서야 한다. 교회 밖의 현실적인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도 문제삼지 않는 교회와 신학교의 수도원적 울타리를 벗어나야만 한다. 18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시인이며 신학자인 새뮤얼 콜리지는 이렇게 도전했다: “진리보다 기독교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은 기독교보다 자기 교파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마침내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교회 안밖으로 사람들은 예수가 실제로 누구였는가에 관해 새롭게 알고 싶어한다. 예수에 관한 질문은 계속되었지만, 이 질문이 역사적 예수, 즉 교회가 초자연적인 하느님 예수상을 만들기 이전에 참 사람 예수에 대한 탐구로 이어지지 못했다. 사실상 많은 사람들이 예수에 관해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 예수의 이름이 방송과 영화의 주제가 되고 있으며, 심지어 운동선수들이 그의 이름으로 기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공모임의 시작에서 그를 칭송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예수가 실제로 성취한 것에 대해 확실히 아는 것이 별로 없으면서도 아는 체하는 현상이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예수를 아는 척하기 보다는 예수에게 이성적으로 솔직해아 한다.
“예수에게 솔직하다”는 말은 교회지도자들이 상업적이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든 예수”에게 굴종하지 않고, 자신의 양심과 이성을 강압적으로 박탈당하지 않고, 수동적이고 타율적인 믿음의 노예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가 탄생하게 된 원천이었던 참 사람 예수에게 솔직하면 두려움과 공포와 이기심에 사로잡힌 내세지향적 교회가 만든 이분법적인 신조와 교리와 믿음과 종교이해를 넘어서서 참되고 온전한 인간이 되어 사람답게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 시대는 부족적이고 이기적인 경계를 넘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경계를 초월하고, 나와 다른 것들을 포용하는 길은 참 사람 예수의 정신에 있다. 오늘 수많은 동료 인간들이 질병과 가난의 고통 속에서 절망적으로 살아가는 세상에서 교회가 진정으로 예수를 따른다면 내세적인 근본주의 믿음을 폐기 처분하고, 현세적이고 포월적인 삶을 신앙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은 삼층 세계관의 전통적인 교리들에 심하게 세뇌되어서 이성적인 양심과 지성적인 자율성과 창조성과 인간 본능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철저히 상실했다. 기독교인들은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믿음체계가 21세기에 더 이상 설득력과 효력이 없으며 주류 사회로부터 철저히 신뢰를 잃고 심지어 환멸을 느끼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종교 이해에 대한 과거의 패러다임이 쇠퇴하고 소멸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회 즉 새로운 기독교가 탄생하는 기회가 된다. 21세기 기독교 교회는 참 사람 예수의 정신 곧 역사적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문자적 성서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성서의 처녀 탄생은 생물학에 관한 것이 아니며, 예수의 기적은 초자연적인 존재의 개입이 아니며, 부활은 육체적 소생에 관한 것이 아니며, 더욱이 예수의 신성에 대한 믿음은 하늘 위의 하느님이 인간적 존재 속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다. 현대 기독교인들은 과거에 시대적 환경과 조건에 의해 성서와 예수를 왜곡하고 변형한 신조와 교리들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과거의 문자주의적 믿음을 포기하면 참 사람 예수 이야기를 새롭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내세지향적이며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을 신봉하는 교회가 강압적으로 교인들에게 주입시킨 낡고 진부한 예수 이야기들을 폐기해야 한다. 성서가 소개하는 원초적인 예수 이야기의 핵심은 지극히 현세적인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에 관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진리이다. 기독교 교회는 생존의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심 때문에 참 사람 예수 이야기를 모른 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 오늘날 교회는 전통적이고 낡아빠진 믿음체계가 공개적으로 도전을 받으면 공포에 떨면서 폭력적인 분노를 쉽게 터뜨린다. 특히 위협을 느낀 근본주의 교회 지도자들은 권력의 상실을 직감하며 차별적이고 우월적인 이분법적 믿음을 수호하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이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것은 창의적 신학 연구와 창의적 사상이다. 이들에게 좋은 믿음이란 절대적인 순종과 타율적인 충성이다. 따라서 양심적이고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교인들은 교회 내부에서 벙어리가 되거나, 교회를 떠나 외부에서 교회동창회를 이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하느님(god)이란 말의 본래적인 의미는 온전한 인간의 삶과 생명과 자연세계에 대한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진리이기 때문에 전통적이고 제도적인 종교가 부족적이고 이분법적인 신조 혹은 교리의 형식으로 요약하거나 그 안에 감금할 수 없다. 하느님의 의미는 믿어야 하는 객체적-상대적-타자적 “존재론”이 아니라, 우주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개체들의 상호의존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식의 “관계론”이다. 따라서 하느님을 종교의 절대적 믿음의 대상으로 맹신하는 종교는 자살행위이다. 예수를 하늘에서 내려온 하느님 곧 예수의 신성을 믿으면 죽은 후에 천국에 올라가 영원히 산다고 꿈꾸던 망상의 시대는 끝이 났다. 2-3세기에 만들어진 예수는 설득력과 신뢰를 잃었다. 원초적인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며 이 땅 위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1963년에 영국 성공회 주교 로빈슨(J.A. Robinson)이 출간한 <신에게 솔직히>(Honest to God>에서 기독교가 직면한 문제들이 강력히 제시되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언어로 번역된 이 작은 책은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하느님과 예수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를 도전했다. 로빈슨은 역사적 예수 운동의 불길을 일으켰으며, 영국의 존 힉과 돈 큐핏 그리고 뉴질랜드의 로이드 기링과 같은 신학자들이 동반했다. 이 운동의 불길은 북미로 확산되어서 <예수에게 솔직히>를 출간한 신학자 로버트 펑크와 <역사적 예수>를 출간한 존 도미니크 크로산은 1985년에 <예수 세미나 학회>를 창설하였으며, 전세계의 신학자들을 초청하여 역사적 예수 탐구의 시대를 열었다. 오늘 이 학회는 약 200여명에 달하는 신학자들의 연구 모임이 되었으며 성서비평학(성서해석학, biblical criticism)을 심층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김준우 박사가 이끄는 <한국기독교연구소>가 역사적 예수 학자들의 서적을 번역하여 출판함으로써 일반 기독교인들이 역사적 예수 곧 참 사람 예수를 이해하도록 돕고 있으며 <예수 살아내기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교회 밖의 세계는 과학적인 학문의 급성장으로 일반인들의 이성과 지성의 수준은 교회가 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넓어지고 높아졌다. 다시 말해, “만들어진 예수”에 대한 이분법적이고 내세적인 교리와 믿음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부족적이고 이기적이고 편협하게 했다. 오늘 교회는 더 이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지 못하며 생존을 위해서 더욱 전통적이고 지독하게 방어적이며 심지어는 병적이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서 교회는 과학을 무시하고 오직 초자연적인 하느님의 기적을 바라며 유치한 광기를 부린다. 교회는 세상과 분리되어 고립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체 오직 죽은 후 하늘 위로 올라갈 망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희망은 찾아볼 수 없다.
기독교 교회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길은 오직 참 사람 예수 곧 역사적 예수 탐구에 있다:
(1) 첫째로, 성서에서 소개하는 예수는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인 하느님이 아니라 나사렛에서 태어난 순수한 인간이었다. 예수를 하느님으로 숭상하기 시작한 것은 예수가 죽은 지 3세기가 지난 후 니케아 신조가 만들어진 때부터 예수의 신성이 믿어야만 하는 교리가 되었다. 기독교의 미래에 대한 운명은 기독교인들이 예수에게 솔직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만들어진 예수를 맹신할 것인지에 달려있다. 지난 1700년 동안 교회는 진짜 예수를 추방하고 가짜 예수를 믿었기 때문에 차별주의와 우월주의의 노예생활을 힘겹게 살아왔다. 교회가 만들어진 가짜 예수를 계속해서 믿는 것은 자살행위인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왜냐하면 이것 때문에 교회가 설득력과 신뢰를 잃고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다. 교회는 성서를 새롭게 다시 신중하게 읽고, 예수를 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예수에 대한 기억과 기록이 생겨나기 전에 살았던 예수는 누구였는지에 대한 성서학자들의 학문적인 연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수는 내세적인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참되고 온전한 인간이 되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준 현자였다.
(2) 둘째로, 1세기에 역사적 예수가 살았던 세계의 역사와 종교와 정치와 경제와 문화에 대해서 두루 이해해야 한다. 예수는 충실한 유대인이었으며, 예수가 태어난 유대 땅은 로마제국의 식민지였다. 예수가 속했던 유대교 성전종교는 물론 세계를 정복한 로마제국은 98%의 유대인 민중들을 혹독하게 탄압하고 착취했다. 이러한 종교적 내지는 정치적 상황에서 예수는 따르는 사람들에게 무엇에 대해서 어떤 말을 했으며, 자신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 탐구해야 한다. 또한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이 예수의 인간성으로부터 무엇을 체험했길래 성서를 그렇게 기록했는지 탐구해야 한다. 성서는 문자적인 보고서가 아니며, 따라서 역사책이나 자서전이 아니다.
(3) 셋째로, 역사적 예수 탐구는 최종적으로 기독교인 자신의 의식과 인간성 속에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 거기서 기독교인들은 종교를 떠나 예수를 볼 수 있거나 혹은 비종교인을 위한 예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성서와 신조와 교리와 교의 그리고 심지어는 종교 자체도 초월하여 예수를 탐구해야 한다. 기독교인들은 거기서 하느님의 의미, 생명의 의미, 인간의 의미 및 세계의 의미를 인식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역사적 예수 탐구의 여정에서 필연적으로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의 의미를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독교인들은 인간의 온전함이 교리적이고 관념적인 믿음 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기독교인들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처럼, 예수는 목적지 또는 최종목표가 아니라. 예수는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삶의 방식으로써 하느님의 의미와 참된 인간의 의미를 인식하는 길이다. 예수를 처음으로 따랐던 사람들은 예수가 말한 것처럼 말하고, 예수가 행동했던 것처럼 행동하는 것에서 하느님의 의미, 인간의 의미, 생명의 의미, 세계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아 내었다. 세상 사람들이 그들을 그리스도인 (Christian)이라고 불렀던 이유는 그들의 말과 행동이 마치 예수가 산 것처럼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수에게 솔직하면, 이분법적이고 부족적인 종교와 교리와 교의와 특히 내세적 믿음을 초월한다. 이것이 참 사람 예수의 정신이고, 예수가 가르치고 자신이 몸소 살아 내었던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진리였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로버트 펑크. 예수에게 솔직히. 한국기독교연구소, 1999
돈 큐핏. 떠나보낸 하느님.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_________. 예수 정신에 따른 기독교 개혁. 한국기독교연구소, 2006
존 도미닉 크로산. 예수: 사회적 혁명가의 전기. 한국기독교연구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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