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가 증거하는 예수는 부모님들의 자연적인 결혼생활에서 태어났으며, 유대인 전통 속에서 평범한 이웃들과 함께 어울리며 살았다. 예수는 부모님들의 성관계 없이 소위 허공을 떠다닌다는 혼령의 개입으로 곧 초자연적으로 동정녀에게서 태어난 신(神)이 아니다. 예수는 악취가 풍기는 장터에서 생선 비릿내가 물신거리는 바닷가에서, 들판과 산에서 따르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와 방식과 비전을 가르쳤다. 예수의 목회현장은 거룩한 성전이나 수도원이 아니라 세속적인 삶의 현장이었다. 예수는 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기를 즐겼다.
성서는 참 사람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예수를 신화적이고 신적이고 문학적으로 포장했다. 성서비평학적 연구에 따르면, 예수가 죽은 후, 성서가 기록되기까지 수십년 동안 예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기(口碑期)를 통해서 다양하게 발전되었다. 현대인들이 은유적으로 기록된 고대 성서를 문자적으로 읽고 그대로 믿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성서는 수학공식처럼 암기하고 직역적으로 믿는 교리문답서가 아니다. 고대 성서는 21세기 과학시대의 세계관과 가치관에 기초하여 재해석하고 현대어로 전환해야 비로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진실한 책이 된다. 성서는 인격신론의 초자연적인 하느님과 수동적인 믿음에 대한 책이 아니라, 참된 인간의 자율적인 삶의 방식과 비전에 대한 책이다. 성서가 묘사하는 예수는 고대 신화가 만들어낸 삼층천의 세계 상층(천국)에서 중간층 땅으로 인간의 모습을 띄고 내려온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아니다. 예수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신화적인 인물이 아니라 지극히 현세적이고 세속적인 사람이며, 우주의 법칙으로 일회적인 생명을 살았던 역사적인 사람이다. 오늘날 교회는 인간 예수의 인간성을 말살하고 예수를 성상의 자리에 앉히고 그 앞에 무릎 꿇고 복을 빌며 또한 환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신화 속에 감금하여 초자연적인 하느님, 구세주, 창조주, 기적을 일으키는 마술사, 최후심판의 재판장 등으로 변신시켰다.
니케아 신조가 로마제국 황제의 정치적인 야욕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이후 지난 1700년 동안 교회는 환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방법으로 밖에는 예수를 이해한 적이 없다. 다시 말해, 교회가 맹신하는 예수는 하늘 위에서 내려온 하느님이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이었으며,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 따라서 예수는 잠시 이 땅 위에 머물렀다가 다시 삼층천의 하늘 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성서는 예수가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장소에서 실제로 살았던 역사적 인간이라고 증거한다. 다만 교회가 이 사실을 외면하거나 거부했다. 인간 예수는 신화가 아니라 역사의 인물로서, 그에게서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설득력 있는 에너지가 흘러나왔는데 현대인들은 이것에 대해서 상식적인 설명과 이해가 요구된다. 갈릴리 나사렛이 예수의 고향이었고, 그가 지구상에서 생존한 기간은 기원전 마지막 무렵에 시작하여 기원후 1세기 첫 30년대에 종결되었다. 예수는 전설적인 인물이 아니라 거룩한 종교 밖의 세속적인 세상에서 실제로 살았던 사람이다.
예수를 삼층천의 하늘 위에 속하는 곧 초자연적 내지는 신화적 인물로 믿으려는 사람들은 결코 그가 나사렛 동네 출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수의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이 오히려 자신들의 내세적 믿음에 큰 걸림돌이 된다. 그러나 예수는 “나사렛 예수”로 알려졌고 그 동네가 갈릴리에 있기 때문에 그를 “갈릴리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이름 모두는 예수가 초자연적인 신화라고 할 만한 어떤 권위도 주장하지 않는다. 나사렛은 아무런 특색이 없는 작고 더럽고 별 볼일 없는 마을이었다. 심지어 갈릴리의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도 그 마을을 무시했다. 나사렛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복음서에서 나타나는데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복음서 1:4-5)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나사렛에 붙여진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복음서에는 예수의 초라한 출신지를 숨기려는 흔적이 없다. 마가와 마태는 각기 나사렛에 대해 네 가지 다른 경우에서 언급한다. 누가는 나사렛에 대해 복음서에서 여덟 번, 사도행전에서 일곱 번 말한다. 요한은 그의 이야기에서 나사렛에 대해 다섯 번 언급하는데, 그 중 세 번은 십자가 처형 이야기와 관련된 것이다. 이것을 미루어 볼 때 예수가 나사렛 출신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수는 확실히 나사렛 마을 출신이다. 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온 초자연적이고 신적인 존재라면 복음서 저자들은 예수를 거룩한 예루살렘 도시 출신으로 포장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 그들은 예수의 인간성을 가장 소중하게 인식했기 때문에 나사렛을 강조한 것이다.
예수에 대한 베들레헴 출생 전승이 생겨났다는 사실 자체는 곧 그의 뿌리가 나사렛이었다는 것이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당혹감을 주었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만일 예수가 신화적 인물에 불과하다면, 그 신화 창시자들이 왜 사람들을 당혹케 만드는 이런 신화를 만들겠는가? 만일 성서 저자들이 이처럼 사소한 사실을 바꿀 수 있었다면 충분히 바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것은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예수의 인간성에 대한 잊을 수 없는 확실한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나사렛은 예수의 고향이었다. 예수는 갈릴리 사람이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예수의 신성과 그의 초자연적인 신화에 맞서는 역사성으로 다가온다.
나사렛 예수의 역사적 인간성에 대한 또다른 증거는 예수의 생애가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수는 요한에게 “죄를 용서받게 하는”(마가복음서 1:4) 세례를 받았다. 이 사실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요한복음서가 기록될 때에는 세례자 요한이 사실상 예수에게 세례를 베풀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었다(요한 1:19-34). 초기 기독교인들은 요한에 대한 예수의 우월성을 증명하려고 계속 노력했는데, 이런 노력은 분명히 예수가 세례자 요한의 제자로서 그의 공적 활동을 시작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반응이었다. 바로 이것이 세례자 요한이 선구자로 해석되고 새로운 엘리야로 묘사된 이유이다. 이것이 또한 세례자 요한의 죽음이, 엘리야를 죽이겠다는 이사벨의 맹세(왕상 19:1-2)를 성취한 것으로 기록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미 본 바와 같이 세례자 요한은 계속 자기를 비하하는 말을 한 것으로 각색되었다. 마태복음서에서는 세례자 요한 자신이 예수에게 세례를 배푸는 것에 반대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예수에게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만들었다(3:14). 누가복음서는 가장 극단적인 입장을 취했는데, 두 사람이 출생하기 전에 요한의 태아가 이미 예수의 태아의 우월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1:41). 요한복음서는 이 변증적인 문제를 세례자 요한의 말로 마무리한다. 즉 “내가 와서 물로 세례를 주는 것은, 이분을 이스라엘에게 알리려고 하는 것입니다”(1:31).
예수가 세례자 요한의 제자 곧 제2인자였다는 기억이 복음서가 기록될 시점에서 지극히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기록하지 않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복음서 저자들이 그 문제를 처리할 때 요한 자신이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예수의 우월성을 제시하게끔 각색한 것이다. 다시 말해, 만일 예수 이야기가 신화라면, 예수가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다는 그런 당혹스러운 내용들이 결코 복음서들 속에 포함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역사적 예수에 대한 구체적 사실들은 성서의 어떤 기록에서도 누락되지 않았다. 예수에 대해서 이처럼 자세한 내용들까지 사실대로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참 사람 예수는 새로운 의식과 인간성을 살아내고 가르친 실제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성서가 역사적 예수 곧 예수의 인간성을 증거하는 또다른 기록은 바울이 예수를 직접 만난 사람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이다. 바울 자신이 기록한 갈라디아서에 따르면, 바울이 예수의 십자가 처형 직후 예수의 제자들 가운데 몇 사람과 실제로 접촉한 사실과 그들은 역사적 예수에 대한 체험을 바울과 함께 나누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말해 바울은 회심 체험에 이어서 개종한 후에 예루살렘으로 가서 베드로와 예수의 동생 야고보를 만났다(갈 1:21, 2:1). 베드로와 야고보는 역사적 예수를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바울은 그들과의 만남에서 참 사람 예수의 인간성과 우주적이고 통합적인 정신을 인식할 수 있었다.
참 사람 예수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기독교의 신학과 신앙의 기초가 된다. 예수의 진정한 인간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내세지향적이고 이분법적인 믿음의 맞춤형으로 왜곡되거나 변형될 수 없다.
[필자: 캐나다연합교회 은퇴목사, 전직 지질학자]
<더 읽을 책>
(본 칼럼의 생각들은 이 책들에서 나왔다. 책 제목들을 통해 세계의 과학 철학 종교 사상에 대한 미래의 물결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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